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감이슈②-반일] 불매운동에도 곳곳에 숨은 ‘일제’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0/10 [11:23]

[사라진 국감이슈②-반일] 불매운동에도 곳곳에 숨은 ‘일제’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0/10 [11:23]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공방이 일기 전, 대한민국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일본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외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거부 운동이 거세게 일었지만, 조국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일본을 향한 국민감정을 고려해 곳곳에 뿌리내린 일본잔재를 찾아내 이를 검증하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비록 ‘조국국감’이 돼버리면서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점검과 감시감독이라는 국정감사 기본 성격에 부합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했다.

 

▲ 국내에 유통된 후쿠시마산 의약품들의 모습.  ©박영주 기자

 

◆ ‘후쿠시마산’ 의약품‧가공식품 고스란히 유통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후쿠시마산 식재료가 우리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수산물 수입금지와 관련해 WTO에서 승소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실제로 국정감사를 통해 점검해본 결과,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이나 의약품 등이 버젓이 수입되거나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식약처가 뚜렷한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8개현의 가공식품은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2만9985톤 가량 수입돼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이중 방사선이 검출된 가공식품만 16.8톤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김 의원이 식약처에 일본 후쿠시마 인근에서 만들어지는 가공식품의 주원료 생산지역을 문의했으나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식약처에서 뚜렷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후쿠시마 인근에서 제조된 의약품 5개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음에도 식약처에서 제조공장 실사 한번 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더욱이 일본산 의약품은 GMP제도에 따라 관리돼 방사능 검사에서 제외됐다. 

 

진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문제의 5개 수입의약품 중 2개는 완제품이고 3개는 원료의약품이었으며, 해당 의약품들은 처방의약품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제조지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사의 제품은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17만명 넘게 처방을 받았지만 제품생산 공장이 원전 사고 발생지로부터 직선거리 90km에 있었으며, 동기간 12만187명이 처방받은 B사 제품의 공장은 원전 사고 발생지로부터 직선거리 60km에 위치했다. 

 

원료의약품 중 하나인 C사 제품은 원전 사고 발생지로부터 직선거리 59km 지점에 있는 이와키시의 공장 중 한곳에서 생산됐는데, 동기간 10만2289명이 처방받았고 동일성분 약품 중 점유율이 100%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일제규탄 시민대회‘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결의를 다지는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정민수 기자

 

◆ 일본 전범기업에 수천억 투자된 ‘국민연금’ 

 

정부와 국민들의 혈세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이 일본 전범기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4년 74개 전범기업 주식종목에 7600억원을 투자했는데, 2019년 6월 현재까지도 73개 종목에 1조 5200억원이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 투자 전범기업 ‘평가금액’ 상위 5개 기업을 살펴본 결과, 1위는 강제징용기업인 ‘도요타 자동차’로 2896억원이 투자됐다. 그 뒤를 △신에츠 화학 (지분율 0.32%, 평가금액 1176억원) △동일본여객철도 (지분율 0.27%, 평가금액 1032억원) △닛산 자동차 (지분율 0.16%, 평가금액 588억원) △코마츠제작소 (지분율 0.24%, 평가금액 570억원)이 이었다. 

 

국민연금 투자 전범기업 ‘지분율’ 상위 5개 기업을 살펴보면 1위가 강제징용 기업인 ‘나무라 조선’으로 0.52%의 지분을 국민연금기금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를 △미쓰비시 철강 (지분율 0.49%, 평가금액 12.5억원) △도와홀딩스 (지분율 0.41%, 평가금액 86.4억원) △우베 흥산 (지분율 0.36%, 평가금액 86.6억원) △시나가와 리플랙토리즈 (지분율 0.35%, 평가금액 12.5억원) 등이 이었다.  

 

남 의원은 “이런 식으로 전범기업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되고, 심지어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아직 국민연금이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존 책임투자 방식보다 진일보한 방안마련을 촉구했다. 

 

 

 (사진=image stock / 사진편집=박영주 기자) 

 

◆ 철도‧비행기에 쓰이고 있는 ‘일본산 부품들’ 

 

최근 유니클로 불매운동 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지만, 여전히 철도나 공항 쪽에서는 일본제품들이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단 1대만 운용되는 공항기상레이더(TDWR)가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전기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레이더는 지난 2000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우리 돈 70억원 상당을 들여 구입해 2001년 항공기상청이 양도·인수해 사용하고 있다. 내구연한이 지나면서 지난해 말 기상청이 사업비 90억원을 들여 2021년 교체를 계획하고 있지만 또다시 미쓰비시 전기 제품이 사용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 심각한 쪽은 철도 쪽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철도공사는 연평균 76억원을 들여 일본산 부품 48개 품목을 수입해왔다. 

 

이중 25개 품목은 전범기업인 Toshiba(도시바), Mitsubish(미쓰비시), Sumitomo(스미토모), NSK(일본정공), Hitachi(히타치) 등 5개 기업에서 수입됐다. 전범기업만 한정해도 한해 56억원이 지불된 셈이다. 

 

물론 철도공사는 미국‧프랑스‧독일‧중국‧체코‧이탈리아‧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지만, 일본은 꾸준히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최근 변화된 한일관계가 아니더라도 전범기업 제품이 지속적으로 우리 철도에 사용되는 것은 국민 정서와 반하는 일”이라며 “현실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부품들의 사용은 재검토 돼야하며, 철도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자생가능한 철도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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