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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택시 기획②] 도로 위의 살인미수…‘스텔스 자동차’를 아십니까

스텔스 차량·쌍 라이트 운행 모두 ‘불법’…위험성 대비 약한 처벌 ‘문제’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6/05/24 [17:57]

[Mr.택시 기획②] 도로 위의 살인미수…‘스텔스 자동차’를 아십니까

스텔스 차량·쌍 라이트 운행 모두 ‘불법’…위험성 대비 약한 처벌 ‘문제’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6/05/24 [17:57]

[문화저널21=박영주 기자] 통칭 ‘스텔스기’라 불리는 전투기는 적의 탐지장치에 발각되지 않도록 개발돼 레이더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 덕분에 스텔스기는 적을 기습적으로 공격해 치명타를 입힌다. 

 

하늘 위에 스텔스기가 있다면 지상의 도로 위에는 ‘스텔스 차량’이 있다. 전조등이나 후미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차량을 일컫는 용어인데 캄캄한 밤에는 순간적으로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스텔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로 위의 살인미수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스텔스 차량은 자신과 상대방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자나 마찬가지다. 택시운전기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스텔스 차량을 만난다. 스텔스 차량에 의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운전기사들에게 들어봤다.

 

▲택시 운전기사 정기용 씨의 뒷모습. 그는 스텔스 차량만큼 쌍 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량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박영주 기자


전조등 끄는 스텔스 차량, 쌍 라이트 켜는 차량 모두 문제

“남만 위험한 게 아니라 자신도 위험…멋 때문이라면 자제해야” 

 

택시운전기사인 김종명 씨는 “멋으로 그런다는 사람도 있는데, 아닐 말로 멋 때문에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스텔스 차량은 주변 사람들까지 죽일 수 있는 것”이라고 불평을 터뜨렸다. 

 

김 씨는 “택시기사를 하다보면 손님 때문에 황당한 일보다는 차량들 때문에 황당한 일이 더 많다”며 “사고날 뻔한 적이 몇 번 있다. 뒤에 (스텔스 차량이) 딱 붙어 있는데 백미러로 보니까 아무것도 없어서 차선변경하려 했는데 부딪힐 뻔 했던 적이 있다. 신호 대기할 때 라이트 좀 켜라고 말했는데 ‘내 마음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신경도 안 썼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입차의 경우 시동을 켜면 전조등이 안 켜지더라도 앞에 LED 등이 켜진다. 하지만 국산차의 경우는 전조등이 안 켜지면 보이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번 궁금해서 다 끄고 운전을 해봤다. 그런데 스스로도 잘 안보여서 위험했다. 자기도 남도 위험한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멋을 부리는 거라면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는 몇 번씩 민원도 넣고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상황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실제로 스텔스 차량의 경우 단속도 까다로울뿐더러 걸리면 ‘몰랐다’, ‘고장 나서 고치려고 했다’ 등의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다. 

 

다른 택시 운전기사들은 스텔스 차량도 위험하지만 ‘쌍 라이트’를 켠 자동차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전조등을 HID(High Intensive Discharge)램프로 불법 개조하는 자동차들도 많다. 이 경우, 룸미러나 사이드 미러를 통해 보거나 직접적으로 마주보면 눈이 부셔서 순간 시야확보가 어렵다.

 

정기용 씨는 “쌍 라이트를 켠 차량이 뒤에 있을 때는 문을 열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사인을 주는데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쩔 때는 너무 눈이 부셔서 잠시 사이드 미러를 접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한번은 너무 심하게 라이트를 켜고 있어서 일부러 그 차를 먼저 보내주고 나도 쌍 라이트를 켜고 따라갔다. 100m 정도 가다가 살짝 빠지면서 쌍 라이트를 끄고 손으로 깜빡깜빡 사인을 줬다. 그런데도 무시해서 답답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어둡고 한적한 길을 운행할 때는 쌍 라이트를 켜도 상관없지만 반대편에서 차량이 올 때는 쌍 라이트를 끄든가 하향조정을 해 반대차선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매너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런 매너가 없는 운전자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너무 쉽게 딸 수 있게 된 운전면허가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운전을 함에 있어 기본적인 매너를 숙지하지 않은 상태로 도로에 나온다면 스스로에게도, 다른 운전자에게도 위협을 가하게 된다.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지는 도로 상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매너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접적인 충돌이나 접촉은 없었지만 사고의 주요 원인을 제공하는 이런 차량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법률사무소 ‘집’의 원영섭 변호사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 법률 사무소 내에 산적한 사건 자료파일 © 박영주 기자


쌍 라이트 운행, 스텔스 차량 모두 ‘불법’…20만원 이하의 과태료 내야

위험성에 비해 적은 벌금…실제 생명을 잃은 이들만 억울하다

 

현재 원영섭 변호사가 담당하고 있는 사건이 제목 그대로 도로 위의 살인미수범 ‘스텔스 차량’에 대한 것이었다. 스텔스 차량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있을까. 

 

도로교통법 제 37조 차의 등화와 관련된 법률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모든 차량 운전자는 해가 진 이후인 밤, 안개가 끼거나 비 또는 눈이 올 때, 터널 안을 운행할 때는 전조등, 차폭등, 미등 등을 켜게끔 돼있다. 단, 고장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도로에서 정차 혹은 주차할 때는 제외한다. 

 

쉽게 말하면 어둡거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운행 시 반드시 라이트를 켜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 조항에는 쌍 라이트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모든 차량 운전자는 밤에 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거나 앞차의 바로 뒤를 따라가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화의 밝기를 줄이거나 잠시 등화를 끄는 등의 조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지난 2011년6월에 개정된 해당 법에 따르더라도 쌍 라이트를 켜고 운행하며 다른 차량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어길 시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들이 가져오는 피해규모를 고려하면 형벌이 너무나 가볍다는 문제점이 있다.

 

운전자가 놀라기만 하거나 가벼운 접촉사고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스텔스 차량으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인 2015년6월19일 밤11시경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자이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일어난 교통사고가 단적인 예다. 

 

해당 사건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던 중 직진 주행 중이던 차량에 치어 사망한 사건이다. 처음에는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 100%로 결론이 날 뻔했지만, 당시 직진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은 상태로 노란불로 바뀌고 난 뒤 빠른 속도로 직진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빠르게 직진하는 스텔스 차량이 보이지 않아 오토바이 운전자가 차량 발견이 늦어져 이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오토바이 운전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운전자는 예비 신랑이었다. 이로 인해 한 가정이 와해되고 신혼의 꿈을 꾸던 예비신부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말았다. 물론 신호 위반을 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도 과실은 있지만, 스텔스 차량이 가져오는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 중 하나로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외에도 많은 이들이 스텔스 차량이나 쌍 라이트를 켠 차량에 의한 위험에 직면한다.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라면 이미 늦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들이 차량 출발 전에 라이트가 켜져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른 차량을 위해 라이트 밝기를 조절하는 매너를 갖추는 것이다. 또한 라이트를 켜지 않는 행위가 나와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살인미수행위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수많은 살인미수 차량들이 도로를 활보한다. 모두가 안전한 도로환경을 위해서라도 내 라이트가 제대로 켜져 있는지, 너무 밝아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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