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21] 헌혈로 모인 국민 피, 재벌기업과 ‘밀실협상’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3/06 [11:57]

[저널21] 헌혈로 모인 국민 피, 재벌기업과 ‘밀실협상’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3/06 [11:57]

재벌 제약사에 판매하는 혈장가격 '비공개'

지난해보다 약 10%가량 올랐다 관계자 코멘트 뿐

헌혈로 모인 국민 피…민간기업과 거래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혈액운용을 약속한 대한적십자사가 또다시 비밀리에 혈장가격을 재벌기업들과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적십자사는 제약사에 판매하는 혈장가격 공개 요청에 지난해보다 올랐다고 밝히면서도,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밀실합의’ 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달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GC녹십자 등 재벌기업에 판매하는 성분혈장 가격이 지난해보다 약 10%가량 올랐다. 국민들의 헌혈로 모인 혈장이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움직임일 수는 있지만, 물가상승분 등을 감안한다면 여전히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지적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적십자가 협상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약 10% 올랐다는 관계자의 말만 있을뿐 구체적으로 얼마에서 얼마로 올랐는지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대한적십자사의 움직임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의 입장과는 상충되는 모습이다.

 

▲ 대한적십자사 © 문화저널21 DB

 

지난해 10월23일 국정감사에서 박경서 회장은 자국민들의 헌혈로 모은 혈장이 사실상 저가에 팔리고 있다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약사와 협상해야하는 지금의 구조는 저희도 싫다”며 “일본 적십자처럼 혈액수가는 정부가 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주장한 바 있다.

 

앞서 대한적십자사가 기동민 의원실에 제출한 성분혈장 원가자료에 따르면, 국민헌혈로 모은 혈장은 원가의 70% 수준에 제약회사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9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러한 손실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격 및 거래량에 대한 투명한 공개는 필요하다. 박 회장 역시도 혈액수가를 정부가 관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적십자사가 내놓은 해명에 따르면, 일본 후생성은 일본 적십자사의 사업계획을 토대로 매년 혈장분획제제 수급 계획 및 혈장 공급량, 완제의약품 수급계획, 혈장공급가 등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혈장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적십자와 특정 제약사가 협상하는 우리나라 구조와는 완전히 다르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일본의 운용형태를 더 선호하는 눈치지만, 정작 우리 보건복지부는 이렇다할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혈장을 구입하는 업체는 ‘GC녹십자(전체 물량의 70~80% 추정치)’와 ‘SK플라즈마’다. 이중 주거래 기업으로 꼽히는 GC녹십자는 혈장에서 면역글로불린을 추출한 혈액제제를 통해 매년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면역글로불린의 수출 호조로 해외 매출이 10% 증가하기도 했다. 

 

특정 회사가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국민들의 피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고,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대한적십자사는 달리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혈장가격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내부정보를 이유로 침묵하는 모습이다.

 

이들의 움직임을 관리·감독해야할 보건복지부도 협상 과정에 크게 개입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국민혈장 가격은 혈장을 구입하는 제약사의 입맛대로 책정되는 상황이다.  

 

제약사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국민 안전을 위해 필수의약품인 혈액제제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약사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옳은 일을 하고 있고 혈장가격 결정에 입김을 내는 것이 타당하다면 혈장거래량과 가격 등을 공개 못할 이유는 없다.

 

국가적 관점에서 혈액주권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 후생성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국민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투명하지 않게 이뤄지는 거래는 자칫 어둠의 거래로 비쳐질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와 혈액제제 제조회사가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하는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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