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같이 살고 싶은 길 / 조정권

서대선 | 기사입력 2017/10/09 [09:13]

[이 아침의 시] 같이 살고 싶은 길 / 조정권

서대선 | 입력 : 2017/10/09 [09:13]

같이 살고 싶은 길

 

일 년 중 한 주일에서 열흘 정도, 혼자 단풍 드는

더디더디 들지만 찬비 떨어지면 붉은 빛 지워지는

아니 지워 버리는 길

그런 길 하나 저녁나절 데리고 살고 싶다

 

늦가을 청평쯤에서 가평으로 차 몰고 가다 바람 세

워 놓고

물어본 길

목적지 없이 들어가 본 외길

땅에 흘러 다니는 단풍잎들만 쓸고 있는 길

 

일 년 내내 숨어 있다가 한 열흘쯤 사람들한테 들키

는 길

그런 길 하나 늘그막에 데리고 살아주고 싶다

 

# 쉼표라는 부호는 푸근하다.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쳐다 볼’ 수 있는 여유가 우리 삶에도 절실 하다는 걸 깨우쳐 주는 부호이다. ‘물질 가는 데 마음도 가는’ 풍족한 삶을 추구하며 살다 보니 ‘느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혁명조차도’ 라고 했던 스텐 나돌니(Sten Nadolny)의 전언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앞에서 느리게 살 수 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시인은 “일 년 중 한 주일에서 열흘 정도, 혼자 단풍 드는/길/더디더디 들지만 찬비 떨어지면 붉은 빛 지워지는/길/아니 지워 버리는 길/그런 길 하나 저녁나절 데리고 살고” 싶다고 한다. 가을 계곡물 소리 깊어지고, 먼 산 단풍 소식 들린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은 쉼표를 품고 있다. “목적지 없이 들어가 본 외길/땅에 흘러 다니는 단풍잎들만 쓸고 있는 길” 속에도 우리들 삶의 쉼표는 숨어 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현대 신형 베르나 ‘2018 인도 올해의 차’ 수상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