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문화로 세상보기] 다운사이징, 신선하게 평범한 이야기 말하기

정재영 청소년기자 | 기사입력 2018/01/14 [12:11]

[17세, 문화로 세상보기] 다운사이징, 신선하게 평범한 이야기 말하기

정재영 청소년기자 | 입력 : 2018/01/14 [12:11]

▲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폴’(맷 데이먼)은 자신의 아내 오드리(크리스틴 위그)의 꿈인 넓은 집을 사고 싶지만 금전적인 이유 때문에 포기한다. 한편, 인국과잉에 대한 해결을 위해 다운사이징이라는 기술이 개발된다. 이는 몸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1억 원을 120억 원의 가치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폴은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지만 자신의 아내가 두려워서 시술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작아진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폴은 행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디센던트’와 ‘네브라스카’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새 영화 ‘다운사이징’은 작아진 사람들을 위한 작아진 세계라는 다소 신선한 설정, 그리고 맷 데이먼과 크리스토퍼 왈츠라는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배우 두 명을 캐스팅 하였다. 특히 크리스토퍼 왈츠는 어떠한 역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부여하면서 인물에 깊이와 스타일을 더하는 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과거 보여준 적이 있다. 특이한 소재, 그리고 출중한 캐스팅, 이런 좋은 재료들에 비해 영화 ‘다운사이징’은 마냥 따뜻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난하다.

 

영화가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목표성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떠한 의미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를 하기 보단 원하는 모든 주제들을 조금씩 건든다. 영화 초반부에는 블랙 코미디와 정치를 조금 건들고, 중반부에는 인권 문제를 얘기해 본다. 후반부에는 행복에 관한 철학이라는 주제를 살짝 다뤄본다. 충분히 깊고 신박하게 다룰 수 있는 주제들을 너무나도 조심스럽게 건드는 소심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답답함을 선사한다. 집중되어 있지 않은 뭔가를 계속해서 주장하던 영화가 끝나고 남는 건 오로지 신기해 보이는 세계관과 배우들의 호연 밖에 없다. 

 

목표 없는 영화의 특징 중 하나, 흘러가는 스토리 또한 ‘다운사이징’의 특징이다. 영화는 유순한 맷 데이먼의 인물을 따라 그저 유유히 흘러가고, 관객들은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기다림에 지치게 된다. 후반부에 일어나는 사건 자체도 급조되었고, 많은 시간이 투자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였을 때 별다른 감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운사이징’은 평범하지 않은 배경으로 행복을 찾는 여정 같은 평범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세계의 종말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너무나도 평범하게 다룬다. 

 

▲ 영화 다운사이징 스틸 컷

 

홍 차우의 캐릭터 ‘녹 란 트란’도 과연 영화가 올바른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물어보게 만든다. 초반부에 부당함을 맞서 시위에 앞장섰다고 등장되었던 강인한 인물이 후반부에 주인공에게 자신과 함께한 하룻밤의 의미가 뭐였는지 물어보고, 자신도 그냥 여자일 뿐이라고 고백하며 수동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큰 괴리감을 준다.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억양도 관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다운사이징’은 캐릭터들의 사이즈뿐만 아니라 주제의식과 드라마도 ‘다운사이징’ 해버렸다. 창의적인 배경을 가지고와서 흔하디흔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주인공이 질색하는 ‘평범함’을 보여주고, 영화는 관객들을 태우지 않은 채로 유유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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