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홀대받는 서양음악의 산실(産室) ②

수모 겪는 탑골공원…‘역사적 재정립’ 이뤄지길

강인 | 기사입력 2019/01/04 [12:58]

탑골공원, 홀대받는 서양음악의 산실(産室) ②

수모 겪는 탑골공원…‘역사적 재정립’ 이뤄지길

강인 | 입력 : 2019/01/04 [12:58]

▲ 강 인

그동안 탑골공원은 역사를 잃고 헤매왔다. 그러기에 이곳이 정권에 따라 특정인의 동상이 세워졌다가 끌어내려졌고, 정문에 현판 휘호가 부착되었다가 떨어지며, 소중한 사적(史蹟)을 훼손하는 상업적 구조물이 들어섰다가 철거되는 등 볼썽사나운 ‘잡골’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제 2019년 3‧1운동 100주년의 해에 맞춰 추진되는 재정비(再整備) 계획도 탑골공원의 역사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질 것이다. 

 

어찌 보면 탑골공원의 모든 과거가 항일(抗日)역사에 매몰(埋沒)되어버린 듯하다. 그러나 탑골공원의 역사적 성격이 3‧1운동의 발상지라는 의미에만 국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발상이다.

 

음악적‧과학적 측면에서 우리민족의 선진적 우월성을 국내외에 드러내고 일제의 암울한 삶속에서 서양음악 연주회를 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던 장소. 소중한 무형의 역사를 재현함으로 평화를 위한 ‘역사문화예술공간’으로 재정립돼야한다.

 

탑골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학교이자 최초의 서양음악 상설 야외공연장이었으며, 최초로 음향공학에 의해 건축된 야외무대인 ‘팔각정’ 등이 세워진 장소다. 이곳에서는 대한제국 애국가가 서양 악기 연주에 의해 최초로 울려 퍼졌다. 

 

그동안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역사성을 회복해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명으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 ‘한국경제문화연구원’이 정부의 지원과 음악계와의 협력으로 이러한 공익적 사명을 이루어가고자 하며 몇가지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1906년 10월6일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에케르트가 작곡한 애국가가 처음 연주된 기념사진. 

 

정기연주회 재현(再現)

 

탑골공원 주변은 젊은이와 노인, 외국인 관광객, 음악인 및 음악애호가 등 유동인구가 밀집된 곳으로 이곳에서 과거 행해졌던 연주회를 재현하는 것은 각계각층의 시민이 동참하는 고상한 문화예술의 명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공연횟수는 과거 시행방식과 동일하게 주 1~2회로 하며 동절기를 제외한 4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다. 공연내용은 기악(독주‧현악합주‧관악합주‧오케스트라 등)과 성악, 소극장용 오페라, 국악, 무용, 연극 등이다. 보조시설로는 보조무대와 조명‧음향보조시설 등과 평소 이를 보관할 창고가 설치될 필요가 있겠다. 

 

프란츠 에케르트 동상 건립하고 ‘기념사업회’ 결성해야

양화진의 에케르트 무덤, 일본 관광코스로 개발 필요

 

이곳에는 한국음악계의 은인 프란츠 에케르트의 동상을 건립해 음악계를 중심으로 음악애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프란츠 에케르트 기념사업회’를 결성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로 여겨진다. 이미 일본은 에케르트의 고향인 옛 프로이센 지방에 동상을 세워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매년 프란시스 에케르트 기일에 주한독일대사관과 함께 경모대회를 실시해 한독 수교일에 양국의 음악인을 교환하고 기념연주회를 개최해 한독문화교류의 증진을 꾀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일본인들의 관광장소가 될 수도 있다. 프란츠 에케르트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의 작곡자지만 한때 군국주의의 강화로 일본 지도자들 중에는 자국(自國)의 국가가 외국인에 의해 작곡된 것을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에케르트의 무덤이 한국에, 그것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양화진에 묻혀있는 것을 아는 일본인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양화진에 소재한 에케르트의 무덤과 그의 동상이 세워진 탑골공원을 일본인에게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것은 관광산업 측면이나 한일 우호증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 탑골공원 팔각정의 현재 모습.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

 

탑골공원, 국내 음악계의 단합과 발전의 중심지 되길 

탑골공원은 우리 음악계의 본가(本家)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인을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은 각자 모래와 같이 빛나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는 문화예술의 햇살이 비칠 때뿐이다. 해가지면 그 빛을 잃는다. 

 

지금과 같이 해가져서 ‘노래를 잃어버린 시대’에는 음악인이 단합해야 소생과 발전을 통해 음악계 본연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탑골공원이 음악인을 하나로 묶는 시멘트 역할을 함으로 음악계의 단합과 발전의 콘크리트 같은 영역(領域)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찍이 영국의 처칠 수상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산실인 탑골공원이 한세기가 지나도록 이토록 홀대받고 있는 원인은 역사를 잊은 것이 아니라 ‘역사를 모르기 때문’이거나 ‘음악 경시풍조에 의한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몰랐다면 무지의 소치이고 음악 경시풍조에 의해서라면 문맹에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나무도 뿌리가 튼실해야 잎이 무성하고 꽃이 만발하며 풍성한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뿌리가 되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한 국가사회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함을 감안할 때 이제라도 탑골공원에 대한 관심을 통해 그동안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던 역사를 재정립해 탑골공원이 팔각정을 중심으로 상설 야외연주회를 재현하고, 문화예술인 및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모여 건전한 문화적 활동이 꽃을 피우는 공간으로 탈바꿈 돼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2019년 3‧1운동 100주년에 즈음하여 탑골공원의 재정비 계획을 맡은 서울특별시와 종로구청, 문화재청 그리고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등 정부 관계기관에 의해 성숙된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강  인

문화예술평론가

한국경제문화연구원 문화예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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