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예비후보가 종합 득표율 56.53%를 기록하며 한동훈 전 예비후보(43.47%)를 꺾고 본선에 진출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이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이다. 약 10여 년의 정치 공백을 뛰어넘어 김 후보가 다시 주목받게 된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른바 ‘윤심(尹心)’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계엄 사과’ 거부로 보수 진영 지지율 1위… 윤석열 지지층 덕에 후보 확정
1951년 경북 영천 출생인 김문수 후보는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참여해 1971년 위수령 반대 시위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에서 두 차례 제적당한 바 있으며, 결국 25년 만에 뒤늦게 졸업장을 받았다. 이후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하며 본격적인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고, 이 과정에서 수차례 고문과 투옥을 겪었다.
1994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 보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후 3선 국회의원(부천 소사구)과 재선 경기지사를 지냈으며, 이후 한동안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발탁돼 정치에 복귀했고, 2023년 8월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김 후보가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12월 11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무위원 기립 사과 요구를 거부한 사건이다.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던 김 후보는 다른 장관들이 고개를 숙이는 가운데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꼿꼿한 태도는 보수층의 강한 인상을 남기며 김 후보를 단번에 지지율 1위로 끌어올렸고, 윤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에 힘입어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은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출당을 요구할 생각이 없으며, 인위적인 관계 단절도 없다”고 밝히면서, 향후 대선 국면에서 윤 전 대통령의 소환 가능성도 시사했다.
빅텐트 구축 쉽지 않을 수도… 단일대오가 선결과제, 계엄 사과·한동훈 달래기 과제
김문수 후보는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모두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승리했다. 특히 당원투표에선 20%p 이상 앞서며 보수층의 뚜렷한 표심을 입증했다.
김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제 한 몸이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반(反)명 연대’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연대의 1차 목표는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다. 이와 관련해 김문수·한덕수 양측 캠프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빠른 협상이 예상된다. 양측 모두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져야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만큼, 협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일화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이견도 감지된다. 김 후보는 단일화 주체는 국민의힘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재명과의 1:1 대결' 문항을 선호하는 반면, 한 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우위를 내세워 '후보 적합도' 문항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문항을 둘러싼 조율이 단일화 성패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설령 김문수-한덕수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다음 단계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는 더욱 난관이 예상된다. 이준석 후보 입장에선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단일화에 응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선거 막판 지지율 흐름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낙연 전 총리 등 반(反)명 민주당계 인사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현재 김문수 후보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일대오 구축이다. 후보 선출 직후 김 후보는 한동훈·안철수·나경원·양향자 등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발표하고 선대위를 출범시켰지만, 한동훈 후보는 일방적 발표였다며 선대위 참여를 거부했다. 또한 안철수 의원은 4일 첫 선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에게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김 후보의 답변이 주목되고 있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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