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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소리의 뒤꼍 마을 / 주원규
 
문화저널21 기사입력 :  2017/09/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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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뒤꼍 마을

 

땅이 바람 만지는 소리

비둘기가 꿈새순 쪼는 소리

햇살이 앞니 반짝 튕기는 소리

 

소리 사이사이

무엇이 무엇을 향하여 고래고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고래고래

 

소리 뒤의 모든 소리는 고요하다

 

고요한 소리끼리 모여 사는 동네

그 마을이 내 귓바퀴 안에 있다

 

# ‘선동은 한 문장으로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 십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 할 때 사람들은 이미 선동되어 있다.’ 선동의 천재였던 괴벨스의 전언이다. 그래서인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여 눈길을 사로잡는 선동적인 문장들을 퍼뜨리고, 표피적이고 충동적인 표현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디지털 자본의 힘이 불편하기도 하다.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 일반 대중은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 적합한 현실만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바로 ‘우리 머릿속의 그림들(the pictures in our heads)’이다. 대중은 그 그림들에 근거하여 세상을 보려한다. 욕망과 충동을 자극하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따라 취사선택된 내용들과,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옳고 그른 것을 쉽게 선별해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땅이 바람 만지는 소리/비둘기가 꿈새순 쪼는 소리/햇살이 앞니 반짝 튕기는 소리”들이 모여 사는 “소리의 뒤꼍 마을”에 가서 선동적인 문장들과 ‘우리 머릿속의 그림들’에 젖어 있는 눈과 귀를 씻어내고 싶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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