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제대혈 관리…일원화 움직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11/23 [11:29]

구멍 뚫린 제대혈 관리…일원화 움직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11/23 [11:29]

차병원제대혈은행, 제대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불법이식 논란

전수조사에도 여전한 불안감…제대혈 관리 일원화 해법될까

탄력받는 ‘제대혈정보센터’ 설립…대한적십자사처럼 일원화 가능할까

 

산모로부터 기증받는 제대혈을 연구용이나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어디까지나 제대혈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신체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사전에 활용용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고 이와 관련한 동의서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구목적이 아닌 방식으로 제대혈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진행하되, 기증자인 국민동의를 사전에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제대혈 기증활성화 및 관리, 연구 활성화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기증제대혈 중 총 유핵세포수가 10억개에 미치지 못해 ‘부적격’ 판정을 받고 폐기되는 제대혈은 전체의 60%에 달한다.

 

이에 부적합으로 폐기되는 제대혈을 연구용으로 따로 보관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대혈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실무적 전략수립 및 제도개선에 관한 공청회에서 토론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현재 제대혈법에는 공공성을 가진 연구목적으로 활용되는 것 외에 판매행위 등은 전면 금지돼 있다. 

 

제대혈을 활용한 의약제제, 화장품 등을 만드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지만, 무엇보다 기증자가 자신이 기부한 제대혈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끔 알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당국 역시도 국민이 기부한 제대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기증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사전동의서 수령’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작년 차병원기증제대혈은행이 불법적으로 기증제대혈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사용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였다. 당시 자신이 기부한 제대혈이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은 분노했다. 

 

가족에게 기증하기 위해 기증받는 가족제대혈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일반 ‘기증제대혈’의 경우, 큰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연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보건당국이 나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사전에 동의서를 받는 등의 방식을 도입해 국민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목적 외에 부정하게 제대혈을 사용한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용 제대혈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제대혈정보센터’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동시에 제대혈 연구기관이 무단으로 제대혈을 사용할 시 이를 강력히 처벌하는 제재방안도 마련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혈은행 일원화 작업, 대한적십자사 참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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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의 알권리 충족, 새 화두로…제도적 개선안 시급

 

일각에서는 제대혈 정보센터 설립을 위해 대한적십자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공공기관인 대한적십자사는 국민으로부터 제공받은 혈액에 대한 관리‧유통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기적으로 국정감사에서 점검을 받으며 어느정도 투명성이 보장된 상태다.  

 

그럼에도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은 존재한다. 혈액의 대부분은 의료센터로 옮겨져 수술시 수혈에 사용되지만 혈장의 경우, 녹십자사와 SK캐미칼이 사들여 알부민제제나 면역글로불린 등의 혈액제제로 만들고 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는 수혈용 혈액공급과정과 의약품제조용 혈액공급 과정이 설명돼 있다. 혈장분획센터에서 분리된 혈장은 제약회사로 공급된다는 설명이 명시돼 있다.

 

▲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의약품제조용 혈액공급 부분에 '제약회사 공급'이라는 점이 명시돼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쳐)    

 

홈페이지를 통해 설명을 해놓고는 있지만, 자신이 기증한 혈액이 사기업인 녹십자에 흘러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이들은 대부분 "정말 그런 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몰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더욱이 제대혈은 대한적십자사처럼 혈액관리를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 제대혈은행별로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을 뿐, 은행들을 총괄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작정 상업용 활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줄 경우, 누군가의 소중한 기부로 누군가가 수익을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제대혈정보센터’를 설립해 제대혈의 유통과 관리 전반을 일원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강도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제대혈 연구자들에게 원활하고 공정하게 제대혈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연구용 제대혈을 확보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제대혈정보센터가 중앙관리를 맡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제도의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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