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정연설…‘분열’로 답한 국회

귀 막고 X자 꺼내든 자유한국당 vs 28번 박수친 민주당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0/22 [15:46]

대통령의 시정연설…‘분열’로 답한 국회

귀 막고 X자 꺼내든 자유한국당 vs 28번 박수친 민주당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0/22 [15:46]

귀 막고 X자 꺼내든 자유한국당 vs 28번 박수친 민주당

조국 사태 의식했나…文대통령, 교육‧채용 불공정 해소 언급

공수처 필요성 언급하자, 자유한국당 거세게 반발하며 야유

 

2019년도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진행하고 확장예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가동을 약속하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33분이라는 시간동안 국회가 보여준 것은 여야의 깊은 ‘감정의 골’이었다. 여당에서는 28번의 박수가 나왔지만, 야당에서는 손으로 X자를 표시하거나 귀를 막고 야유를 퍼부었다. 연설을 마친 대통령이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아예 뒤돌아서 외면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공수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확장예산과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세계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해서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재정이 마중물이 됐고 민간이 확산시켰다. 이제 겨우 정책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년도 확장예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2년간 세수 호조로 국채발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8조원 축소해 재정 여력을 비축했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한도를 26조원 늘리는 것도 이미 비축한 재정 여력의 범위 안”이라 설명했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에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혁신’ △더 따뜻한 사회를 위한 ‘포용’ △더 정의로운 나라를 위한 ‘공정’ △더 밝은 미래를 위한 ‘평화’라는 4가지 목표가 담겼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총지출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 5천억원 규모로, 총수입은 1.2% 늘어난 482조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혁신’ 분야에는 신규 벤처투자, 4차산업혁명 등 신성장 산업에의 투자, 지역경제 활력 3대 프로젝트가 포함됐고 ‘포용’과 ‘공정’ 분야에는 사회안전망 구축 및 청년·여성·신중년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고교무상교육 확대 등이 담겼다.

 

‘평화’ 분야에는 국방비 50조원 이상 책정, 병사월급 33% 인상, 공공외교 및 ODA 예산 확충 등이 포함돼 국방력 및 외교력 향상을 위한 예산정책안 등이 담겼다.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수로 화답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야유로 일관했다. 청년 고용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는 대목에서 “에이~”, “말도 안돼”라고 말하는가 하면 병사월급 인상을 이야기 했을 때는 웅성대며 야유했다.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움직임은,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공정과 개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부터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된 ‘조국 사태’를 염두에 둔 듯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운을 떼고 “국민의 요구는 제도에 내재된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자는 것이었다.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가장 가슴 아파했던 교육에서의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부 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 추진 및 정시비중 상향 등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채용문제와 관련해서도 “공공기관 채용실태 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진행했고,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과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공정채용과 채용비리 근절을 추진하고 있다. 채용비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강도높은 조사와 함께 엄정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조국은!”, “그만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 문재인 대통령은 아예 몸을 야당 쪽으로 돌려 적극적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 X자 그리고 귀막고…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손으로 X자를 그리거나 귀를 막는 등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 박영주 기자

 

뒤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연설을 이어가자 자유한국당에서는 아예 손으로 X자를 그리는 퍼포먼스가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감찰과 공평한 인사 등 검찰이 더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며 국회가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점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야유와 고성은 극에 달했다. 공수처를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손으로 X자를 그리는가 하면 아예 귀를 막고 있는 의원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여당에서는 뜨거운 박수로 대통령에 지지의사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언급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또다시 거센 야유를 보냈다.

 

끝으로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며 국민통합과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해 협치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여곡절 끝에 33분간의 시정연설이 끝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퇴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대에서 내려와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쫓아가며 악수를 청했지만 다수 의원들은 냉랭하게 뒤돌아섰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 만큼은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렸다가 악수를 나눴다. 

 

▲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자고 떠나는 자유한국당 의원과 악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자리에 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박영주 기자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