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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성폭력 사태 그리고 ‘누군가의 거짓말’
성폭력 피해자 있지만 가해자 없다(?) 성폭력 가이드라인 없는 것도 문제
 
최재원 기자 기사입력 :  2017/09/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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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녹십자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라고 하네요. 그리고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도 (이를)처리하는 프로세스도 갖춰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성폭력상담소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 13일 의학전문지 미디어메디는 ‘글로벌 기업 녹십자, 잇단 성추행 추문도 수준급’ 제하의 기사를 통해 녹십자 내부 성추행 실태를 고발했다. 녹십자에서 임직원간 성추행, 성희롱 등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사측이 이를 덮는데만 급급하다는 게 골자다.

 

이 매체에 따르면 녹십자 현직 한 간부는 최근 여성 직원에게 “너 팬티 보인다”, “넌 무표정이 이쁘다”, “짧은 치마가 잘 어울린다”라는 등 상습적인 성적 언어폭력과 회식 자리 등에서 여성 직원의 허리에 손을 감는 등 부적절한 스킨십 등으로 내부 고발을 당했다.

 

피해직원은 진상조사와 함께 가해자인 간부의 징계와 사과를 사측에 요구했지만, 사측이 사건 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 여성상담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자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태도와 상담센터 등의 도움으로 최근에서야 해당 간부에게 징계조치를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측이 가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징계를 내렸는지 등은 피해자는 물론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징계’ 혹은 ‘無징계’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본지는 해당 매체에 확실한 증거자료가 있는지, 여직원은 존재하는 인물인지, 녹십자 관계자는 성(性)관련 사건이 전혀 없다고 부정하고 있는데 ‘사내 징계’ 등의 취재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문의했다.

 

해당 매체는 피해직원이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데다 신원이 공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때문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답변하면서도, 여직원이 제보한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내용, 녹십자 직원과의 취재과정 등이 담긴 취재수첩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확실한 제보와 녹십자 직원과 취재를 통해 성희롱 간부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으며, 징계 수위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 녹십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태가 외부로 알려졌다. 하지만 녹십자는 이같은 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성폭력 사태가 없었다는 논리다.  © 최재원 기자

 

하지만, 회사측은 이같은 사실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녹십자 박재현 홍보부장은 해당 사건을 묻는 질문에 “그런 소문이 돌아 확인해봤는데, 그런 진정이 들어가면 노동부나 인권위에서 확인이나 조사가 나온다. (그런데 녹십자는)조사받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 관련된 사건)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계 기관으로부터 회사가 조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성폭력 사태가 없었다는 논리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는 별도로 취재과정에서 녹십자가 사내에서 발생한 성 문제에 대한 수위별 징계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중견규모 이상의 기업들이 성문제에 대한 수위별 징계 수준을 명시하는 것과는 달리, 박재현 홍보부장은 성폭력 대처를 묻는 질문에 “수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감봉이나,,견책도 있을 수 있고,,뭐,,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체계적인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해당 지역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사내에서 발생한 성 문제는 회사내규나 따로 정해논 규정에 따라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내에서 자발적으로 징계하고 피해직원이 수긍하게 되는 경우에는 사건이 종료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내 징계만을 믿고 있다가 추후에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신고하는 경우는 경찰이나 지역고용청을 찾아 형사고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피해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 등을 모두 수집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늦춰질수록 불리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주장이 상반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사실여부를 두고 맞짱토론을 하기도 어렵다. 녹십자 관계자의 말들도 각기 다르다. 한 매체에는 ‘징계수위를 확인해보겠다’며 사건을 사실상 인지하고 있었고, 본지 취재에 응한 다른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사회는 성희롱 및 갑질에 매우 민감해져 있다. 아울러 최근 240번 버스기사의 사례와 같이 잘못된 보도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고 있음을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녹십자의 성추문 사건의 진실은 2차 피해 예방차원에서라도 꼭 밝혀져야 할 문제다.

 

더욱이 녹십자는 과거에도 상사가 여직원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외박을 시켰다가 사과로 무마하는 등 성폭력 사건에 미온적인 대처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실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cj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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