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노동정책①] 노사갈등 부르는 ‘해고자 노조가입’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7/07 [08:51]

[위험한 노동정책①] 노사갈등 부르는 ‘해고자 노조가입’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7/07 [08:51]

‘노동존중 사회’를 공약으로 앞세운 문재인 정부는 약속 만큼이나 곳곳에서 친노동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계속해서 나오는 친노동 정책은 노동자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나온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 일부가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열심히 일하려는 근로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근로자들 사이에 ‘노노(勞勞)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계속된 갈등 속에 노사 간의 신뢰가 줄어들고 노동시장이 경직되자, 그 파장은 고스란히 선량한 노동자들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노동권 안팎에서 문 정부의 노동정책이 위험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노동정책들을 분석해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잡아냄으로써 근로자와 사용자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환경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고자 노조가입 허용…ILO 의식한 무리한 수

기울어진 운동장, 노조 쪽으로 더 기울어질듯 

 

최근 가장 이슈가 된 해고자‧실직자의 노조가입 허용.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법률안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여당 역시도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노동 관련 법안들을 21대 국회에서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국무회의 문턱을 넘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명 노조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고자‧실직자의 노조가입 허용 외에도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허용 △복수노조와 개별 교섭시 차별대우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대로라면 해고당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투쟁‧협상 등에 능숙한 강성 해고자라면 노조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이들에 대한 급여 역시도 회사에서 지급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비조합원 노조 임원 선임을 허용하는 것 역시도 회사 관계자가 아닌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상위 조직의 관계자들이 회사 내에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만큼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물론 사측을 위한 조항도 일부 담겨있긴 하다. 사업장 주요시설에 대한 점거를 금지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이다. 사측에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조항이지만, 이마저도 민주노총에서는 기본권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소모적 노사갈등이 노동시장을 더 경직시킬 우려가 있다”며 향후 엄청난 부작용들이 발생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 문화저널21


'노동시장의 유연성' 한국은 낙제점…개혁 필요해

해고 어려운 대한민국, 해고자 노조가입까지 허용?

 

노동계의 계속된 요구에 정부와 여당에서는 국제적 수준을 언급하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법안을 뜯어고치고 있지만, 이같은 행보는 정작 건전한 노동환경 구축이라는 대의와는 완전히 역행하는 행보다. 

 

이미 우리나라 노동시장 분위기는 노사 간의 신뢰나 대화는 찾아볼 수 없고, 대립만이 있을 뿐이며 노동법 역시도 ‘사용자를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만 중점적으로 초점이 맞춰져있다. 기본적으로 사용자는 절대갑, 근로자는 절대을이라는 인식 역시 팽배하다. 

 

 

“노동법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우리나라에선 무조건 근로자가 이익을 볼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노동법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어떻게 처벌하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막상 사건을 맡다보면 나쁜 사업주만큼이나 나쁜 근로자도 많아요. 하지만 이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고, 사업주가 억울해도 법적으로 구제해줄 수단이 없으니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법 얘기하는 근로자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죠.”

 

 

현장에서 각종 노동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의 솔직한 고백을 듣다보면,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확실히 문제점이 많다. 아예 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로 인해 근로자가 고통받는 노동환경이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법을 악용하는 근로자로 인해 사업주의 고통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간의 신뢰가 사라진 상황에서 노동법 자체도 기울어진 운동장인 마당에, 국제기준을 이유로 근로자에게만 힘을 실어주는 예민한 조항들을 짜맞추기 형태로 넣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다보니 노동시장이 급속도로 경직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노동유연성은 141개국 중 102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 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10명을 상대로 진행한 ‘노동이슈 인식도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미국·일본보다 경직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본적으로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제대로 도입돼있지 않고, 탄력근로제 등 보다 다양한 형태의 근로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미국‧캐나다‧벨기에‧일본 등 생각 외로 많은 국가에서 마련하고 있는 업종 또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역시도 양대노총의 거센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해고자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는 것 역시도 분명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한 내용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당한 해고를 당해 신분이 불분명한 이들이 회사를 향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최소한의 루트를 만들어준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 내에서도 부당해고를 당한 이들이 노조원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할 길은 충분히 보장돼 있다. 

 

1993년 이전까지만 해도 노동자가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사실과 관계없이 해고조치로 고용계약은 해지되고 노동자로서의 신분이 상실돼 노동조합원 신분이 사라지게끔 돼 있었지만 93년 5월 고용노동부가 업무처리지침을 변경하면서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조합원 자격을 인정한다. 현재는 중앙노동위 결정때까지 조합원 자격을 갖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하더라도,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확정판결이 나기 전이나 중앙노동위의 결정이 있을때까지는 조합원 자격이 유지되는 셈이다.

 

이처럼 다소 미흡하지만 현행법 내에서도 해고자들의 노조활동 권리를 일부 보장해주는 상황에서, 확정판결을 받고 완전히 해고자 신분이 된 이들까지 노동조합에서 조합원 자격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게 되면 강성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등 소모적 노사갈등을 초래해 기존에 일하던 근로자들의 근로환경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고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어 해고자의 노조 활동 보장이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많은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미국을 보면 해고의 종류만해도 △Fire △Lay off △Furlough 등이 있는데 Fire은 근로자의 잘못 등으로 인해 회사에서 완전해고시키는 이른바 '잘렸다'라는 개념에 해당하고 Lay off는 경영상의 어려움 등 귀책사유가 근로자가 아닌 회사에 있다는 차이가 있다. 

 

Furlough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무급휴직'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회사사정 등에 따라 일정기간 후 복직을 약속하고 일시적으로 휴직시킨다는 의미가 강하다. 미국에서는 사용자들이 Furlough 혹은 Lay off를 많이 활용해 상대적으로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높은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근로자들이 고용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면서 해고는 물론 무급휴직 역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급휴직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중의 하나지만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 속에서 해고자에 대한 노조가입 마저 허용할 경우, 사용자 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받을 수 있다. 

 

직장내 시설 무단점거를 막는 것 역시도 양대노총에서는 ILO에서 말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근거 삼아 반대하고 있지만, 대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점거행위는 노사관계를 악화일로로 걷게할 수 있는 만큼, 쉬이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 할 수 있겠다. 

 

  © Image Stock

 

신뢰·대화 없는 한국의 노사관계

섣부른 친노조 정책은 위험하다  

 

현재 노동계에서는 계속해서 ILO를 언급하며 노동관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선행돼야할 부분은 성과중심 임금체계를 기반으로 한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잃어버린 노사간의 신뢰 및 대화의 회복이다. 무단점거와 단체행동에 나서기 전에 노측과 사측이 한발씩 양보하는 모습이 있었다면 갈등은 훨씬 적을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도 노동계가 노동관계법을 바꾸라고 요구한다면 내부적으로 노동개혁 역시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균형이 맞아 떨어진다. 

 

고용관계는 어디까지나 양측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다. 근로자는 제대로 된 노동력을 사측에 제공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노동에 제대로 된 대가를 지불한다는 기본원리가 작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과도하게 힘이 쏠리고 누군가가 과도한 욕심을 낸다면 이는 노사 모두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친노동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시장의 개혁보다 노조 힘싣기에만 집중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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