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의 기괴한 역수입…기울어진 운동장 해결될까

수입맥주 가격인상 불가피…업체들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7/11 [16:54]

국산맥주의 기괴한 역수입…기울어진 운동장 해결될까

수입맥주 가격인상 불가피…업체들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7/11 [16:54]

출고가격에서 용량으로 과세표준 통일하는 개편안 추진돼

하이트진로‧OB‧롯데주류 등 맥주업체들 환영하는 분위기

수입맥주 가격인상 불가피…업체들 “공정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최근 국책연구기관이 맥주에 매기는 세금기준을 ‘출고가격’에서 ‘용량’으로 바꾸는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가격경쟁력에서 수입맥주에 밀리던 국내 주류업계가 환영의사를 밝혔다. 

 

하이트진로‧OB‧롯데주류 등 국내 빅3 맥주업체를 비롯해 수제맥주를 만드는 국내 중소업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가격문제만 해결된다면 국내맥주들이 선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 마트에 진열된 각종 수입맥주들.  ©박영주 기자

 

지난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과세표준을 통일하고 맥주에서 발생하는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만일 세법개정안이 확정돼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게 동일한 과세체계가 적용될 경우 ‘4캔에 만원’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수입맥주 할인행사는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산맥주의 경우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을 모두 포함한 가격에 세금이 부과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업체가 신고한 수입가격+관세 정도만을 과세표준으로 정해 세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수입맥주가 국내에서는 싼 가격에 판매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같은 과세체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단연 국내 맥주업체들이다. 물 건너온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보다 싸다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은 ‘국내 맥주는 맛도 없는데 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월에는 오비맥주 카스의 러시아 월드컵 패키지 중 740ml캔을 미국에서 생산에 역수입해 싼 가격에 판매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기울어진 과세체계 때문에 국산맥주를 역수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부과되는 과세체계를 통일할 필요는 있다. 단순히 국내 업체들의 폭리로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국산 맥주는 밍밍한데 가격만 비싸다? NO

‘필라이트’ 성공을 통해 본 맥주의 가격이론

 

국산맥주를 둘러싼 각종 오해에 대해서도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맥주보다 국산 맥주가 맛이 밍밍한데도 가격만 비싸다고 말하는데,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물론 맥주의 맛을 중시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결국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수입맥주들 중에서도 라이트한 맥주들이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일에일이나 IPA 등 특유의 향이나 맛이 강한 맥주들은 매출순위 상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나 하이네켄 등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맛의 맥주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보통의 수입맥주들이 행사가격 적용을 받으면 1만원에 4~5캔까지 구입 가능한 것을 생각해보면 맥주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 는 ‘가격’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OB맥주의 카스나 롯데주류의 피츠도 인정을 받고 있다.  

 

▲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 맥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홉이 10% 미만인 유사맥주로 '기타주류'로 분류돼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가격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방증해주는 것은 국내에서 필라이트가 성공을 거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홉의 비율을 10% 미만으로 과감하게 줄인 ‘기타주류’기 때문에 일반 맥주보다 40% 정도의 가격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일반 맥주는 홉 비율이 70% 이상이고 주류세가 72%에 달하지만, 유사맥주인 필라이트는 홉 비율이 10% 미만이고 주류세도 30%에 그친다. 금액적으로는 717원과 약1200 상당으로 500원 가량의 차이가 난다.  

 

오는 7월 중순경 3억캔 판매돌파를 앞두고 있는 필라이트는 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말도 안되지만 만원에 12캔’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가격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것이 필라이트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소비자들, 특히 혼술을 즐기는 2030세대는 수입맥주들이 비싸진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지만, 맥주업체에서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산 맥주는 해외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과 맛을 자랑한다. 오히려 기울어진 과세체계 때문에 해외에서 국산맥주를 역수입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느냐”며 “싼 가격도 중요하지만 맥주의 가격이 제대로 매겨져야만 R&D투자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맛있는 맥주, 고급 맥주를 선보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현재 맥주의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의뢰한 상태이며, 기재부의 검토를 거쳐 해당 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는 출고가격이 아닌 용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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