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너 몰린 대웅제약…그리고 양병국 카드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11/23 [13:37]

[기자수첩] 코너 몰린 대웅제약…그리고 양병국 카드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11/23 [13:37]

보툴리눔톡신, 이른바 ‘보톡스’ 균주를 놓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증거나 정황이 모이면 모일수록 기술절취 의혹을 받고 있는 대웅제약이 코너에 몰리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월부터 대웅제약 계열사 대웅바이오의 '히든카드'로 영입된 양병국 대표이사는 현재까지의 행보로 미뤄봤을때 '자충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 보톡스 균주 '나보타'를 출시하기 전 경쟁사인 메디톡스를 상대하기 위해 인재들을 영입했다. 그 중 한명이 양병국 대표이사였다.  

 

메디톡스에는 수년간 균주만을 연구해온 보톡스 균주 전문가 '정현호 대표이사'가 있었기에 전 질병관리본부장으로서 국내 제약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왔고 보톡스 균주 신고업무를 맡았던 정부 관계자를 대항마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부 관계자가 당시 이해관계에 있었던 대웅바이오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은 것은 사실상 낙하산 인사,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양병국 대표이사가 과거 전염병대응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를 신고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자사 보톡스 균주에 문제는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모습에 합리적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대웅제약의 보톡스균주 ‘나보타’의 염기서열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사 보톡스 균주 ‘나보타’의 美 FDA 승인 절차를 확실하게 밟기 위해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뱅크(GeneBank)’에 염기서열 1만2000여개를 공개한 바 있지만, 이전에 등록돼 있었던 메디톡스의 염기서열과 일치했다. 

 

공교롭게도 연구소 내에서 변이로 인해 발생한 부분까지 동일해, 균주 연구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만약 대웅제약의 주장대로 독자적으로 발견한 균주가 동일한 염기서열을 가진다면 이 또한 중대한 연구자료”라고 입을 모은다.  

 

양병국 카드, 진뱅크 등록 카드까지 자충수로 작용했지만 대웅제약이 개의치않고 美FDA 등록을 강행하면서 보툴리눔 톡신 문제는 ‘국제적 망신’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메디톡스가 보유한 균주는 미국 앨러간이 함께 보유하고 있는 홀(Hall) 균주기 때문에 미국 FDA 등록이 이뤄지면 미국에서까지 균주출처를 놓고 법적공방이 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 측에서는 ‘한국의 식약처‧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했냐’는 비아냥을 쏟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 식약처는 의약품의 안전성만 검증해주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보톡스 균주가 발견된 장소의 환경영향평가만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톡스 균주 관련 실사를 담당했던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발견 보고를 받고 실사를 나갔을 때는 출처증명이 아니라 안전확인을 했던 것이다. 균주가 진짜 그 지역에서 발견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신고자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전국을 다 뒤져야할 판”이라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보톡스 균주를 비롯한 고위험성 균주가 발견되면 관계자들이 해당 장소로 즉각 출동해 환경영향평가뿐만 아니라 발견자 개인에 대한 신상검증, 해당 장소에서 균이 발견된 것이 맞는지 비교분석하는 등의 철저한 절차를 거친다. 허위로 보고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검증체계가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허술한 것을 대웅제약이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동시에 향후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어떤 형태로든 검증을 받아야할텐데 이 과정에서 거짓말 여부가 드러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항상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한다. 하지만 대웅제약 보톡스 사태처럼 제약사가 정부를 이용하는 형태가 되서는 안될 것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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