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애매한 태도에 엇갈린 당정청…레임덕 논란까지

강도훈 기자 | 기사입력 2021/02/25 [14:48]

靑 애매한 태도에 엇갈린 당정청…레임덕 논란까지

강도훈 기자 | 입력 : 2021/02/25 [14:48]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검찰개혁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속도조절을 당부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가, 여당 원내대표의 지적을 받고 이를 철회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속도조절론과 관련 “저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며 당론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신현수 패싱, 대통령 패싱 논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해석까지 놓고 당청 충돌 양상이 빚어지면서 혼란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임기 하반기 문재인 정부 레임덕이 본격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 청와대 전경. (사진=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vs 여당 원내대표, 때아닌 설전

유영민 “대통령 속도조절 당부”, 김태년 “그 워딩 아니잖나”

속도조절론 놓고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반기든 與 인사들

박범계 “저는 법무부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의원”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놓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태년 여당 원내대표가 때아닌 설전을 벌였다.

 

유 비서실장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조절을 당부했다”며 “팩트는 임명장을 주는 날 대통령이 차 한잔 하면서 당부할 때 이야기가 나온 사항”이라 말했고, 이에 국회 운영위원장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 하라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받아쳤다.

 

김 원내대표은 재차 “그렇게 답변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조절 워딩을 쓰신게 된다”고 지적했고, 유 비서실장은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유 비서실장은 정회했을 때 확인했다며 “속도조절이라는 표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엇갈린 해석을 보이며 충돌한 모습은 고스란히 노출됐다. 

 

청와대와 여당 사이의 ‘속도조절론’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입으로부터 촉발됐다. 

 

당시 박 장관은 “대통령이 제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가지다.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하고 두번째로는 범죄수사 대응능력, 반부패 수사역량이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후 여당에서는 당정청간 이견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속도조절은 아니라는 취지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냈다. 

 

박범계 장관의 전임자였던 추미애 전 장관도 “이제와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버린다”고 지적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온 국민이 검찰의 폭주를 목도한 이후 국회가 주도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과제를 실현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속도조절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는 법무부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며 “당론이 모아지면 따르겠다”고 발언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박 장관은 “실무적으로 법무부가 제 의견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간의 차이를 조절해가고 있는 단계”라며 “검찰조직과 인사체계에 관한 진단을 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당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 장관의 발언을 놓고 야당에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인식이자 망언”이라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가뜩이나 대한민국 법무부가 민주당 법무부로 전락한 마당에 장관 스스로 민주당 당론을 따르는 의원이라는 점을 공개했으니, 그 자리를 유지해선 안될 것”이라며 “더는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으로 놔둘 수 없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에서는 신현수 패싱이나 대통령 패싱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발언이나 여당 의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사실상 대통령이 제대로 패싱되는 모양새는 감출 길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표명 사태로 촉발된 검찰고위인사에 대해서도 24일 유영민 실장은 “인사안을 발표하기 전에 정상적으로 (대통령의) 승인이 이뤄졌고, 7일 법무부가 발표했다. 8일 전자결재로 재가했고 인사발령은 9일에 됐다. 정상적인 프로세스”라 말했지만 이는 패싱론에 더욱 불을 붙이고 말았다. 

 

야당 운영위원들은 “헌법에도 대통령의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한다고 돼있다. 전자결재든 뭐든 결재하는 순간이 대통령 승인인데 그 전에 발표하니까 패싱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 지적했고, 과거 민정수석을 지냈던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역시도 이러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여당 의원들은 “절차대로 잘 진행됐다. 실무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것을 가지고 혼란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정치 공세로 삼을 수도 없다”고 반박했지만, 정작 유영민 실장은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거쳤다면 왜 신현수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검찰인사와 개혁속도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이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청와대 참모진들의 말까지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문화저널21 강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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