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도 웃은 ‘집행유예’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8/02/06 [10:42]

[기자수첩] 이재용 부회장도 웃은 ‘집행유예’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8/02/06 [10:42]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 다만 4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구치소를 빠져 나왔다. 이 부회장은 지나 5일 항소심에서 1심 징역 5년보다 대폭 감형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바깥 공기를 마시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 앞에 모습을 보였지만, 이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모습에서는 씁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느껴질 뿐이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해졌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올가미는 더욱 견고해 졌을 뿐이다.

 

간단히 재벌 총수 비리의 집행유예 판결에 제1야당 홍준표 대표가 ‘경의를 표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만 봐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짐작될 정도다.

 

▶ 이재용 부회장 범죄사실, 모두가 알아도 증거가 없어 ‘무죄’

 

이번 판결로 과거 정부의 보살핌 아래 지속되어왔던 재벌이 폐쇄적 유착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번 이재용 2심에서 재벌에게만 주어진다는 ‘3+5+@(징역3년+집행유예5년+특별사면)’ 공식의 변형판을 보여주었는데,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다.

 

기존 공식보다 낮은 형량이 판결된 것이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집행유예를 씌울 수 없게 한 여러 혐의들이 모두 ‘무죄’로 판결됐다. 이 부회장은 총 7개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이 중 가장 중대한 범죄였던 미르·K스포츠재단 뇌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재산 국외 도피 등에 대해 무죄 판결됐다.

 

2심 재판부는 이재용 재판에서 경영권 승계 등의 현안 문제를 모두 배제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등 각 계열사가 추진한 현안은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며, 이 부회장이 이를 위해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도와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고 “박 전 대통령이 승계 작업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어 묵시적 청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재판부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등의 이슈는 모두 사실이 아닌 단순한 삼성의 경영상 필요한 문제로 본 것이다. 따라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후원금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이 최 씨 일가에게 제공한 말과 차량 등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횡령죄도 사실상 면죄부 줬으며,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재산 국외 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인정한 횡령 81억원, 범죄 수익 은닉 65억원에 대해 2심은 36억원에 대해서만 뇌물로 인정했다.

 

▶ 왜곡된 부의 축적 일삼아온 재벌에게 정당성 부여한 사법부

 

“최저임금을 올리면 뭐하나..어차피 돈 있는 사람들은 법을 어겨도 잘 사는데”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왜곡된 부의 축적과 분배를 일삼아 온 재벌들에게 정당성을 가져다 줬다고 평가했다. 불평등이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와 재벌과 독재 정치에 대항할 수 없어 이런 시스템을 막연히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탈적 가치의식까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고위공직자와 재벌들이 적게는 수억부터 많게는 수십억 원까지 범죄를 통한 수익을 거둬들였음에도 ‘집행유예’ 등의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에 따른 것이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자산 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았고, 이들은 모두 ‘징역3년 집행유예5년 + 1년내 특별사면’이라는 훈장을 부여받았다. 이 가운데는 1천억 원 이상 비자금을 조성하고 횡령한 재벌 회장도 있다.

 

불평등, 부조리, 불공정, 비형평 등의 권력과 권리를 누려온 재벌일가에게 사법부가 내린 이번 판결은 국민들의 사회적 갈등과 잘못된 분배구조를 다시 한 번 정당화 시킨 꼴이 됐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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