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택시 기획①] 취객과 노쇼(No-show) 고객에 우는 택시기사들

도로 위의 감정노동자…“취객 덕에 먹고사는데, 우린 그냥 참아야해”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6/05/19 [10:55]

[Mr.택시 기획①] 취객과 노쇼(No-show) 고객에 우는 택시기사들

도로 위의 감정노동자…“취객 덕에 먹고사는데, 우린 그냥 참아야해”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6/05/19 [10:55]

[문화저널21=박영주 기자] 3시와 4시 사이. 직장인들은 열심히 일에 매달리던 중 ‘퇴근까지 얼마나 남았나’ 시계를 볼 시간이다. 날씨가 더운 날에는 가장 능률이 오르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택시기사들에게는 하루 중에서 가장 한가한 휴식시간이 이 시간이다. 1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택시 주차장을 급습해 단란한 휴식을 깨뜨린 불청객을 택시기사들은 따뜻하게 맞아줬다. 

 

술을 마신 날이면 없어서는 안 될 ‘택시’지만 이들에게도 고충은 많다. 도로 위의 감정노동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취객과 노쇼(No-show) 고객에 운다.

 

▲ 18일 오후 4시, 택시 차고지에서 택시기사가 차량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술 마시고 폭언하는 손님들, 꼬박 한두 달에 한 명
“술 마시고 판단력이 흐려졌으니 어쩌겠어. 우린 그냥 참아야지”

 

직업이 직업인만큼 택시기사들이 가장 많이 대하는 손님은 단연코 ‘취객’이다. 그러다보니 별의 별 손님을 다 본다고 한다.

 

“어떤 여자 분은 술을 엄청 먹고 뒷좌석에 뻗어서 자는데 치마가 위까지 올라가서 인사불성이 돼 있더라고. 내가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고 흔들어 깨울 수도 없으니까 갓길에 차를 대고 지나가던 아주머니한테 좀 깨워달라고 부탁했지. 아주머니들 잘 두들겨 깨워 줘.”

 

20년 가까이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는 한 아저씨는 사연을 털어놓으며 웃었다. 택시기사들이 겪는 황당한 일은 수없이 많다. 서울에서 안양까지 가놓고는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버리거나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폭언을 쏟아내는 손님들도 있다. 신호를 위반하고라도 빨리 가라고 윽박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택시기사들은 항변을 할 수가 없다. 괜히 시비가 붙었다가 손님이 경찰에 신고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들도 감정노동자였다.

 

택시기사들은 ‘술 마신 아저씨·아주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고 입을 모았다. 폭언을 하다가도 성이 풀리지 않아 손이 올라가기도 한다고. 버스에는 손님이 기사를 폭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 보호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택시에는 그런 것이 없다.

 

간혹 여자 택시운전기사들이 안전을 위해 택시 내부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개인 사비로 설치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내부에 블랙박스를 다는 방법도 있지만 기사가 소속된 회사에서 달아주지 않는 이상은 개인이 사비를 들여 블랙박스를 설치해야 한다.

 

취객에 의해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사례는 한두 달에 한번 정도지만 기사들은 이마저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택시기사는 “술 먹고 욕을 해도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희가 돈을 벌 수 있는 거잖아요. 술을 마시고 이미 판단력이 흐려졌는데 어쩌겠어. 제 정신인 우리가 그냥 참아야지”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취객'이기도 하지만 다른 것도 있었다. 바로 '카카오택시'의 콜 기능이었다.

 

▲택시기사 김종명 씨. 그는 콜 불러놓고 나타나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 © 박영주 기자

 

“콜 불러놓고는 가보면 없어” 노쇼(No-show) 고객에 우는 택시기사들
카카오 콜은 애증의 관계…“애 먹기도 하지만 카카오 택시가 안전하니까요”

 

카카오 택시라는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택시기사들은 이것이 ‘양날의 검’이라고 주장한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놓고 기사가 목적지로 갔지만 손님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참 뒤에 받은 손님은 “택시 탔는데요”라고 말한다. 예약을 했지만 나타나지는 않는 전형적인 노쇼 고객이다.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콜 취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예약 취소를 눌러버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하루에 많게는 서너건, 적게는 한건은 무조건 발생한다고 한다.

 

카카오나 티맵을 초창기부터 써왔다는 김종명 씨는 “그럴 때 제일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며 “콜센터에 전화해서 항의도 해봤지만 중요한 것은 택시를 이용하는 분들이 그런 기본적인 매너는 지켜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사들도 콜을 하나만 켜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켜 놓고 있다가 더 좋은 콜이 있으면 전에 받았던 콜을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대부분 일방적 취소는 손님들이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개인적 사유로 취소한다고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다.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면 화가 덜 난다”며 “기본적인 예의는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카카오 콜이 여러모로 좋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무엇보다 카카오 택시는 안전하다”며 “택시 기사가 머리를 대는 쪽에 다 GPS가 내장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콜을 불렀을 때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김씨는 이날 여성분들은 웬만하면 택시를 이용할 때 콜택시를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콜을 받는다는 것은 회사라든지 지구대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증거”라며 “거의 드물지만 택시 중에도 도난차량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콜을 부르면 도난차량이 올리는 없다. 범죄의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콜 택시를 추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 글쎄 이런 일이 있었지 뭐야" 18일 오후 4시, 택시 차고지에서 기사들이 모여 얘기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술 마셔도 이건 꼭 확인하세요” 택시 기사들이 알려주는 팁   
콜 부른 택시 번호·목적지 확인해야…“지인에게 메시지 보내는 것도 추천”

 

택시 기사들은 콜을 부르더라도 자신이 부른 택시가 맞는지 번호를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김종명 씨는 “저도 가끔 콜 부른 손님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적지 이름을 대면서 거기가는 것 맞냐고 묻는다. 하지만 안 묻는 기사 분들도 있으니 손님들이 제대로 확인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카카오 택시 기능 중에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다”며 “가능한한 그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과거 카카오 택시가 없었을 때는 지인이 차 번호표를 외워놓는 방법을 쓰기도 했지만 기사들은 단순히 차번호를 외워두는 것은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을 했다.

 

“번호를 외우는 것은 일이 터졌을 때 재빨리 추적하라는 건데, 이미 일이 터지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러니 카카오 메시지 기능을 활용하는 게 좋죠.”

 

이날 만난 택시기사들은 다 어느 집의 아버지요, 할아버지였다. 택시 운전대 하나만 잡고 자식들을 길러냈다는 택시 아저씨들은 “나는 이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택시기사들은 “저희는 을이 아니고 종도 아니에요. 기사들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해본다면 저희도 손님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때로는 손님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슬퍼하고 화도 내주는 택시기사들이 ‘도로 위의 감정노동자’가 아닌 ‘도로 위의 감정치료사’로 거듭나려면 택시를 이용하는 우리들의 올바른 자세가 필요하겠다.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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