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꿈을 없앤 가습기살균제…文대통령 면담 ‘눈물바다’

“꿈이 없어요” 임성준군 대답에 말문 잃은 대통령, 재발방지 약속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08/09 [11:00]

아이의 꿈을 없앤 가습기살균제…文대통령 면담 ‘눈물바다’

“꿈이 없어요” 임성준군 대답에 말문 잃은 대통령, 재발방지 약속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08/09 [11:00]

“꿈이 없어요” 임성준군 대답에 말문 잃은 대통령, 재발방지 약속

눈물 참은 대통령 “정부 대표해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 드린다” 

6년만의 대통령 면담, 정부 사과까지 길었던 시간에 눈물터진 피해자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발생한지 6년 만에 피해자들과 대통령이 만났다. 정부의 사과가 있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아쉬움도 컸지만, 피해자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15명과 2시간 가량의 면담을 갖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한편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이날 진행된 면담은 한마디로 ‘울음바다’였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쌓였던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고, 문재인 대통령도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울음을 참아냈다. 환경부장관인 김은경 장관은 피해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에 눈물을 펑펑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 가습기살균제 3,4단계 피해자들로 구성된 '너나우리'의 이은영 공동대표가 눈물을 흘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면담에 참석한 이은영 ‘너나우리’ 공동대표가 눈물을 쏟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 씨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하기도 했다. 너나우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중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3·4단계 피해자로 구성돼있어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우리는 마트에서 가습기를 사다 썼을 뿐이다. 우리가 비속(卑屬)살인자이고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죽였단 말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아이를 잃고 가정이 파탄 났다”는 한 피해자가 “(정부의 사과가) 너무 늦었다. 감사하지 않다”고 울음을 터뜨리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들의 사연을 들은 뒤 “우리 아이와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거꾸로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 자책감, 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구제계정에 일정부분 정부예산을 출현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법률개정 혹은 제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에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돌 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은 이후 13년째 산소통을 달고 다니는 14살 임성준 군을 만나 “성준이는 꿈이 뭐야”라고 물었다.

 

이에 성준 군은 작은 목소리로 “꿈이 없어요”라고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꿈이 없어...”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성준 군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준군은 “어렸을 때는 (꿈이) 대통령이었어요”라고 말했고,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동생과 친구 것까지 포함해 3장의 사인을 해주고, 준비해준 야구선수 피규어를 선물하며 꿈을 잘 키워가야 한다고 성준군을 격려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임성준군에게 야구선수 피규어를 선물해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뒤로 울음을 참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청와대)

 

청와대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알레르기 사항들까지 사전에 조사해 다과를 마련하고, 혹시 모를 사고가 있을 것에 대비해 면담 내내 의료진이 대기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을 비롯해 김은경 환경부 장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특검 재수사를 통한 진상규명 △대통령 또는 총리실 직속 컨트롤타워 설치 △피해자 인정 판정기준 현행 1·2단계→3·4단계로 확대 △국민안전 기본법 제정 △국가 화학물질중독센터 설립 △소비자 권리보호 강화 위한 징벌제 강화 △집단 소송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만나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 경청해주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수긍을 하더라”라며 만남 자체에 큰 의미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이 문제를 참사나 재난으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명히 말하지 않더라”, “솔직히 시원하게 말씀하지는 않았다”는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대통령이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정부예산을 반영하겠다고 한 부분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예상한 수준”이라며 “정부조사를 통해 확인된 30만명의 피해자를 찾아내겠다, 검찰이 재수사하도록 하겠다, 구제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와 구체적인 표명이 없어서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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