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달청, 특정업체 밀어주기…중소업체는 ‘눈물’

박영주, 송준규 기자 | 기사입력 2020/03/04 [08:10]

[단독] 조달청, 특정업체 밀어주기…중소업체는 ‘눈물’

박영주, 송준규 기자 | 입력 : 2020/03/04 [08:10]

나라장터를 통해 정부 기관에 물품을 공급해온 업체들이 조달청의 밀어주기를 등에 업고 수차례 ‘우수조달물품’에 선정되며 타업체 대비 우월한 지위를 누려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달청과 해당 업체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번 우수조달물품 업체로 선정되면 주어지는 특혜 때문에 영세업체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조달청의 밀어주기로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과 입찰 내역  © 문화저널21

 

조달청 ‘우수조달물품’ 선정되려면 NEP인증 필요

A업체, 인증 만료됐는데도 우수조달물품에 이름 올려

한번 인증 취득하면 사실상 '프리패스'…선발주자에 유리

중소업체들 “입찰 우위를 보장한 법이 경쟁사 도태시켜”

 

국가종합전달조달시스템인 조달청 나라장터는 모든 공공기관의 입찰정보가 공고되고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어느 업체든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열린 공공조달 단일창구다. 많은 사업체는 나라장터를 이용해 국가기관에 제품 등을 납품한다. 

 

이중 초저온냉동고(Deep freezer)라는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한 사업체가 인증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국가인증을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찰에 뛰어들어 수년간 독점적으로 제품을 공공기관 등에 납품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입찰관련 공고에 따르면 조달청 나라장터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된 제품들은 모두 ‘NEP 신제품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NEP 인증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발행하는 인증시스템으로 △핵심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된 기술 또는 기존의 기술을 혁신적으로 개선·개량한 신기술일 것 △신청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같은 종류의 제품과 비교해 탁월하게 우수할 것 △국내에서 일반화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제외할 것 등의 여러조건을 충족해야만 인증 취득이 가능하다.

 

현재 NEP인증 규정에 따르면, 인증을 최초 취득한 시점부터 3년의 유효기간이 적용되며 1회에 한해 추가심사 후 3년 연장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1회 심사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6년이면 해당 인증의 유효기간이 만료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본지에서 조달청 나라장터 낙찰 내역을 전수조사한 결과, 문제의 업체는 2013년 3월부터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다수의 입찰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입찰을 진행한 곳만 △경기도 의료원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산림청 남부산림연구소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등 여러곳에 달한다. 

 

A업체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입찰내역은 조달청에서 2019년 10월말에 해당 업체의 제품을 우수조달물품으로 공고한 것이다.

 

▲ A업체가 2019년 10월 조달청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된 공고 내용. (사진=조달청 나라장터 캡쳐)  

 

A업체는 2015년부터 NEP인증을 취득하고 정부의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됐다. 2015년부터 NEP인증의 효력이 나타나기 시작해 2018년에는 인증 유효기간이 만료됐다. 업체가 연장을 했다면 효력이 2021년까지 유지되겠지만, 해당 업체는 NEP인증을 따로 연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2019년 10월의 우수조달물품 선정이다. 이미 NEP인증의 효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돼 공고가 이뤄진 점은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다른 업계 관계자들 역시도 “NEP 인증은 2018년까지 유효한데 2019년 10월 재계약으로 우선구매대상이 된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3조와 12조 등에 따르면 최초신청시 NEP 신제품 또는 NET 신기술 등이 적용된 제품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지정기간은 3년이라 명시돼있다.

 

연장을 위해서는 별도로 NEP인증을 받을 필요 없이 △지정기간 중 수요기관 납품실적이 있는 경우 △연장신청 직전연도 총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비율이 8% 이상인 경우 △최근 1년간 수출실적이 총매출 대비 3% 이상인 경우 △소기업의 전체고용인원 증가율이 5% 이상일 경우 등 여러조건 등을 충족하면 각호에 따라 1년씩 '우수조달제품' 효력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한번 NEP인증을 취득해 우수조달물품으로 선정된 경력이 있다면 추후에 관련 조건만 충족하면 손쉽게 우수조달제품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선제적으로 인증을 취득한 업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달청 및 NEP인증 등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및 산하기관 등 199개 공공기관에서는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 구매하려는 품목에 포함되면 해당 품목 구매액 중 20% 이상을 인증 신제품으로 의무구매해야 한다. 우수조달제품에 등록되면 별도로 가산점이 부여될 뿐만 아니라 융자 우대 등 각종 금융지원 역시 받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산하기관 등이 우수조달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의 요청에 따라 NEP인증에서 별도 공문까지 보낼 수 있어 다른 경쟁사 대비 압도적 우위에 설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A업체에서는 관련 법규를 다 이행한다면 추가로 NEP인증을 연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따로 연장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경쟁업체에서는 NEP인증 효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단순히 고용이나 실적 만으로 우수조달품목 특혜를 연장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조달청 관계자는 “우수조달물품 선정은 조달청 내에서 일률적 심의를 거쳐서 성능인증이나 특허, 서면서류 등 까다로운 조건들을 거쳐 지정된다. 외부위원에 의해 심의를 진행하고 지정계에서 결정사항을 전달해주면 조달청에서 이를 공고하는 시스템”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업체 같은데서 민원이 발생하면 조달청에서도 알아보긴 하는데, (A업체는) 최근에 체크했던 업체다. 이의제기도 따로 없었다. 우수제품지정 자체가 민감한 부분이 많다보니 문제가 있으면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조달청과 A업체에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지만, 중소업체들은 이러한 기준 자체가 특정업체 밀어주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달청은 업계의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혹시 이의제기를 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질지도 의문이고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됐다. 작은 중소업체들로서는 괜히 리스크를 떠안기보단 입을 닫고 있자고 생각했고 총대를 메고 나서는 업체가 없으니 이의제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우수조달 물품으로 선정된 이력만으로 쉽게 (입찰) 조건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기존 업체들은 인증 연장 등을 거치지 않아도 쉽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며 “결국 입찰 우위를 보장한 법이 중소기업들의 자금과 기술 격차를 벌려 기업들의 경쟁을 도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송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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