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ㄹ / 박순원

서대선 | 기사입력 2017/12/04 [13:33]

[이 아침의 시] ㄹ / 박순원

서대선 | 입력 : 2017/12/04 [13:33]

 

# ‘기죽지마’.  'l'과 ’r'이 들어간 일련의 단어를 발음하다 “혀가 말린” 학생에게 교수님께서는 미소로 격려까지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러시더니 미국에서 십 년 살다온 사람은 ‘잘 있었니’ 하는데, 한 일 년 지내다 온 사람은 ‘좔 인었니’라고 “혀가 말리기도” 한다며 웃으셨다. 딱딱할 것 같았던 영어 음운론시간은 기다려지는 수업이 되었다.      

  

설측음인 우리말 “ㄹ"은 영어처럼 발음이 세분화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영어의 ‘l'과 ’r'은 입술 모양도, 혀의 위치와 모양도 다르다. 또한 영어를 사용하는 본토의 국민들은 입천장이 더 높게 파여 있단다. 발음기관의 구조가 다른 상태에서 영어의 모든 철자를 완벽하게 발음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모 항공사 사무장이 기내 방송 시험에서  ‘l'과 ’r' 발음을 문제 삼아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거대 조직이 개인에게 가한 폭력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얼마든지 우리의 발음구조를 이해하고, 열심히 익혀 근무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도 있었던 문제이다.  

   

“ㄹ은 설측음 혀 옆으로/랄랄라 랄랄라 신나게” 별 문제 없이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처지와 우리 것을 경시하며 지나치게 강대국의 기준에 맞추려다 보면, “우'롸+ㄹ''롸+ㄹ''롸+ㄹ'라” “혀가 말리는 것” 처럼 낭패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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