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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갈등①] ‘성 불평등’ 개선돼도 모두가 불편한 속내

‘지표논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성 갈등’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9/11 [14:17]

[남녀갈등①] ‘성 불평등’ 개선돼도 모두가 불편한 속내

‘지표논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성 갈등’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8/09/11 [14:17]

온라인에서 현실로 공론장 옮겨오나

한국에서는 낯선 여성들의 집단행동

국가성격차지수 72.7점… 개선 추세

순위에 매몰된 논쟁, 갈등만 부추겨

 

한국은 갈등의 나라다. 세대, 노사, 성별, 정치색 등 갈등 주체도 다양하고 유형도 갖가지다. 나와 대립한 사람 또는 집단을 하나씩 떼어놓다 보면 결국 만 남게 된다. 그만큼 불안해지고, 불안을 느끼는 만큼 타인을 적대시하기 쉬워진다.

 

그중에서도 성 갈등은 단연 최대의 갈등 영역이다. 여성들이 이른바 여혐’(여성혐오) 프레임을 들고 나오자 남성들은 남혐’(남성혐오)이 아니냐며 맞불을 놓았다. 물론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여혐에 대해 반기를 든 것을 두고 남혐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 성상영 기자

 

 메갈리아에서 몰카시위까지…

못 참겠다거리로 나온 여성들

 

2015년 등장한 메갈리아는 우리나라의 성 갈등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종인 메갈리아로 인해 남성의 여성혐오를 거울에 비추듯 대상만 바꿔 표현한다는 의미의 미러링이 대두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거치면서 미러링은 현실공간으로 진출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강남역 일대를 가득 메운 광경은 한국에서는 매우 낯선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강남역 시위가 일으킨 파장은 컸다. 시위에 나온 여성들은 인근 건물의 남녀공용 화장실을 나오던 여성이 남성의 칼에 찔려 숨졌다는 사실을 두고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여성이라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년 뒤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이른바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비난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지난 5월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한 여학생이 남성 모델의 알몸과 얼굴을 그대로 찍어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이 발단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남성 몰카 범죄자는 봐주면서 여성 피의자에 대해서는 재빠르게 대응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의 목소리는 올 들어 급격히 터져 나온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와 맞물려 반향을 일으켰다.

 

몇 가지 특정 사건을 놓고 봤을 때, 여성들의 분노는 한국남성들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여성들의 외모를 농담 삼아 평가하고 조롱하는 언어습관, 길을 지나는 여성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미디어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문화 등 한국남성들이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행한 일들이 쌓이고 쌓인 것이다.

 

한국 여성의 지위, 필리핀보다 못하나

10vs 118위 놓고 달아오른 인터넷

 

적어도 지표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상당히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UN개발계획(UNDP)이 지난해 발표한 ‘2016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GII) 순위는 세계 188개국 중 10위였다.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나라라는 것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남성 가장 중심의 호주제를 폐지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유림과 여성단체가 충돌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그런데 똑같은 성 불평등 문제를 나타내면서도 전혀 다른 지표가 나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2017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는 한국의 성격차지수’(The Global Gender Gap Index, GGI) 순위를 118위로 명시했다. 르완다(4), 필리핀(10)보다 낮고 방글라데시(47)보다도 훨씬 아래에 있었다.

 

WEF는 성격차지수를 계산하면서 해당 국가의 사회, 경제적 수준을 배제하고 오로지 남녀의 상대적인 격차만을 평가했다. 가령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인구의 비율이 남성 100%, 여성 50%이면 0.5점을 받는다. 남성 50%, 여성 50%인 나라는 1.0점으로 전반적인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이를 놓고 온라인상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메갈리아를 비롯한 여성 중심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은 남성과 비교한 여성의 상대적 지위에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로 WEF의 성격차지수에 지지를 보냈다. 네티즌 A씨는 이 지표는 성평등 지수가 아닌 성 격차 지수로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비율만을 의미한 것이라며 지표의 목적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유머를 비롯한 남성 중심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은 경제 발전 정도가 낮은 필리핀에서 여성의 삶이, 경제적 수준이 높은 한국의 여성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네티즌 B씨는 너무 가난해서 남녀 상황이 비슷하면 높은 점수를 얻는 식이니 이런 것은 통계의 왜곡이자 통계의 오류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여가부, WEF 지표 관련 두 차례나 해명

WEF한국 경제적 격차 감소 긍정적

내용 중요한데 순위 놓고 소모적 논쟁만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이미 2013년에 UNDPWEF의 서로 상반된 지표에 대해 7페이지 분량의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WEF의 보고서는 해당 지표 분야의 수준이 아니라 남녀 격차만을 표시하고 있어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여가부는 3년 뒤인 2016년에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편 여가부가 2010년부터 측정해 오고 있는 국가성격차지수는 개선되는 추세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16년 국가성격차지수는 100점 만점에 72.7점으로 전년보다 2.5점 상승했다. 5년 전인 201167.8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남녀 격차 줄어드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의 성격차지수가 118위라고 발표한 WEF조차 20140.512점에 비해 20150.557점으로 성 격차가 9% 가량 좁혀진 점을 언급했다. WEF는 지난 2016년 발간한 경제적 성 격차 좁히기: 양성평등 태스크포스에서 배우기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적 성 격차 개선 속도가 빠르고 변화의 폭도 크다고 평가했다.

 

여성들의 지위가 옛날보다 올라간 것도 사실이고, 그럼에도 여전히 큰 격차가 있는 점도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 성차별 정도가 세계에서 10위인지 118위인지를 가지고 각자의 주장만 펼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이 세계에서 10번째나 되는지, 아니면 118번째 밖에 안 되는지 따위는 아닐 것이다.

 

결국 순위에 매몰되기보다는 여성의 정치·경제적 활동반경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여성에 대한 그릇된 성 관념이 여전히 산재해 있음을 인식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17%에 불과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나 일터에서 여성의 직무와 남성의 직무가 나뉘는 모습은 우리나라 성 불평등의 현주소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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