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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우리의 분노는 누구를 향해있는가? 영화 ‘군함도’
 
정재영 청소년기자 기사입력 :  2017/08/0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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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하시마 섬은 現나가사키 시 소속의 섬이다. 외부의 모습 때문에 ‘군함도’라는 별명이 생겼고,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광업도시였다. 비록 폐광 이후 지금은 무인도가 되었지만,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게 군함도는 ‘하시마’라는 이름 대신 ‘지옥섬’이라고 기억되고 있다. 섬의 입구는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지옥문’이라고 불렸다. 그곳은 강제 징용당한 조선인들을 향한 학대와 억압으로 얼룩진 곳이었다. 오랜 시간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군함도의 실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5년 ‘무한도전-배달의 무도 특집’ 당시 방송에 실려 조명을 받았다. 2017년, 하시마섬에서 탈출하려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류승완 감독, 송중기·소지섭·황정민·이정현 주연의 ‘군함도’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영화의 전제는 흥미롭다. 조선인들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에 따라왔지만 이들을 기다린 것은 ‘지옥섬’이었다. 강제징용당해 온 경성 유명 악단장 강옥(황정민)은 그의 딸 소희(김수안)와 자신의 안전을 위해 하시마 섬 일본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간다. 종로 건달 칠성(소지섭)과 일제의 탄압을 지속해서 받아온 말년(이정현)은 각자 유곽과 탄광에서 고통 받는다. 해저 1000미터 지점의 끝없는 노역에 지쳐가던 중 주요 인사를 구하기 위해 OSS 요원 무영(송중기)이 잠입해 들어온다. 섬을 폭파하려는 일본의 음모를 눈치 챈 무영은 조선인들 모두를 데리고 군함도를 빠져나가려고 결심한다.

 

‘군함도’는 전제를 잘 세운 것뿐만 아니라, 잘 찍은/만든 영화다. 다양한 구도들은 군함도의 스케일을 강조시키고, 와이드 샷들은 세트들의 정교함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의 처절함 또한 잘 보여주었다. 후반 전투씬이나 촛불 회의 씬 또한 관객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배경과 미술은 각 장면과 완벽하게 녹아 들어갔다. 그러나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의 이전 영화들에 비해 부족하고 아쉽다는 느낌이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에 있다.

 

(이미지제공=CJ 엔터테인먼트)
(이미지제공=CJ 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보여주고 싶어 한다.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목숨을 걸고 노역하는 조선인들의 아픔을, 일제의 악랄하고 잔인한 학대와 억압의 실태를, 일제강점기에 진정히 무서운 사람들은 일본인이 아닌 동지를 팔아넘기는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애국심과 함께 섞어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너무나도 많은 메시지로부터 왔다갔다하는 영화는 혼란스럽고 집중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 장르도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탈출할 수 없는 섬’에 들어가 조선인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역사물이 될 뻔하다가, 탄광에서 살아남기의 재난 영화가 된다. 박무영(송중기)의 등장으로 에스피오나지의 분위기를 풍기다가, 다시 군함도에서 탈출하는 것에 집중하는 프리즌 필름이 되었다가, 후에는 일제와 정면으로 맞붙는 전쟁 액션 영화가 된다. 그리고 역시나 마지막은 오히려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눈물 호소로 끝이 난다.

 

영화가 본래 가지고 있던 의미는 흐지부지 해지고, 그저 스펙터클과 폭발로 묵살된 감독의 의도만이 남아있다. 마치 할리우드 삼류 블록버스터의 요소들: 강압적으로 형성된 작품의 분위기가 걸맞지 않은 러브 라인, 화려한 전투로 가려지는 스토리의 부실함, 적장(최종보스)의 머리를 베니 끝나는 전투, 너무나도 단순화 되는 스토리 라인, 공식처럼 하나씩 체크 되는 감정 포인트들까지 전부 가지고 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다루려 해 결국 의도와 정반대로 단순해 졌던 스토리의 아쉬움이다.

 

‘군함도’의 주제는 액션을 베이스로 하기엔 너무 무겁다. 군함도는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의 실상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러한 민족의 아픔을 그저 무력으로 극복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억압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또 다른 무력이 아니고, 우리의 정체는 일본 총칼에 맞선 반란군이 아니다. 관객들은 화려한 액션이나 폭발을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들어내기를 원했다. 스토리 상 각종 사건들을 통해 반일 감정을 극대화시켜 ‘일본은 무조건 나쁜 놈’이라고 외친다고 사람들은 동조되지 않는다.

 

현재 ‘박열’과 같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은 ‘반일’ 감정을 극대화시키지 않고도 캐릭터와 스토리로 인해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그저 스펙터클로 악당을 무찌르려는 ‘군함도’의 메시지는 동조하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우리의 고찰은 우리의 아픔 해소에 대한 불만이 어디를 향해있는지, 어디로 향해야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

 

감수=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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