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통신비‧독감백신이 남긴 ‘씁쓸함’

정치권, 안되면 말고 식으로 이슈‧표심몰이에 급급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9/23 [10:09]

전국민 통신비‧독감백신이 남긴 ‘씁쓸함’

정치권, 안되면 말고 식으로 이슈‧표심몰이에 급급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9/23 [10:09]

통신비 2만원 16세~34세, 65세 이상 선별지원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 105만명 확대로 가닥

정치권, 안되면 말고 식으로 이슈‧표심몰이에 급급

실효성 고민 없었던 주장들, 국민들에 실망만 안겨 

 

숱한 논란만 낳았던 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안이 결국 16세 이상~만 34세 미만의 어린이·청소년·청년층과 65세 이상 노년층 대상 ‘선별지원’으로 가닥 잡혔다. 야당에서 주장했던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안 역시도 105만명 접종확대로 갈무리됐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며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이뤄졌지만, 일련의 논의과정에서 정치권이 실효성 없는 주장만을 선언적으로 내놓으며 여론의 혼란만을 부추겼다는 씁쓸함이 남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 앞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고민하기보다는 막무가내로 ‘선심성 발언’만을 쏟아내며 추석을 앞두고 표심몰이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다. 

 

▲ 국회의사당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국회는 지난 22일 밤 본회의를 열고 7조8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 대응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초 여당에서는 통신비 2만원을 13세 이상 전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여야 합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16~34세와 65세 이상’으로 지급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일괄지급에서 선별지급으로 내용이 바뀐 셈이다. 

 

통신비 선별지급으로 절감한 5000억원 가량의 예산은 △아동특별돌봄비 지급대상 중학생(1인당 15만원)까지로 확대 △무료 독감접종 105만명 확대 △사각지대 아동보호를 위한 예산 확보 △유흥주점 및 콜라텍에 200만원씩 지원 등으로 분배됐다. 

 

민주당에서는 “통신비 삭감을 수용하기 쉽지 않았지만, 사안이 시급하고 추석 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야당 역시도 전국민 백신지급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취약계층 105만명에 무료독감접종을 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한발씩 물러나면서 4차 추경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여론은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35세~64세가 통신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을 놓고 “세금을 제일 많이 내는 사람들은 보상에서 제외되느냐”, “준다고 해놓고 안주는 것은 무슨 심보냐”, “국민들 편가르기한다”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 통신비 부담이 늘었음에도 정부가 이들에 대해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지만, 여야는 “35세~64세는 대부분 고정수입이 있어 통신비 지원대상에서 제외했다. 16세 이하 역시 돌봄비 지원이 되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해명했다. 

 

보편지원에서 선별지원으로 돌아선 것과 별개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보여준 모습들 역시 많은 국민들에게 씁쓸함만을 안겨줬다.

 

▲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위)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 (사진제공=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부여당, 원팀이라더니…책임 떠넘기기만 급급 

야당, 백신 생산 시스템 모르고…선언적 주장만 

정치권, 선심성 주장들로 국민에 실망만 안겨줘 

 

여당에서 쏘아올린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안과 이에 맞서 야당이 제시한 전국민 무료 백신접종안은 모두 제대로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선언적’ 주장을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만을 남겼다. 

 

먼저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급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이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초 해당 안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전국민 통신비 지원을 먼저 제안하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전국민 지급 아이디어는 지난 6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초로 제안했던 것이라는 후문이 나왔고, 이에 대해 청와대가 “통신비와 관련해 최재성 수석은 당정청 입장을 정무적으로 조율했을 뿐”이라 해명을 내놓으며 불협화음을 보여줬다.

 

의도와 달리 정부여당 사이의 이같은 기류는 마치 ‘전국민 통신비 지급 아이디어를 누가 최초로 냈느냐’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는 것처럼 비쳐졌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은 원팀이라 주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양측 모두 체면을 구긴 모습이다.

 

야당 역시도 별다를 바 없는 모습만을 보여줬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여당의 전국민 통신비 지급의 대항마로 9월 중순경 ‘전국민 독감백신 무료접종’ 주장을 꺼내들었는데, 이를 놓고 백신개발 과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주장을 폈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백신 생산에 필요한 시간이 3~6개월 정도인데다가 이미 올해 필요한 독감백신은 전량 생산 완료됐음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서 주장한대로 백신 생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실제 생산이 완료되는 시기는 독감 유행시기가 훌쩍 지나버린 뒤가 된다. 

 

의학적으로도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인구의 50% 정도의 접종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 이상의 물량은 실효성이 없는데다가, 과도하게 물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전량 소진하지 못해 남은 백신을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처분하게되면 비용이나 시간이 더 들어간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에 제약‧의료계 등에서도 “정치권에서 불가능한데다 실현 가능성도 없고, 막대한 비용만 양산하는 의견을 무책임하게 쏟아내고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야당으로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원방안 논의과정에서 정치권은 깊은 고민 없이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이슈만을 띄우기에 급급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정치권이 표심잡기를 위해 포퓰리즘‧선심성 주장만 쏟아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에서 쏘아올린 ‘실체없는 약속’들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많은 국민들에게 희망만을 안겨줬다가 이를 앗아가는 결과만 초래했다. 4차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날카로운 모습 드러낸 제네시스 ‘GV70’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