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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비버 / 이건청
 
서대선 기사입력 :  2017/07/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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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

 

예리한 이빨로 물가의 나무 밑동을 갉는다. 일삼아 쓰

러뜨리고, 쓰러진 나무들을 쌓아 올려 길을 막는다. 물속

을 헤엄쳐 다니는 넓적한 꼬리 판을 단 작은 짐승, 물이

가야 할 곳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로막는 훼방꾼, 온

힘으로, 비버가 쌓은 벽을 들어내고 나면, 다시 앞을 막

아서는 것, 질긴 불행만 산더미처럼 몰고 오는 놈, 세상

에 비버 같은 것들이 너무 많다. 숨어사는 짐승, 작고 보

잘 것 없는 그것이 길을 막는다. 캄캄하게 막아 놓는다. 

 

# ‘모래 한 알 이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일은 피곤한 다리를 옮길 때, 끈을 꽁꽁 묶은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모래알이었다고 했다. 미국 대륙을 도보로 수개월 동안에 걸쳐 횡단한 한 남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한 말이다. 대륙을 횡단하는 커다란 과업을 수행 할 때라도, 작은 모래알 하나가 전체 여정을 괴롭히고 방해할 수 있다는 전언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그런데 “비버”와 같은 “작고 보잘 것 없는 그것이” “물이/가야 할 곳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가로막는 훼방꾼”이 되어 “길을 막는” 경우가 있다. 삶의 강가에 “질긴 불행만 산더미처럼 몰고 오는” "비버"들은 내 밖에도 내 안에도 존재한다. 지나친 욕망, 탐욕, 열등감, 시기와 질투, 좋지 못한 습관, 언어 공격, 교만함, 무례함 등이 자신과 타인의 삶의 물길을 막아서는 “비버”가 될 수 있다. 큰일을 망치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는 비버”와 같은 “훼방꾼”들이 만들어 내는 총합의 결과일 수 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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