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위기 속 ‘왕관의 무게’는 누가 버틸까

고통 분담하면 경영개입 허용(?)…‘당근전략’ 꺼낸 산은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4/17 [10:12]

LCC 위기 속 ‘왕관의 무게’는 누가 버틸까

고통 분담하면 경영개입 허용(?)…‘당근전략’ 꺼낸 산은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4/17 [10:12]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취항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제대로 취항조차 못해본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위기가 현실화됐다. 

 

현재 항공면허를 발급받은 국내 LCC 업체는 총 9곳. 이중에서도 신규항공운항증명(AOC)을 받은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신청 단계에 있는 LCC 업체들은 경영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대상에서 배제돼 완전히 위기에 몰렸다. 

 

돈줄을 쥔 산업은행 측에서도 자구책 마련의 필요성이나 고통분담 의지만을 언급하고 나서면서, 결국 이들 업체의 존립여부는 대주주 및 오너들이 얼마나 고통분담에 나설 수 있을지에 달렸다. 사측에서도 기업의 존립을 위해서는 당장 대주주들을 설득하고 읍소해서라도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광식 기자

  

일부 LCC 업체들, 실적 없다는 이유로 정부지원 배제

결국 대주주‧오너 고통분담 의지가 기업의 존립 가를 듯 

고통 분담하면 경영개입 허용(?)…‘당근전략’ 꺼낸 산은

 

앞서 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항공업 지원과 관련해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리스 의존도가 높은 항공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지원과 자본 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밝혔다. 

 

자본 확충과 경영개선의 방법에 대해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잡아주지 않았지만 그동안 산업은행 측에서 나온 입장을 종합하면, 대주주나 오너 측에 고통분담을 포함해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던져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업체 간의 인수합병이나 노선 교환 등의 공격적 방안도 일부 포함된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상당한 고심 끝에 나온 발언이라 볼 수 있다. 최근 항공업계 뿐만 아니라, 쌍용차나 두산중공업 등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산업은행의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에, 단순히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일방적 자금 지원 대신 사측의 책임경영에 일부 기대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경영개선을 얘기하지만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 속에서 닥친 위기는 단순히 경영상의 문제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오너일가나 대주주들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일부 대주주들과 오너일가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자금을 투입해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 자금을 투입한 쪽의 입김이 강해질 수 있는 만큼 경영에의 과도한 개입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자구책 마련을 굳이 언급한 것은 당장의 어려움만 극복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경영개입은 허용하겠다는 취지로 비쳐질 수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처럼 무게를 견딘 이들에게 왕관을 씌워주겠다는 일종의 ‘당근전략’인 셈이다.  

  

LCC 위기, 정부 지원 배제된 업체들은 울상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의 전략들 

위기 속에서 티나는 대주주 역할…책임경영 '눈길' 

 

산업은행이 자구책 마련이라는 이름의 당근전략을 꺼내들면서 LCC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에 걸렸다. 국내 LCC업체들의 지분구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대부분이 안정적인 자금 루트를 확보하고 있지 않아, 언제 도산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돈줄을 쥔 대주주들이 제대로 나서주기만 한다면 기사회생의 찬스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국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LCC 업체는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까지 총 9개 업체다. 

 

산업은행은 앞서 무담보 조건으로 제주항공에 400억, 진에어에 300억, 티웨이항공에 60억,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는 아시아나 항공을 통해 각각 300억과 200억을 지원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제주항공이 인수하기 때문에 지원은 없었지만 기업결합심사가 끝나면 추가지원이 있을 예정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지원에서 배제된 3개 업체, 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10월 신규항공운항증명(AOC)을 받은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에어프레미아와 에어로케이는 AOC를 신청만 해둔 상태다. 세 회사 모두 본격적인 취항에 나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제시한 과거 3년치 경영실적을 제출할 수 없어 지원에서 배제됐다. 

 

정부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3개 회사의 존립은 온전히 사측의 자금력, 구체적으로는 회사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의 의지에 달렸다. 이들 회사가 자금투입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먼저 지분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사진=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첫번째로 플라이강원의 지분을 살펴보면 주원석 대표가 약 12%, 세븐브릿지PE가 9% 상당, SBI인베스트먼트가 운용 중인 투자조합·펀드 등이 도합 13% 가량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3개사 중에서 가장 먼저 AOC를 받은 플라이강원은 양양~타이베이, 양양~클라크, 양양~제주 등의 노선 취항에 나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국제선 운항은 전면 중단되고 제주로 가는 노선 역시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비는 리스비대로 나가고 인건비 역시도 계속 지출되면서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한 상태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플라이강원에서는 자금조달을 위해 보통주 165만주를 신규발행해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업계가 얼어붙은 마당에 주식청약에 나설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탄탄한 자금줄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은 계속 나가면서 업체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두번째로 에어프레미아는 휴젤 공동창립자인 홍성범 회장의 개인투자사 세심이 11% 가량의 지분을, 서울리거가 9.3%, 김종철 전 대표가 5.27%, 심주엽 공동대표가 3.27% 등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세심이 서울리거의 주요주주인데다가 투자자 측에서 심주엽 대표를 새로 선임한 것을 생각하면 홍성범 회장 등을 중심으로 한 우호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은 30% 가까이 된다. 

 

아직 AOC를 받지 못한데다가 항공기를 7월·9월·11월에 한대씩 인도받을 계획인 만큼 리스비 지출 리스크는 적다는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 리스전문사와 내년부터 보잉 787-9 5대를 추가도입하기로 계약을 맺는 등 고정비용 지출을 대거 앞두고 있어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여기에다가 본격적인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 역시 더해진 상황이다. 

 

다행히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서울리거가 일반인 투자자를 상대로 첫 BW(신주인수권부사채) 공모에 나서면서 약 82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아 한숨을 돌린 상태다. 위기 속 대주주의 역할이 일부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에어로케이는 지주사인 AIK에서 100% 출자한 자회사지만, 여기에는 이민주 회장과 일가족이 보유한 에이티넘파트너스·에스에이치벤처스·뉴그로브파트너스 등이 약 38.6%의 AIK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부방이 약 9%, 강병호 에어로케이 대표는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개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A320을 도입하고 청주~제주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되면서 리스비 지출만 계속되는 상황이다. 직원들을 뽑은 상태기 때문에 인건비 역시도 지출되고 있다. 이러한 비용은 현재 회사 자본금에서 지출되고 있다. 

 

현재 AIK 지분을 40% 가량 보유한 이민주 회장 측에서는 투자철회 의사가 없는 상태다. 오히려 스위스 지상조업 전문기업인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사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수하물 운송, 동체청소 등 다양한 지상조업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했다. 위기 속에서 투자확대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이스타항공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최근 지상조업 자회사인 이스타포트와 조업계약을 해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현재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위기극복 방법을 살펴보면 대주주의 역할이 기업의 운영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수 있다. 산업은행 측에서도 자구책 마련을 숙제로 던져준 이상, 악재에 따른 자체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주주들의 책임경영 의지가 기업 존립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왕관을 쓰려는 대주주들이 얼마나 무게를 버틸지가 관건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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