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사는 돌고 돈다' 정우택의 말…'적폐 숙청'은 필연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7/11/17 [10:45]

[기자수첩] '역사는 돌고 돈다' 정우택의 말…'적폐 숙청'은 필연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7/11/17 [10:45]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길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선 안 된다”며 “부정적인 측면을 개혁해나가고 긍정적인 측면은 이어나가야 한다”며 이 같은 반응을 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잘못된 게 있으면 메스로 환부를, 중앙을 도래내면 되는 거지 전체를,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들고 하겠다는 건 국가 안보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며 말을 보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칼끝에 ‘정치보복’으로 규명하고 적극적인 반격에 나서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한풀이 굿판식의 정치보복은 반드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다"며 팔을 걷어 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에서 "이 정권의 전 방위적 정치보복의 칼날이 이제 전임정권을 지나서 전전임 정권까지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하고 "벌써 퇴임 5년이 지난 대통령을 다시 정치보복의 중심에 세운다는 것 자체가 이 정권이 말하는 국민통합과 북핵안보위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말처럼 ‘History repeats itself(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유명 속담이 있다. 역사는 필연적으로 반복되어 진다는 뜻이다.

 

그럼 우리나라가 어쩌다 적폐, 보복을 운운하는 나라가 되었을까? 조선일보 17일자 사설에 정답이 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베를린 장벽에서 주민들이 동독을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두고 발포에 연루된 사람은 말단 병사부터 최고 지도부까지 예외 없이 법정에 세운 사례를 설명하며 끝까지 단죄했던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역사적 불행과 과오를 지우기 위해 통일 후에도 잘잘못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고 단죄를 내렸다. 세계 2차대전 패배 후에도 타의적이었을지라도 나치 잔존 세력에 대한 숙청은 확실했다. 지금의 독일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잔존세력에 대한 숙청은커녕 그들이 정치권과 사회 전반을 장악할 수 있도록 명분을 내걸었다. 

 

자주 국가를 세우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일제 잔재와 친일파 청산을 포기한 것이다. 1948년 9월 친일파(적폐) 청산을 위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은 이승만에 의해 묵살됐으며, 한국전쟁 이후에도 북한군에 협력했던 기회주의자에 대한 숙청은 없었다. 오히려 정부를 믿고 피난을 가지 않았던 시민들에게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를 덧붙여 학살만 자행했을 뿐이다.

 

숙청의 대상자들은 항상 대외명분을 갖고 정당성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목숨을 연명해왔다. 해방이후에는 건국을 명분으로 나라를 장악했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그렇게 나라를 장악했던 인물들이 무고한 양민까지 빨갱이로 내세워 학살하는 형태로 과거를 덮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정상의 비정상화라는 끔찍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의 말처럼 반복되는 불행의 역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적폐에 대한 단죄를 확실히 해나간다면 잘못된 역사의 반복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적폐’를 ‘정치보복’으로 덮으려는 프레임은 이미 이승만 정부가 저질렀던 부끄러운 역사를 끄집어내는 상식 이하의 행동일 뿐이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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