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산부인과 수가…사람이 개보다 못합니까

산부인과 몰락에 손 놓은 정부, 저출산 대책에 산부인과는 쏙 빠져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4/26 [16:33]

비정상적인 산부인과 수가…사람이 개보다 못합니까

산부인과 몰락에 손 놓은 정부, 저출산 대책에 산부인과는 쏙 빠져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4/26 [16:33]

산부인과 몰락에 손 놓은 정부, 저출산 대책에 산부인과는 쏙 빠져

낮은 수가, 높은 스트레스로 분만 업무 기피하는 의사들…피해는 산모들에게

 

“아기 한명 낳는데 드는 분만수가가 강아지 한 마리 낳는데 드는 분만수가보다 못합니다. 한마디로 사람이 개보다 못한 그런 상황인데,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문영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OECD 국가 최하(下)위 수준이다. 자연분만시 진료수가는 최저 20만3천원인데, 이마저도 무너져 산모들을 유치하고자 2박3일에 20만원도 안 되는 수가를 제시하는 병·의원들도 속출하고 있다. 

 

▲ 김문영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 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산부인과계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영주 기자

 

[팩트체크] 강아지 분만비용, 사람 분만비용보다 정말로 많나?

자연분만은 비슷, 제왕절개는 강아지>사람…저수가 문제 뚜렷

 

동물병원에서 강아지를 자연분만 할때 드는 비용이 15만원 안팎에서 30만원까지인 것을 생각하면, 사람이 개보다 못하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된 감이 있더라도 사람을 낳는 비용이나 강아지를 낳는 비용이나 그리 큰 차이는 안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분만과정에 들어가는 수많은 의료서비스와 시간, 노력을 생각하면 사람을 낳는 비용이 강아지를 낳는 비용보다 더 싸게 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보통 분만하기 전 진통과정에서부터 산부인과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 여러 명이 붙어 임산부와 태아의 혈압·맥박·호흡상태를 분단위로 체크한다.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상황설명을 하면서 혹시 생길지 모를 경우의 수에 대비해 분만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산모들의 고령화로 인해 경우의 수가 더 많이 늘어났다. 일부 산모들은 이틀동안 진통을 지속하기도 한다.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 둘다 위험해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처음부터 제왕절개분만을 요구하는 병원들도 많다.  

 

제왕절개에 들어가면 강아지를 낳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사람을 낳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역전한다. 포괄수가제 적용으로 제왕절개수술의 수가는 약36만원으로 고정돼있다. 야간·공휴일을 적용한다고 해도 약53만원 정도로 정해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강아지 분만을 제왕절개로 할 경우 비용은 지역과 견종 등에 따라 4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 넘어가기도 한다. 

 

분만 업무 기피하는 의사들, 피해는 산모들에게

군단위 지역일수록 분만실이 없는 분만취약현상 두드러져

MB정부의 '제왕절개 포괄수가제 적용'은 실패한 정책

가산수가 등 ‘인센티브 제도’ 필요해…文정부 역할론 대두

 

산부인과 의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준할 정도의 수가를 쳐달라’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를 받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주업무라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성은 지킬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달라는 이야기다.

 

최근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태아 하나하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가산수가를 적용하는 방식도 제안되고 있다. 

 

실제로 산부인과를 하다가 피부과나 비만관련 병원으로 전향하거나 산부인과업을 접는 의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분만 가능한 병의원은 1311곳에서 617곳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현상은 지방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던 분만취약지 현황 및 연도별 추이. (표제공=김문영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도를 제외한 지역들에서 분만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분만취약 현상’이 두드러졌다. 

 

분만취약지역에는 △인천 1곳(웅진군) △충청도 3곳(보은·괴산·청양군) △강원도 7곳(태백시·평창·정선·철원·화천·양구·인제군) △경북 8곳(영천시·군위·의성·청송·영양·영덕·봉화·울릉군) △경남 6곳(의령·창녕·남해·하동·함양·합천군) 전북 4곳(진안·무주·장수·순창군) △전남 8곳(구례·보성·장흥·해남·함평·완도·진도·신안군) 등이 포함돼 대체적으로 군 단위 지역에서 분만취약이 심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저출산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지역 산부인과들은 일찌감치 분만업을 접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지역에서 거주하는 산모들은 다른 지역으로 원장출산을 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의사들의 의식부재 문제로 해결해선 안 되고 지역별 가산수가를 적용하거나 자연분만을 했을 때 가산수가를 쳐주는 등의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적용된 ‘제왕절개 포괄수가제’는 실패한 의료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자연분만에 인센티브를 주기는커녕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제왕절개를 할 경우 이전에 진행된 자연분만 수가는 인정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수가시스템 때문이다. 

 

자연분만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의사들이 의료분쟁에 시달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애시당초부터 안전성이 높은 제왕절개를 시도하는 것이다. 산모들이 고령화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당시 제왕절개가 적은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고 과다한 병원에는 패널티를 주는 정책으로 주춤했던 제왕절개 수술건수가 이명박 정부 들어 급격하게 늘어났다. 제왕절개 수술이 산모와 아이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좋지 않은 현상이다. 

 

비현실적인 지금의 수가를 세밀하게 개선하고, 보다 와닿는 저출산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산부인과에 대한 정책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지금의 정책들에서 산부인과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문영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은 “저출산 대책에 산부인과에 대한 부분은 많이 미약하다. 결국 산모들이 아이를 낳는 장소가 산부인과 병원인 것을 생각하면 엄마들이 보다 안전한 분만실에서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과 인프라가 붕괴되면 나라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100만명 낳던 옛날과 35만명 낳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기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렇다면 보다 세밀한 정책으로 산모와 의료진들 모두가 웃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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