[인생이모작-③] 일하면서 건강 챙기는 ‘배달의 기수’

배달의 기수 박재열 어르신 인터뷰,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송준규 기자 | 기사입력 2020/05/04 [09:48]

[인생이모작-③] 일하면서 건강 챙기는 ‘배달의 기수’

배달의 기수 박재열 어르신 인터뷰, 제2의 인생 사는 이들

송준규 기자 | 입력 : 2020/05/04 [09:48]

턱밑까지 다가온 초고령사회 진입.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부양 비율은 20%에 달한다. 많은 이들은 노인을 '피부양자'로 바라보며 이들이 젊은 세대에 부담만 지운다고 우려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노인들은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청년들은 단순히 노인을 부양해야할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세대 못지 않은 열정을 품은 '실버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노동이 주는 삶의 소중한 가치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노인부양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고민해본다.

 


 

지난 2014년 '시니어 아파트 택배사업' 시작 

규칙적인 생활과 많은 움직임으로 건강에 도움

고객의 신뢰를 얻을때 많은 보람 느껴

 

▲ ‘배달의 기수’ 어르신들이 택배를 분류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송준규 기자

 

오후 1시, 한 은평구 아파트 단지의 택배 분류소의 어르신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각 동별로 택배를 분류하고 택배차에 싣고 내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은 은평시니어클럽에서 지난 2014년 은평 백련살힐스테이트 아파트 내 ‘시니어 아파트 택배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이어 2015년에 CJ대한통운과 ‘시니어 택배 협약’을 체결하고 실버택배 사업을 더욱 확장시켰다.

 

여기서 행해지는 실버택배는 CJ대한통운이 특정 아파트 단지의 물량을 분류·적재하고 택배기사가 아파트 단지 내 실버택배 거점까지 전달하면 실버 배송원들이 아파트 동별로 택배를 재분류하고 각자 맡은 구역의 상품들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 ‘배달의 기수’에서 6년째 일하고 계신 박재열(74)씨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송준규 기자

 

실버택배 ‘배달의 기수’ 배송원으로 근무하는 박재열 씨는 올해 74살로 어느덧 6년차 배테랑이다. 그는 기업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80년대 중동에서 3년간 근무를 했으며 그때 배운 냉난방공조시스템으로 지난 2012년도까지 자영업을 했다. 그 후 2년간 노후를 즐기다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편하게 노후를 즐기다가 굳이 배달의 기수로 오게 된 이유를 묻자, “쉬는 2년동안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면서 좋았다. 하지만 계속 쉬다보니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생활 리듬이 깨지며 오히려 일할 때보다 신체적으로 무리가 오게 돼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일하는 노인들은 주 3회, 평균 5~6시간 정도 일한다. 대부분 가벼운 물건이 오지만 많은 양의 책, 쌀, 큰 물건이 오면 차에 모두 싣지 못하고 여러번 날라야 한다. 이러한 물건들이 송장이 잘못되서 다시 배송지를 찾아 배달해야할 때, 경비실에 맡겨 달라 해서 맡겼지만 고객이 다시 연락와서 가져달라고 할 때가 힘이 드는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힘든 점보다 배달의 기수로 일하면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쉬다보니 이곳에서 어르신들과 모여 일하는 재미가 있고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계속 몸을 움직이게 건강이 훨씬 좋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게 되면서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고 용돈벌이도 돼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박 씨는 고객의 신뢰를 받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요새 다른 택배들은 물량이 많아 배달 물량을 배송지에 그냥 놓고 가기 바쁜 것 같다”며 “우리는 고객에게 배송물량에 대해 제대로 확인을 시켜주기 때문에 고객의 신뢰를 많이 받는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배달의 기수를 하면서 큰 돈에 욕심은 없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의료보험·퇴직금·산재가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점이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경제가 많이 어렵지만 일자리가 많이 생겨 나이든 우리보다 젋은사람들이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저널21 송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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