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츠 코리아의 수상한 ‘한글서체’ 배포

한글날 맞아 한글서체 2종 개발 및 무료 배포…저작권 범위 명시하지 않아

박수민 기자 | 기사입력 2017/10/10 [13:46]

[단독] 벤츠 코리아의 수상한 ‘한글서체’ 배포

한글날 맞아 한글서체 2종 개발 및 무료 배포…저작권 범위 명시하지 않아

박수민 기자 | 입력 : 2017/10/10 [13:46]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 코리아)는 이날 윤디자인그룹과 공동으로 브랜드 고유의 ‘모던 럭셔리(Modern Luxury)’ 감성을 담아 개발한 서체 2종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에도 저작권 범위에 대한 명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수입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한글 서체 2종을 개발 및 무료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체 사용에 대한 저작권 허용범위에 등에 대한 아무런 고지가 없어 사용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나아가 사용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까지 몰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 코리아)는 이날 윤디자인그룹과 공동으로 브랜드 고유의 ‘모던 럭셔리(Modern Luxury)’ 감성을 담아 개발한 서체 2종을 무료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당 서체들은 지난 7월부터 자사 광고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돼 왔으며, 명조체 계열의 ‘MBK CorporateA’와 젊고 역동적인 감각을 담은 고딕체 계열의 ‘MBK CorporateS’로 구성됐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한글날을 기념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브랜드 서체를 공개하게 기쁘다”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혁신적 제품과 기술 소개 뿐 아니라 아름다운 문화를 가꿔 가는데 에도 기여하고자 하며, 이로써 한국 시장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시장에서 수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한국 사회 공헌에는 미진한 모습을 보여 지탄을 받았던 벤츠 코리아가 한글날을 기념, 한국 사회와의 소통을 넓히겠다는 취지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폰트 저작권으로 인해 법적 분쟁 관련 이슈들이 지속되는 가운데, 벤츠 코리아가 무료 배포한 서체의 사용 범위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츠 사장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벤츠 코리아 측이 서체를 배포하는 홈페이지와 서체 사용을 위한 설치 과정 어디에서도 해당 서체들을 어디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다. 

 

폰트 저작권은 폰트 파일 자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만 문제가 되지만, 제작사의 대리권을 위임받은 법률사무소들이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더러 있다. 

 

따라서 무료 폰트라 하더라도 개별 라이선스를 확인 후 사전 이용허락을 받은 후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라이선스 범위를 밝히고 있지 않은 벤츠 코리아의 취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의뢰로 제작된 전용 서체의 경우 라이선스 범위는 해당 기업이 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라이선스 범위를 명시하는 것이 관례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다만, 폰트는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9호에 따른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물로서의 보호를 받는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서울과 인천지역 초·중·고 300여곳이 컴퓨터 워드프로세서에 사용되는 폰트 ‘윤서체’ 무단사용으로 8억원 규모의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윤서체’를 개발한 윤디자인 그룹은 당시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회사가 청구한 4000만원의 배상금 가운데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양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빙그레와 우아한형제들이 서체를 무료로 배포하면서 자사 홈페이지 등에 별도 공간을 마련, 라이선스 허용 범위를 적시하고 있다.  (이미지=각 사 홈페이지 캡쳐)

 

실제로 이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무료로 서체를 배포하는 기업들의 경우, 허용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글날을 기념해 5번째 무료 서체를 선보인 ‘배달의민족’ 운영업체 우아한형제들은 회사 홈페이지 내 공간을 따로 마련해 모든 사용자가 무료로 해당 서체들을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자유롭게 수정 및 재배포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상업용 전단지에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글꼴 변형 및 재배포 등만을 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글 관련 후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한글 글꼴 보급 사회공헌을 펼쳐온 빙그레는 10일 '빙그레체II'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면서, 홈페이지를 통해 저작권 허용 범위를 명시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라이선스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개인 및 기업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며 “빙그레 서체는 인쇄물과 광고물, 온라인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알리고 있다. 다만, 글꼴 자체를 유료로 판매하는 것과 수정 및 재배포는 금지하고 있다. 

 

한편, 본지는 벤츠코라아측에 폰트 사용 허용범위 명시와 관련해 여러차례 문의했으나,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받을 수 없었다. 

 

문화저널21 박수민 기자 sumin@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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