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사이다 발언의 후유증

박항준 | 기사입력 2020/04/24 [15:01]

[박항준 칼럼] 사이다 발언의 후유증

박항준 | 입력 : 2020/04/24 [15:01]

한국 사람이 튀면서 똑똑한 걸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모난 놈이 정 맞는다는 말도 있다. 비슷한 맥락으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역사적으로는 남이장군이 대표적이다. 그럼 남이장군의 이른 죽음은 과연 시 한 수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승승장구하던 젊은 장군 남이는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최근 주목하고 있는 똑똑하고 젊은 정치인이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그 정치인의 정치분석을 즐겨 듣는다. 21대 총선에서 야당 실패에 대한 결과에 대해서도 사이다 같은 분석을 내놓는 다. 보는 시각도 나름 중립적이다. TV에도 자주 나오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한다. 심지어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85년생으로 훈훈한 외모까지 어디 하나 미치지 못하는 게 없다. 

 

그런데 선거에는 매번 떨어진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물론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나름 하나를 짚는다면 바로 덕(德)이다. 한국사람들은 德 없는걸 은연중에 싫어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성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덕(德)이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논어에서 주로 나오는 덕(德) 없는 사람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람들은 어느 누가 팩트를 명쾌히 체크한 분석으로 사이다(청량음료처럼 속 시원한) 발언을 쏟아낸다면 억지를 피우고 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자신들이 생각지 못한 논리로 압도하는데 대한 대리 쾌감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대중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이다 발언에 환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이다 발언을 한 이가 德이 부족하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다. 

 

사이다 발언 속에는 팩트를 끄집어내고 이를 논리적으로 상대를 누르고 지적질하려는 독(미움, 무시)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청문회 인기가 급상승한 청문회 스타들의 말로가 그렇게 좋지 못한 것을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한국 사람이 똑똑한 걸 싫어한다는 말은 일제시대 교육의 잔재일 뿐이다.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건 똑똑한 것이 아니라 부덕(不德) 일뿐이란 얘기다. 

 

덕(德)은 중용(中庸)과 맥을 같이 한다.  중용이란 좌우로 흔들리지 않으면서, 무기탄(無忌憚) 하지 말며, 양심의 소리를 듣고 행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이다 발언은 한쪽에 치우친 시각을 갖고 있거나, 눈치 보지 않고 기탄없이 얘기한다. 상대의 논리를 뒤집으려다 보니 양심의 소리는 미뤄두기도 한다. 부덕(不德)이란 이 셋 중 하나를 놓치더라도 듣게 되는 평가다. 

 

왜곡된 역사를 정리하자면 우리 민족은 튀고 똑똑한 잘난 사람을 싫어하는 민족이 아니라 ‘부덕(不德)한 사람’을 멀리하려는 습성을 가진 민족이다.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부모님에게, 가족들에게, 배우자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직장과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인정을 받으려 한다면 최우선 갖춰야 하는 덕목은 바로 ‘덕(德)’이다.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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