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공익재단 둘러싼 가능성과 의혹들

공정위, 편법승계·사익편취 등 점검 대상…"재단 점검까지는 심해"

송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17/11/06 [17:28]

재벌들의 공익재단 둘러싼 가능성과 의혹들

공정위, 편법승계·사익편취 등 점검 대상…"재단 점검까지는 심해"

송가영 기자 | 입력 : 2017/11/06 [17:28]

삼성, 재단 이사장직으로 이재용 부회장 승계 이용했을 '가능성'

사회환원 약속한 정몽구…그룹 지배력 강화위해 재단 이용 '의혹'

'가능성'과 '의혹'에 초점 맞춘 공정위 '기업집단국' 신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소속 공익재단들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부당지원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공익재단 운영실태 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기업들이 주장해온 '자발적' 재단 운영에 대한 감시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기업들의 공익재단이 편법 세습에 이용되고 있는지, 대기업집단의 소속 공익법인들이 같은 계열사의 지분을 이용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등 전반에 걸쳐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2일 5대그룹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정요건을 충족하면 공익재단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과연 공익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재단을 이용한 의혹을 사고 있는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재단을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그룹 등이 표적으로 지목됐다.

 

총수일가 그룹 지배력 강화 수단 '현대차정몽구재단'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수감된 후 같은 해 9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과 함께 사회봉사활동 명령을 받았다. 당시 부과된 사회봉사활동 명령은 '사회공헌기금 출연'과 준법경영을 주제로 한 강연과 신문 기고였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8,400억원의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언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약 900억원 가량의 주식으로 초기 기반을 다진 해비치재단은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해비치재단이 설립 초기 진행한 사업으로는 교통사고 피해가정 지원, 예술전공 고등학생 교육 지원 등이 있다.

 

▲ 현대차정몽구재단은 문화예술, 인재양성, 소외계층 지원 등에 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정몽구재단 홈페이지)

 

또한 △소년소녀 가장 지원 △천안함 유자녀 교육 지원 △기초과학 전공 대학생 및 다문화가족 교육 지원 △연평도 포격피해 가정 학생 예술심리치료 개시 △대학생 학자금 대출 지원 사업 △농산어촌 초등학생 교육지원 산업 등 인재양성, 사회복지, 문화예술, 기획사업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1년 12월 해비치재단이 이사회를 열고 지금의 '현대차정몽구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 총수일가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주식을 집중하고 재단을 이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기본으로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데 실제로 정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에 대한 실제 지분은 크지 않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6.96%, 현대차 5.17%, 정 부회장은 현대차 2.28%, 기아차 1.74%를 보유해 그룹 오너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들이 적은 지분을 갖고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는 향후 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현금화, 합병 작업이 용이한 계열사를 선택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지분을 집중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할 계열사가 현대글로비스, 이노션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재단은 오너일가의 집중된 지분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재단을 통해 편법 승계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재단을 만들 당시 개인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온 것과 달리 재단을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의혹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공정위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삼성그룹, 경영승계 목적으로 재단 운영…오너일가 비리창구 가능성

 

삼성그룹에는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총 3개의 공익재단이 설립돼있다. 이들 재단은 모두 '복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재단은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 △우수 교육프로그램 개발 연구 △대학생 장학금 지원위한 '삼성드림클래스' △삼성서울병원, 삼성노블카운티, 삼성어린이집 건립 등 의료·교육문화 정착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3개 재단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운영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받은 후 지난 1988년 생명공익재단, 1992년 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1996년 두 재단의 이사장 직에서 물러났다.

 

비자금 의혹 사면을 받은 후 이 회장은 지난 1998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복귀했고 2008년 '삼성 특검'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 2011년 문화재단, 2012년 생명공익재단에 다시 돌아왔다.

 

검찰 수사로 불려다닌 시기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 회장이 재단 이사장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다가 건강 악화로 지난 2015년 이 부회장에게 문화재단과 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을 물려줬다.

 

▲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복지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재단 홈페이지)  

 

문제는 이 부회장이 넘겨받은 재단 이사장 자리로 경영권 승계가 훨씬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재단 이사장직을 이 부회장이 물려받은 당시 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지분 2.2%,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4.7%, 삼성화재 3.1%, 제일모직 0.8%, 삼성SDI 0.6%, 삼성증권 0.3%, 삼성물산 0.1% 등 지분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이 부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을 높이기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생명공익재단을 이용했다.

 

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였고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인만큼 재단의 지분매입으로 실질적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났다.

 

또한 문화재단이 삼성생명 지분 4%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장이기도 한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내지 않고도 재단의 지분만큼 삼성생명에 추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공정위는 이 부분이 삼성그룹이 재단을 개인의 경영권 승계에 이용하고 나아가 총수 일가의 비리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그룹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그룹의 △아산나눔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 SK그룹의 △한국고등교육재단 △행복나눔재단, LG그룹의 △LG연암문화재단 △LG연암학원, 롯데그룹의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등도 점검 대상이다.

 

기업들, 재단 전수조사에 난색…"정도가 지나치다"

 

이러한 상황들로 공정위가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피력하자 기업들이 "속만 타들어간다"며 답답해했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사익 편취에 상관없는 재단들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공익사업 의지를 해치는 행위일 뿐 만 아니라 '기업압박' 행위라며 반발했다.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된 대기업들은 "당황스럽다", "기업도 아닌 공익재단 전수조사는 정도가 지나치다", "경제성장 원동력을 떨어뜨리는 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하나같이 난색을 표했다. 

 

이렇듯 기업들은 재단의 전수조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재단들이 같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전수조사 방침도 당연하다.

 

기업들이 주장하는 '자발적인' 취지와 달리 '자의반, 타의반'으로 설립된 공익 재단이 간섭에서 멀어지고 '보여주기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해 공익 활동을 이용하고 있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재단이 삼성그룹 등 일부 기업들의 총수일가의 승계절차와 탈세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재단들이 계열사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공익적 사업을 위한 수익 창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기대를 갖기 어렵고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자료에서 보이지 않는 편법, 불법행위의 존재 가능성으로 볼 때 재단의 수익 구조, 규모, 운영 형태 등 정확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도 확실히 보여주고 있어 기업과 공익재단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당분간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 상장사 지분은 총6조7천억원의 규모에 대한 전수조사를 위해 내부에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문화저널21 송가영 기자 song@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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