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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란 신호등] 민주노총에 대한 관음증

경사노위 참여 ‘좌절’에 벌어진 광란의 칼춤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1/30 [17:36]

[勞란 신호등] 민주노총에 대한 관음증

경사노위 참여 ‘좌절’에 벌어진 광란의 칼춤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1/30 [17:36]

 

격론 속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너무나 멀었던 비둘기

경사노위 참여 안건 과반 미달

보수언론의 민주노총 물어뜯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지난 29일 대의원대회가 뜬금없이 주목받았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여부가 안건으로 올라왔다는 단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옛 노사정위원회가 이름을 바꾸고 구조도 새롭게 고치면서 그간 노사정 대화를 거부했던 민주노총이 테이블로 돌아온다고 하니 그 여부가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민주노총은 1999, 노사정위가 출범한 지 1년 남짓 지나 줄곧 불참해왔습니다. 그 세월이 벌써 20년입니다. 그새 IMF 외환위기의 상흔을 품은 채 경제의 외연은 커졌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배가 됐습니다.

 

흔히 노사정위, 경사노위를 사회적 대화기구라고 표현합니다. 국민경제의 축인 가계, 기업,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중대한 의제를 대화로 풀어가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대화의 참고할 만한 사례로는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등의 국가가 언급됩니다. 노동관계 법제를 어떻게 바꿀지,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안이 논의되는 곳이 사회적 대화기구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장()에 민주노총이 안 들어간 데에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정파로 부르기도 하고 의견그룹으로 부르기도 하는, 서로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진 다양한 집단이 민주노총 안에 존재합니다. 매우 거칠지만 편의상 경사노위 참여에 강하게 반대해 온 사람들을 매파’, 그 반대를 비둘기파라고 부르겠습니다.

 

 

매파가 경사노위 참여에 반대하며 비둘기파에 던지는 질문은 쉽게 말해 한두 번 속았느냐입니다. 그간 정부는 노사정위를 철저하게 이용했습니다.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만성적인 불안정 노동을 확산하고,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저임금을 용인했습니다. 정부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균형추를 자본 쪽으로 옮겨놓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노사정위에서 만들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노동존중사회를 내세우고는 최저임금제 개편과 탄력근로제 확대를 꺼내들었습니다. 도저히 정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매파의 주장입니다.

 

반대로 비둘기파는 투쟁도 중요하지만 때에 따라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대화가 필요한 때란 2016년 말 2017년 초 촛불항쟁으로 노동-자본 간 질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지금과 같은 때입니다. 여기에 기술 발전에 따른 충격,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 급격한 인구의 고령화 따위의 특이점들이 등장했습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대화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습니다.

 

사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자체를 거부한 적은 공식적으로 없습니다. 의제별 혹은 업종 및 지역 단위에서 크고 작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참여가 좌절된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경영계·정부와 함께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통해 틀을 짠 것입니다.

 

그러나 경사노위 참여에 관한 매파와 비둘기파의 입장차는 결국 좁혀지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안건의 수정안이 불참 후 즉각 대정부 투쟁 조건부 불참 조건부 참가 등 3개나 나왔지만 모두 부결됐습니다. 표결 결과 세 번째 경사노위 참가 후 정부가 탄력근로제, 최저임금제, 노동법을 개악하고 국회가 강행 처리하면 탈퇴안이 재적 대의원 912명 중 402명 찬성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지만, 과반을 넘지 못했습니다.

 

경사노위 참여 좌절도 아쉽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입니다. 대의원대회 이후 조선일보는 결국대통령 요청 걷어찬 민노총”(129), “민노총 참여 무산, 한노총 불참 통보노동계, 경사노위 판 엎었다라고 썼습니다. 중앙일보는 재계, ‘기득권 가진 대기업·공공노조가 민노총 복귀 막았다’”라고, 동아일보는 판 엎은 민노총문 대통령 공들인 사회적 대타협 물거품이라고 제목을 뽑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평소 비판하던 언론들이 민주노총 관련 기사에서는 친문(親文)’으로 돌변합니다. 마치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가 틀어지기를 바라는 듯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들 3대 일간지의 취재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3대 보수일간지가 아니더라도 뉴스를 훑어보면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 안 한다는 결과만 남았습니다. 그나마 평소 민주노총과 우호관계(?)에 있던 몇 군데만 논의 과정, 배경 등을 설명해줍니다. 이제 언론의 관심은 2월 임시국회에 맞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는지 여부입니다. 마찬가지로 는 없습니다. 관음증 환자에게 애당초 는 없습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한국은 갈등에 점령당한 사회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은 그 뿌리가 깊고도 단단합니다. 한 해 100건이 넘는 노사분규가 발생합니다. ‘()란 신호등은 한 주 동안의 노사갈등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란 신호등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또 흔히 잘 안 풀리는 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듯 노사갈등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란 신호등이라는 걱정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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