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 문서진 화백 - 초월의 미학

김월수 | 기사입력 2020/11/18 [14:42]

[미술평론] 문서진 화백 - 초월의 미학

김월수 | 입력 : 2020/11/18 [14:42]

문서진화백은 대자연의 섭리를 꿰뚫은 고도의 정신성(철학)을 바탕으로 농밀한 색채와 숙련된 필치로서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초월의 미학을 드러내고 있다. 

 

▲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 162.2×130.3cm Water Color on Paper 199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꿈과 현실의 경계 너머

 

문 화백은 보이는 자연과 사물에 대해서 심리적으로 접근하고 철학적 사유를 통해 궁극의 미를 드러내고 한다. 모정이 서린 고향의 겨울 풍경 속에서 심리적으로 접근하여 하얀 눈이 내린 풍요로운 땅에서 마른 풀과 낙엽 떨어진 나무들 그 사이 햇살이 드리운다. 작가는 어머니의 품(고향)과 같이 녹녹치 않은 차가운 현실의 삶 속에서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를 피운다. 그것은 마치 한 편의 시적인 전경 속으로 이끌고 나아가면서도 철학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가?

 

극사실주의(현실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내는 기법)처럼 자연의 풍경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서양의 자연주의(초월적·신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정신현상을 포함한 세계의 모든 현상과 그 변화의 근본원리가 자연이나 물질에 있다고 보는 철학적 체계)와 자연을 관조해서 바라보는 초월적인 경지를 추구하는 동양의 명상과 같이 함께하는 조화의 눈으로 사물의 빛과 그림자의 경계로부터, 색채로 빚어낸 듯 물성과 정신성까지도 담아낸다. 여기서 집중된 의식(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인식하는 작용)의 발현이고 겉으로 드러난 세계와 이면의 세계 안에서 어둠 속의 빛으로 나아가는 초월의 미학으로 드러난다. 이는 생각의 얽매임과 닫힌 마음을 떠나서 자유로운 영혼, 즉 의식에 초점을 맞출 때 양자도약(양자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흡수 또는 방출되는 현상)처럼 혁명적인 의식의 변환(의식 스펙트럼의 동일수준 내에서의 변화를 꾀하는 번역작업)과 변용(한 수준에서 다른 수준으로 이동했을 때 일어나는 번역작업)이 이루어지고 작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켄 윌버의 <의식의 스펙트럼>에서) 이것은 오래 동안 높게 진화된 영혼의 떨림과 울림으로부터, 스며듬과 드러냄 그 사이 침묵의 자리에 살포시 놓인다. 인도 히말라야 산트 타카르 싱의 “명상은 영혼이 하는 것입니다. 명상은 육체나 마음에 속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문 화백의 작품은 수채화 기법으로 붓의 움직임 속에서 속도의 변화와 힘의 크기를 적절히 하여 이는 바람의 흔적과 차가운 공기까지 담아낸다. 햇살이 드리운 겨울 숲의 전경 속에서 하나의 사물처럼 집중하게 하고 마음의 빛과 그림자를 벗어놓게 하며 나를 잊는다. 이는 푸른 바람의 숨결처럼 켜켜이 쌓인 시공간으로부터, 모든 순간의 영원으로 회귀하게 했다가(블랙홀처럼), 솟아난 샘물과 같이 정화의 길로 찾아서 빠져나오게 한다.(화이트홀처럼)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나를 잊은 듯이 바라다본다.

허공(虛空)의 눈으로

 

사물과 빛이 만나는 그 경계면을 뚫고 들어가

의식과 무의식처럼 유와 무의 사이

 

그것은 마치 사물의 뒷면 그림자의 집

깊은 잠재의식까지 내려간다. 

 

그 이면의 세계까지도

직관적인 감성의 불꽃 속에서  

 

숨죽이듯 일으켜 세운 의식의 칼날로 

깊이 아로새겨 옮겨 놓는다.

 

서양화가 문서진 화백의 “고개 너머 어머니의 품” 보고 쓴 시

 

▲ 왼쪽부터 각각 Time & Culture 97×162cm Mixed material 200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단상

 

문 화백은 작품 속에서 변하지 않는 자연인 생명의 바다와 인위적으로 만든 문화(토기)나 사물 등이 중첩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자연 속의 문명은 인류가 손을 사용해서 만들고 사용하다가 남겨진 유물(역사)로서 시간과 공간의 역학적인 관계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있다. 모든 사물과 배경 사이로 무(無)나 허(虛)의 시공간 우주 창조의 근원 자리로 회귀한다(우리가 시간에 대해서 설명할 때, 구조적인 단위로 ‘처음’과 ‘끝’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시간을 구성하는 두 개의 축으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공간에 대해서는 ‘있음’은 ‘없음’의 상대적 관계로 존재한다. 따라서 시간은 처음과 끝이 실체가 없는 공허한 기표처럼 공간은 크고 적음 또한 고정된 체(體)가 없다는 것이다). 이때,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나 영생과 부활의 길이 열어주듯 벅찬 감동의 물결로 밀려든다. 

 

이러한 작품은 초현실주의의 기법(상상이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있을 법하지 않은 일 등 그림으로 나타내는 것)에서 비논리적 상황을 표현하는 데페이즈망(일상적인 관계에서 사물을 추방하여 이상한 관계에 두는 것)으로 그려냈고, 여기에 아크릴과 유화, 먹 등 혼합재료를 사용하면서 풍부한 감성과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끔 한다. 

 

문 화백의 작품세계를 보면 과거와 미래, 그리고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도 상생과 변혁의 길을 찾아낸 듯하다. 이는 어둠의 힘은 깊이를 만들고 빛의 힘은 높이를 형성하면서 절묘한 조화의 미를 드러내고 있다.

 

Time & Culture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창조하는 인간은 

신의 그림자와 같아라.

 

삶과 죽음으로 엮여진 

오묘한 진리의 고리

 

자연의 섭리로부터

생명의 매듭 이어가듯

 

공간과 시간 사이

움트는 생명의 소리

 

불과 물의 조화처럼

멋진 삶의 향기로부터

                   

서양화가 문서진님의 “Time & Culture” 보고 쓴 시

 

▲ 왼쪽부터 각각 Zero Mass 72.7×60.6cm Mixed media 2000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의식과 무의식으로 떠난 내면으로의 여행

 

2000년대 초반부터 낯섬과 익숙함 또는 현실 그 너머 Zero Mass(무중력) 시리즈 작품들로 나타난다. Zero Mass(무중력) 시리즈 작품에 대해 작가노트 등을 통해 배경과 의미 등 찾아 볼 수 있으나, Zero Mass(무중력) 시리즈 작품의 본질적 특성은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초현실주의로 해석된다. 심연으로 심전 되듯 생각한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확인하듯 집중해서 그 감각을 접근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되며 하나의 영감처럼 ‘이것이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려야 한다. 고통과 역경을 이겨 내는 가운데 찾아오듯 무화되거나 텅 빈 허공 속에서 피워낸 한 송이 꽃처럼 가라 안자다가 떠오르는 붉은 사과(태양이나 달)가 된다.

 

20세기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 이론가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적 방법을 “마음의 순수한 자동 현상으로서 사람이 입으로 말하든 붓으로 쓰든 또는 어떤 방식에 의해서든 간에 사고의 참된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며, 이것은 또 이성에 의한 어떠한 감독도 받지 않고 심미적인, 또는 윤리적인 관심을 완전히 떠나서 행해지는 사고의 구술”이라고 설명한다.

 

Zero Mass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살며시 반쯤 눈 감고 바라다본다. 

내 심연의 바다

 

온몸에 힘 빼고 

너울대는 파도와 춤춘다.

 

푸른 바람의 숨결 속에서

어느덧 새의 날개가 돋는다.

 

우주의 자궁처럼

그곳은 내 영혼의 안식처

 

서양화가 문서진 화백의 “Zero Mass” 보고 쓴 시

 

심층심리에 대한 통찰- 마음의 안식처 

 

작가는 하나로 집중된 생각 속에서 보는 이(감상자)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보호막(의식의 경계면)과도 같은 3차원적인 이미지의 세계가 펼쳐진다. 무릉도원과 유토피아(utopia)처럼 이상 세계(현실적 모순과 부조리가 없는 이상적이며 완전한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데 어두운 밤 빛나는 달과 별들이 차가운 현실의 삶 속에서 소망과 희망의 씨앗 싹틔워내듯 조선의 도공이 영감으로 완성시킨 달항아리처럼 작가라면 누구나 진리의 길을 가듯 어렵게 먼 길을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달려왔으나 허탈한 마음과 느낌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것은 숙명처럼 빛과 그림자는 따로 떨어져 존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등산하듯 욕심 없이 낮은 산의 정상에 올라가 바라보면 저곳에 높은 산도 있고 또 다른 산들의 정상이 보이게 된다. 이때가 되면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공허해진다. 왜냐하면 하얀 여백의 공간에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구축하기 위해 자신만의 언어로서 일정한 리듬과 규칙을 제시하고 특별히 멋진 산의 모습을 창출해야 한다. 또한 이미 보여준 산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때, 위대한 화가의 사명과 소명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문 화백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달항아리’는 달항아리 작업을 하는 내겐 충격이었고, 작품의 흐름을 바꾸게 하는 일종의 계시였다”라고 말하고 있다.   

 

문 화백의 예술철학은 “단조로운 가운데 단조롭지 아니하고, 마치 생명의 떡잎처럼 불완전한 듯 하면서도 생동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하여, 안정된 가운데 평온함을 주면서 사색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 달항아리 40.9×53.0cm Mixed media 201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문 화백의 초기 달항아리 속에는 스토리텔링처럼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을 풀어내다가, 고요와 격랑이 있는 바다로의 여행을 하기도 했으며, 눈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가로등 밑을 거니는 남산의 풍경, 담백하고 간결한 달항아리 속에 한 송이의 꽃이나 열매만 지향하기도 하다가 결국은 진리처럼 본질(사물을 그 자체이도록 하는 고유한 성질)의 존재 그 자체라는 뜻에서 사물의 실체라는 철학적 사유에 이르게 된다.

 

달항아리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어두운 밤은 

꿈꾸는 자의 것.

 

영감의 달이여! 

창조의 역사를 쓰고 있구나.

 

한 편의 시 속에서

소망의 꽃과 꿈의 열매로 변하지 

 

한 폭의 그림 안

따스한 어머니의 마음 같아라.

 

금빛 바다에 고기잡이배가 되고

함박눈 오는 날 우산이 된다네.

 

서양화가 문서진 화백의 “달항아리” 보고 쓴 시

 

현대미술은 일상과 현실 속에서 숨겨진 창의적 시각과 미적 감수성을 통해 생각하고 느껴지게끔 제시하여 그 가치와 효용을 드러내어야 한다. 문 화백은 서양미술의 시각과 동양미술의 관점을 잘 아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미적 사유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물(달항아리)의 기능과 특성에 대해 재해석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절제의 미와 함축된 의미를 담으려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바로 사물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것이라 했고, 사물의 존재 그 자체라는 뜻에서 사물의 실체라고 했다. 또한 본질은 사물의 정의에 포착되는 것으로 개개 사물의 공통성인데, 이 공통성은 개개 사물 속에 있어 그 사물의 존재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 태생인 파울 클레의 말처럼 “예술은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폴란드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에 따르면,  현대문명은 “독창성과 상상력, 나아가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 가진 사람을 원한다고 한다.

 

▲ Mind Vessel 53.0×45.5cm Mixed media 2019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근원에 대한 단상

 

문 화백의 달항아리 작품은 바탕을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 후 유화를 덧칠해 나가는 과정에서 대상을 먹 등으로 스케치해 나아간다. 불(유화)과 물(아크릴 물감), 그리고 먹(그으름) 등 서로 다른 물성을 통한 갈라짐과 뭉침으로 인해 융기와 침강이 되면서 표면의 질감으로 표현되었다. 여기서 원형의 형상(달항아리)이란 근원 즉 모든 것의 시원(토대)이 된다는 의미에서의 중심이다. 이로써 마치 태양계에 있는 지구와 같이 하나의 행성처럼 작가만의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완성한다.  

 

Mind Vessel

 

七星(칠성) 김월수(金月洙)

 

너는 어둠 속의 빛처럼 

저 멀리 빛나는 별이다.

내 손끝에 모인 생각의 불꽃 태우는 사이

마음의 배 띄워 인연의 바다 건너 너에게 간다.

 

하늘마음 품고 사는 너와 같이

텅 빈 가슴에 메운 삶의 향기와 인생의 맛

 

시간의 끝자락 공간의 틈으로 말리고

토해내듯 공간의 속살 밖으로 펼쳐낸다. 

 

우리는 세월이라는 화석의 무늬 안에서  

아로새겨진 추억처럼 영롱한 보석이 된다.

     

서양화가 문서진 화백의 “Mind Vessel” 보고 쓴 시 

                   

문 화백이 작품의 세계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커다란 사각은 귀퉁이가 없고 큰 그릇은 더디게 이루어지며, 큰 음은 소리가 희미하고 큰 형상 곧 도는 아무 형체가 없다.(大方無隅 大器晩成 大音希聲 大象無形)’라는 것과도 상통된다. 

 

끝임 없는 노력과 창조적인 영감을 통해 탄생된 (최근) 달항아리 시리즈를 보면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물성과 내재적인 본성까지도 깊이 이해하고 높게 진화된 영혼의 떨림과 울림이 퍼져 나오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물아일체적인 감동이 전달되고 있는 듯하다.

 

문서진화백은 개인전 11회, 2인 전 1회,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120여회에 참가했으며 수채화부문과 양화부문에서 대한민국 미술대전 입선 등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서양화 지도강사활동과 더불어 MBC 주말 연속극 '민들레가족' 외 다수의 드라마에 작품을 협찬했다. OBS 이주의 화제 현장, SBS 컬쳐 클럽에 출연한 바 있으며, 2010년부터 본격화된 달항아리 작품들은 작가만의 독보적 아이템인 달항아리 시리즈의 작품을 선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다. 

                                 

2020년 11월 17일 미술평론(화가·시인) 김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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