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필요없는 환자들의 ‘위험한 입원’…패러다임 전환 필요

의료계 고질병 ‘나이롱 환자’…인프라 없이 입원환자 받는 중소병원도 문제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3/06 [19:31]

병상 필요없는 환자들의 ‘위험한 입원’…패러다임 전환 필요

의료계 고질병 ‘나이롱 환자’…인프라 없이 입원환자 받는 중소병원도 문제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3/06 [19:31]

전문가들 “중소병원은 외래 중심 이차의료기관은 입원중심 돼야”
농어촌 중소병원, 인프라 확충 위해 병원·지방정부 노력 함께 필요

노인환자들, 입원 아닌 가정복귀를 역점으로 둬야…패러다임 전환 요구 나와


#. 꼭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노인환자들이 ‘물 떠와라’, ‘등 긁어 달라’는 잔심부름을 할 때 가장 속상하고 답답하다. 정말 입원해서 관리해야하는 중증 환자들도 많은데, 간호사를 마치 하인 부리듯 부리는 분들을 보면 이분들은 왜 입원했을까 싶을 때가 많다. -○○대학병원 간호사

 

#. 건강검진을 하러갔을 뿐인데 입원부터 하라고 해서 당황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원부터 하라고 하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심부터 들었다. -36살 직장인 A모씨

 

#. 나이롱환자로 불리는 이들이 제일 골치 아프다. 진단해보면 이상이 없는데도 보험금을 위해 진단서를 달라고 떼를 쓰면 곤란하다. 일부 사무장 병원에서는 의도적으로 나이롱환자를 유치하기도 한다는데 이는 전체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고 의사의 권위를 추락시킨다는 측면에서 결코 달갑지 않다. -□□병원 정형외과의사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박영주 기자

 

병상이 필요 없는 입원환자, 이른바 나이롱환자에 대한 문제는 의료계의 고질병 중 하나다. 한때 나이롱환자들을 의도적으로 받아 보험급여를 타내는 사무장병원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정기적인 조사와 제보를 통해 이러한 병원들을 근절하고 있지만 이들을 퇴출시킬 강력한 처벌 방안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화두로 떠올랐다.

 

임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급성기 병상수가 늘어나고 있는 나라는 OCED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는 병상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의료기관에 대한 적정수가 책정을 어렵게 하고,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심화시킨다.

 

현재 급성기 병상 당 활동 의사와 간호사수는 각각 0.4명에 불과하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중증환자에게 쏟아야 할 의료 인력이 쓸데없이 분산돼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도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들 탓에 업무 피로도가 가중된다고 호소한다.

 

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73%가 300병상 미만의 병의원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어려운 중소병원의 병상과잉은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 시킨다”고 지적했다.

 

사각지대의 중소병원들이 과도하게 병상을 늘릴 경우,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단적으로 이번에 밀양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송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져 사상자가 단시간에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중소병원이 이차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정도의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일차병원인 중소병원은 외래 중심으로, 이차의료기관은 입원중심으로 가야 한다. 일차병원에서 입원을 받으려면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병원의 미흡함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도 큰 상황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병원의 환자안전사고 위험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 평가가 의무인증인 요양병원과 정신의료기관을 제외하면 자율인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병원은 환자안전에 무방비”라고 우려를 표했다.

 

중소병원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으로는 △지방정부의 모니터링 체계 구축 △M&A 등을 통한 부실 병원 구조조정 △인프라 및 인력 확충 △패러다임 변경 등이 언급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윤석준 교수는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소병원을) 모니터링할 체계가 필요하다. 중소병원이 그만두고 싶어도 못 그만두는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법인과의 M&A가 현실적”이라며 부실한 병원들은 자발적 퇴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장학제도 등을 통해 농어촌에 근무하는 의료진을 늘리는 방안이나, 벽지근무를 하는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도 거론됐다. 이 부분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만큼 국회의원들의 법안발의가 얼마나 이뤄질지 여부가 관건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병원 중심에서 재가 및 지역사회로의 회귀를 이끄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공동대표는 “지방은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특성과 의료필요도가 낮은데도 입원하는 노인환자가 많다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의료시설을 탈피하는 탈원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병원에서의 의료서비스제공의 목표는 노인환자의 가정복귀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환자들 개개인의 인식전환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급선무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중소병원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면서 입원환자를 받는 것은 사실상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행위다. 인프라 확충에 중소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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