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 가를 ‘30쪽 의견서’의 무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검찰 수사심의위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6/18 [11:28]

이재용 운명 가를 ‘30쪽 의견서’의 무게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검찰 수사심의위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6/18 [11: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판가름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오는 26일 개최된다. 검찰은 앞선 8건의 심의 결과를 모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 건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최대 250명의 검찰이 아닌 전문가위원 중 무작위로 추첨한 15명으로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표결을 통해 수사 계속 여부와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한다. 이를 위한 정족수는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10명 이상 출석이다. 그리고 출석 위원의 과반수 찬성에 따라 의결이 이뤄진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수사심의위 현안위에 제출한다. 위원들은 이를 검토하고, 양측으로부터 각각 30분씩 의견 진술을 듣는다. 이때 양측은 위원들의 질문을 받고 그에 답변할 수도 있다. 의견서와 진술을 통해 각자의 논리를 얼마나 짜임새 있게 풀어내느냐가 이 부회장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의견서上 - 삼성전자 지배력 높이기 위한 주식 변환


 

이 부회장의 혐의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불법 행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 부회장을 머리로 가리키고 있다. 검찰은 이를 증명하려면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수사 내용을 경영권 승계라는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야 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슈의 핵심은 두 회사 간 합병 비율이다. 회사 가치가 서로 다른 두 기업이 합병하면 어느 쪽의 주식이 더 비싼지를 따져서 합리적인 비율을 결정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10.35. 삼성물산 주식 3주는 있어야 제일모직 주식 1주와 맞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비율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짜 맞춰진 것이라는 점이 의혹의 큰 줄기이다.

 

즉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두 회사 합병 전까지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주식을 23.2% 보유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주식은 갖고 있지 않았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 19.3%,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7.2%를 보유했다. 삼성물산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4.1%를 갖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6%였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두 회사의 합병을 제일모직 주식을 삼성물산 주식으로 변환한 사건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적정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 주식 1주당 삼성물산 주식 1주 내지는 1.36주다.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더 높게 평가돼야 한다는 얘기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하는 모습.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의견서下 -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려는 다양한 시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파생된 사건이다. 삼성바이오는 옛 제일모직이 지분 45.7%를 가진 회사다. 삼성바이오는 종속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를 갖고 있었다. 삼성바이오는 미국의 바이오젠과 삼성에피스 지분 49.9%를 정해진 가격에 매도하는 약정(콜옵션)을 체결한 상태였다. 삼성바이오는 이를 합병 3개월 전인 201541일에서야 2014년도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콜옵션은 부채로 잡히는데, 이를 고의로 빠뜨려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가격은 18000억원으로 계산된다. 2014년 말 기준 자본이 6000억원이던 삼성바이오가 이를 빠뜨리지 않았다면 12000억원의 자본 잠식이 발생했을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삼성에피스 지분의 장부상 가치가 높아지면서 자본 잠식 상태를 면하고 우량기업으로 바뀐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는 시도도 있었다. 건설경기가 호황이던 2015년 상반기 주요 건설사가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릴 때 삼성물산의 신규 주택 공급량은 300여 가구에 그친다. 이 시기 2조원 규모의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 실적이 제대로 기업 가치에 반영됐다면 제일모직보다 그렇게 헐값으로 평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요컨대 삼성은 제일모직 가치를 떨어뜨릴 만한 일이나 삼성물산 가치를 높일 만한 일을 숨겼다. 그럼으로써 10.35라는 합병 비율을 끌어냈고,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지분은 40.26%에 달한다.

 

합병을 성사하려면 옛 삼성물산 2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의 동의가 보장돼야 했다. 국정농단 재판 결과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청탁했다. 현재 이 부회장 본인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18년형이 확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에 관한 부분도 인정됐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지난 8일 서초구 민변 회의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이재용의 기사회생 가능성, 수사심의위 전망은


 

혐의 내용과 국정농단 재판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 부회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은 여러 차례 위기를 호소했다. 이달 3일부터 최근까지 삼성과 이 부회장 측의 행보에서 다급함이 엿보였다.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3),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창 청구(4), 이 부회장과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주가를 조종했다는 내용과 승계 작업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다는 보도에 대한 반박(각각 5일과 6), 그리고 삼성이 위기입니다라는 첫 문장의 호소문(7)까지 상황이 매우 급하게 돌아갔다. 삼성 내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이 부회장은 한 숨을 돌렸다. 범죄 혐의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한다면 검찰로서는 수사 동력이 떨어진다. 30쪽의 의견서와 30분의 의견 진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한편 양창수 전 대법관이 지난 16일 현안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변수가 생겼다. 그는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친분 때문에 스스로 회피 신청을 냈다. 15명의 현안위 위원 중 1명이 26일 심의에서 위원장 직무를 대신 맡으면 표결 인원이 1명 줄어 14명이 된다. 찬성과 반대가 각각 7명씩 정확히 반반으로 나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건은 부결된다. 즉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다.

 

지금으로선 26일의 상황에 대해 어떠한 예측도 어렵다. 당일 현안위를 열어 봐야 아는 일이다. 그때까지 검찰과 삼성 측 모두 위원을 설득하기 위한 의견서와 진술 전략 마련에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MJ포토] 손연재, '체리 따는 체조요정'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