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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21] ‘혈(血)세’로 큰 녹십자…약가로 국민 옥죄나
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업, 위기 때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사격
 
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  2017/10/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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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업, 위기 때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사격

녹십자, 약가인상 놓고 정부에 입김발휘…혈장 가격협상까지 

 

문재인 정부는 최근 공공제약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구용역 진행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건강을 담보로 독보적으로 약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약가 후려치기’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필수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약가 후려치기의 정황은 포착됐다. 최근 녹십자는 혈액제제 약가인상을 추진해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았다.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있어 원가보전이 가능함에도 녹십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약가인상을 고집했고, 국민건강을 우선해야할 보건복지부는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가격 인상분만큼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국민들이 떠안게 됐다. 

 

국민의 오줌과 피로 성장한 녹십자의 성장배경에는 언제나 보건복지부의 원조가 있었다. 외화벌이를 위해 정부가 키워준 녹십자는 어느새 공룡제약사로 성장해 정부의 약가인상에까지 입김을 발휘하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제약사 설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녹십자, 국민들의 피와 세금으로 성장한 역사

성장하고 나니 존재감 과시(?)…정부 위에 녹십자

 

1960년대 혈액제제나 백신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 녹십자(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는 ‘여러분의 오줌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라고 홍보하며 오줌을 수거해갔다. 수거해간 오줌은 정제돼 혈전용해제인 ‘유로키나제’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발판을 마련한 녹십자는 71년 국내 최초로 혈액제제 공장을 완공했다. 당시에는 피를 팔아 돈을 챙기는 ‘매혈’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녹십자는 국민들로부터 사들인 피로 혈액제제 사업을 키워왔다. 

 

녹십자는 2012년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통해 정부로부터 R&D 지원금도 받고 있다. 남인순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녹십자는 65억 9600만원을 지원받았고 2015년에는 65억33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야말로 국민들의 혈(血)과 세(稅)가 녹십자를 키워준 모습이다. 

 

물론 녹십자의 혈액제제 사업에 적신호가 켜진 때도 있었다. 78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혈액제제는 상업적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 간 경쟁대상이 될 수 없다며 혈액제제 생산의 신규허가를 불허하고 적십자사로 일원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적십자사는 혈장분획을 통해 혈액제제를 생산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기존의 혈액제제 생산 허가업소인 녹십자와 동신제약(지금의 SK플라즈마) 두 업체가 생산가능업체로 규정됐다. 

 

문제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마음만 먹으면 정부기관이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됐음에도, 보건복지부는 녹십자와 SK플라즈마에만 혈액제제 생산을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대한적십자사는 알부민 완제품 생산시설 건설계획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보건복지부는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적십자사가 차입을 해 공장을 짓는 것은 중복투자인데다 민간업체의 경영악화가 우려 된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적십자는 또다시 보건복지부에 같은 계획을 제출했다. 이번에도 복지부는 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제출받은 연구보고서를 바탕으로 적십자의 혈액제제 사업 진입을 막았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대한적십자사는 혈장을 반제품 형태로밖에 만들지 못한다. 국민건강을 우선시해야할 정부가 제약회사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녹십자 뒤봐주기를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녹십자 원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녹십자가 혈액제제인 알부민제제와 면역글로불린제제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유를 묻자 복지부 관계자는 “원가상승 등의 다양한 이유로 제약사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약사 입장을 철저히 대변해주는 모양새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의 상업적 이용배제와 혈장 자급자족을 위해서라도 완제품 생산시설이 착공돼야 한다. 고귀한 헌혈혈액이 제약업소의 영리를 위해 사용되는 현행 체제는 즉각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가 녹십자를 감싸고 돌면서 사실상 혈액제제 약가결정의 칼자루는 녹십자가 쥐게 됐다. 녹십자는 혈장가격 협상에도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퇴장방지의약품을 불안정하게 제약회사에 맡기는 것보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공공제약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칼자루를 쥔 녹십자가 국민건강을 담보로 ‘약가 후려치기’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장방지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존가격의 3배 이상을 지불하며 불확실한 위탁생산에 의존하기보단 국가가 직접 나서서 정부와 지자체가 소유하고 있는 공공제약 인프라를 활용해 생산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공제약사는 말도 안 된다. 과거 결핵협회에서 돈만 갖다쓰고 백신은 개발하지 못했는데, 사설 제약사인 녹십자가 받아서 한 후 제대로 되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녹십자의 편을 들었다.

 

현재 혈액제제 사업에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녹십자는 공공제약사 설립이 공론화되는 모습에 난색을 표했다. 녹십자는 “정치권에서 공공제약사 설립문제가 나오는 상황에서 저희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룡제약사로 커버린 녹십자의 입김에 보건복지부가 눈치보기를 하면서 향후 문재인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공공제약사’ 설립 추진에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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