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노동정책②] ‘실업급여’ 중독…못 받으면 바보래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7/08 [14:53]

[위험한 노동정책②] ‘실업급여’ 중독…못 받으면 바보래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7/08 [14:53]

‘노동존중 사회’를 공약으로 앞세운 문재인 정부는 약속 만큼이나 곳곳에서 친노동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계속해서 나오는 친노동 정책은 노동자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온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 일부가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열심히 일하려는 근로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근로자들 사이에 ‘노노(勞勞)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된 갈등 속에 노사 간의 신뢰가 줄어들고 노동시장이 경직되자, 그 파장은 고스란히 선량한 노동자들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노동권 안팎에서 문 정부의 노동정책이 위험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노동정책들을 분석해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잡아냄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환경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 문화저널21

 

재취업 지원하는 실업급여의 ‘함정’

최저임금보다 더 낫네? 근로의지↓

 

‘실업급여 받게 해줘. 아니면 신고할거야’

일부 근로자들 협박에 우는 영세 자영업자들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해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

 

이것은 고용보험제도에서 말하는 ‘실업급여’의 정의다. 말 그대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자리를 잃고 다시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지원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과 함께 고용보험에서는 “실업급여는 실업에 대한 위로금이나 고용보험료 납부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해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지금,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이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계속해서 실업급여 수령이 늘면서 고용보험기금은 고갈 위기에 처했고, 결국 정부와 국회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실업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직급여 예산으로 약 13조원을 책정하기에 이르렀다. 지원 대상 역시 49만명이나 늘어나게 됐다.

 

물론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실업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할 수밖에 없지만 전대미문의 상황 앞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근로자만이 아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라도 탈 수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재취업 기회를 지원해준다는 실업급여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아예 실업급여를 계속해서 타먹기 위해 단기알바를 전전하며 사업주들을 상대로 협박 아닌 협박을 일삼는 ‘악덕 근로자’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편의점에서 4개월간 일한 30대 A씨는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고용주인 B씨에게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니 해고 또는 권고사직 당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고용주인 B씨는 이를 거부했다. A씨가 야간 근로시 잠을 자거나, 간식명목으로 상품을 먹어치우는 등 근무태만이 심했고 한달 전에 퇴사한다는 내용을 알려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B씨의 거절에 앙심을 품은 A씨는 근로계약서 미작성부터 야간근로수당·퇴직금 등 법적으로 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걸겠다며 노동부를 찾아갔고, B씨는 계속해서 조사에 불려 다니느라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실업급여를 안해주니 그렇다며 지금이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진정을 취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문화저널21 DB

 

실제 사건을 조금 각색한 내용이지만, 현장에서는 실업급여를 받게 해달라며 근로자가 도리어 사업주를 상대로 협박을 일삼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근로하는 것보다 실업급여를 타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른 부작용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00만7417명 중 75% 가량인 82만3009명이 수급기한이 끝날 때까지 급여를 받았으며, 이중 25%만이 실업급여 지급기간 내에 일자리를 구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4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중 3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반복수급자는 ‘2만명’을 넘어섰다. 반복 수급자들은 1인당 1320만원이라는 돈을 받아갔다.

 

이는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실업급여 지급 수준이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되고, 지급기간도 최대 한달 늘어났으며 180일 미만 근로한 근로자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실직 전 6개월을 일했다고 가정하면 실직 후 4개월간 받는 실업급여 월 하한액(181만원)은 주40시간 일해서 버는 월 최저임금(179만원) 보다 높다. 쉽게 말해 실업급여 수령액이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는 구직활동만 증명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금액적으로 더 나은데다가 현행 제도에서는 ‘횟수제한’이 없기 때문에, 구조상 적은 월급으로 한 일터에서 오래 버티는 것 보다는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면서 많은 실업급여를 타먹는 것이 근로자에 유리하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상습적으로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해온 이들은 어떻게 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를 악용해 일부 근로자들은 수차례에 걸쳐 실업급여를 타내고 나아가 협박까지 일삼고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사업주들은 골치 아픈 일을 만들기도 싫고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근로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조건만 따지는 실업급여, 재취업 목적은 '상실'

이력서 냈다는 것만 증명하면 구직활동인가요?

 

실업자의 '재취업' 고민하는 독일·프랑스·덴마크

강력한 지원 뒤엔 깐깐한 감시와 지원 있었다

재취업 '노력' 없으면 실업급여 지급 중단해버려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계속 문제가 되면서 정부가 부정수급자들을 지속적으로 걸러내고는 있지만, 이 역시 제도적으로 허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실업급여 제도에서 말하는 부정수급은 수급기간 도중 단 하루라도 취업했거나 수입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신고하지 않으면 부정수급으로 본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가족이나 지인의 일을 도와주면서 소정의 대가를 받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자그마한 사업장을 꾸리고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경우 △해외여행 등으로 해외에 체류하면서 대리신청을 통해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경우 등은 모두 부정수급에 들어간다. 

 

재취업 활동 여부를 허위로 신고한 경우에도 부정수급으로 보지만, 재취업 활동에 대한 요건이 매우 느슨한 점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제도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큰 문제다. 

 

도저히 합격이 안될 수준의 이력서를 반복해 넣으면서 서류상의 구직활동을 지속한 것, 온라인으로 취업특강을 틀어놓고 시청시수만 채우는 것 역시도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된다.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재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평가하기 보다는 서류상의 요건만 충족했는지 여부만 살핀다는 점에서 지금의 제도는 악용의 여지가 많다. 

 

물론 최근 정부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를 적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해 이들을 잡아내긴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고용청 자체조사 만으로 부정수급자를 잡아내긴 어렵다고 호소한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부정수급까지 적발하기는 행정력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틈타 판을 치는 부정수급은 근로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선제적으로 실업급여 제도를 시행했던 해외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제도가 얼마나 구멍투성인지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서 '복지병'을 앓았던 유럽에서는 실업급여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봄으로써 사실상의 실업급여 제도 축소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프랑스·덴마크다. 

 

먼저, 독일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노동개혁 이른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근로능력이 있는 실업자에 대해서는 사회부조 수급을 제한하고 근로의 동기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했다. 

 

독일에서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서는 실업상태에 놓여있는 것은 물론, 스스로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을 하면서 연방고용사무소에서 제공해주는 정보를 활용해 직장을 찾거나 고용사무소에서 연결해주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자발적인 실업인지 비자발적인 실업인지를 묻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실업의 속성에 대해 묻지는 않지만, △실업 이후 4~6개월까지는 임금의 70% 이상이 지급되는 모든 업무 △7개월부터는 실업급여에 상당하는 임금이 지급되는 모든 업무를 실업자에 기대되는 일자리로 간주해 이를 거부할 경우 실업급여 지급이 제한된다. 

 

뿐만 아니라 ‘주당 15시간 미만’의 단기성 알바를 진행하는 상태 역시도 실업상태로 규정하고 있어, 단 한시간이라도 근로를 하게 되면 실업급여 부정수급으로 간주하는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독일의 실업급여 제도는 실업의 요건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판단하되, 실업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근로자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여부를 디테일하게 살펴보고 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전방위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는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단기계약직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처벌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에는 직전 28개월간 최소 4달을 일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었지만, 법개정으로 24개월 동안 최소 6달을 일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규정을 강화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반발이 있었지만, 프랑스 정부는 “소수이긴 하지만 일하는 사람보다 실업자가 더 많이 버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에서는 실직자에 다양한 구직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해주는데, 우선 구직자로 등록시키고 1개월 내에 국립고용안정센터에서 면접을 받도록 함으로써 스스로의 자격에 부합하는 취업유형을 확인하도록 한다. 이후 40시간 이상의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 문화저널21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창업을 할 경우, 급여지원을 끊어버리는 국내제도와 달리 실직자의 창업을 지원하면서 실업자가 회사를 설립할 경우 사회적 기여금을 면제해주고 여러 가지 조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차이를 보인다. 

 

‘실직 상태’에 놓여있어야만 지원해주는 우리나라 방식과 달리, 실직 상태에서 재취업 또는 창업 상태로 이동하는 것을 독려한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실업급여제도도 ‘유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복지강국인 북유럽국가 덴마크는 강력한 지원제도 만큼이나 재취업 프로그램도 강력하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직업훈련을 의무적으로 받게끔 법적으로 강제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일자리센터가 추천한 일자리를 3번 거부하면 실업급여 자체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최대 2년까지 급여의 90%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지원해줄 뿐만 아니라 해고·권고사직 외에도 자진퇴사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이력서를 냈다는 사실만 증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달에 한번씩 고용센터에서 구체적인 구직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일주일에 2번 이상 취업지원서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한다. 일자리센터는 실업자의 특성을 꼼꼼히 파악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알선해준다.  

 

정부 책임을 강화한 덴마크 모델은 많은 세금을 통한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실업급여에 사용될 자금을 근로자들로부터 조세 방식으로 거둬들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근로자가 내는 세금이 미래에 실직상태에 놓일 수 있는 자신을 구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독일·프랑스·덴마크의 사례 외에도 많은 국가들은 실업급여 모델을 운용하면서 비자발적 실업이냐 자발적 실업이냐를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실업자가 재취업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 바탕에는 강력한 재취업프로그램과 수급자에 대한 철저한 감시 및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간편한 신청법과 허술한 감시감독으로 못 받으면 바보가 되는 우리나라의 실업급여제도는 '실업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이에게 지원을 해주기보다는 단순히 '실업상태에 놓인' 이에게 생계지원을 해주는 일차원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근로환경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더 바보라는 하소연까지 나오게 만든다. 

 

정부에서는 “실업급여는 실업에 대한 위로금이나 고용보험료 납부의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실업급여 운영실태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명백히 실업에 대한 단순 위로금 또는 고용보험료 납부의 대가 정도의 수준에만 그쳐있을 뿐 재취업이라는 효과를 불러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비자발적인 실업만 지원해준다는 규정 역시도 원치않은 실직을 당한 이들에게 실업급여라는 위로금을 쥐어준다는 실태를 더 보여줄 뿐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실업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업급여 수령자들이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고 있는지 정부가 제대로 감시하고, 재취업의 방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노력하지 않는 이들에게서 실업급여를 회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결국 잘못은 쉬운 제도에 기대 돈을 뜯어내려는 실업자들이 아니라 손쉬운 실업급여 수령을 방조하고 노동자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만 초래하는 정부에게 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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