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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최저임금 인상] ‘을들의 전쟁’…문제는 갑이야
편의점을 통해 본 ‘최저임금의 함정’…건물주·대기업은 수수방관
 
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  2017/07/1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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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을 통해 본 ‘최저임금의 함정’…갑의 횡포는 빠져있다

인건비 부담 둘러싸고 알바생과 점주들 기싸움

정작 건물주·대기업은 수수방관…임대료·로열티 부담 잡아내야

 

“지금 최저임금인 6500원도 못 받는데, 7530원이라니요. 일단 지금 있는 최저시급부터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네요.” -24살 편의점 알바생 A씨

 

“죽으라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아요. 지금 인건비도 솔직히 버거운데, 1000원이 더 오른다니요. 본사에 돈 떼이고, 건물주에 돈 떼이고, 알바에 돈 떼이고 저흰 남는 게 없어요. 그냥 제가 더 일하고, 알바를 줄여야죠. 어쩌겠어요.” -편의점 점주 52살 B씨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인상폭인 16.4%(1060원)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지만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목소리는 적은 상황이다. 단순히 편의점만을 놓고 본다면 가맹점주와 알바생 모두가 울상을 지을 뿐, 나아진 것은 없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기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안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는 식의 최저임금은 ‘무모한 실험’이다. 대기업 본사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양날의 검으로 돌아올 우려가 크다. 

 

‘을들의 전쟁’ 속에서 ‘슈퍼갑’인 대기업과 ‘조물주보다 위대한’ 건물주들만 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편의점 앞. 기사내용과 사진은 관련없음.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최저임금에서 빠진 ‘로열티’와 ‘임대료’

신형 젠트리피케이션 포인트, 노량진을 가다

대기업·건물주, 최저임금 전쟁에서 그들은 빠져있다

 

노량진에서 만난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이번 최저임금인상에 대해 좌절하고 있었다. 노량진은 서울 내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가속화되는 대표적 지역이다. 

 

편의점 점주들은 ‘알바생의 돈을 착취하는 악덕 점주’라는 낙인이 너무 억울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라리 이럴 거면 내가 알바생이 되고 싶다는 ‘웃픈’ 하소연을 하는 점주들도 많은 상황이다.

 

노량진의 한 편의점 월매출은 4000만원 안팎이다. 본사로열티 300만원에 월세 250만원, 알바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로 250만원, 각종 전기세에 운영비 등을 마진에서 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고작해야 200만원 내외다. 

 

본사 눈치를 보며 24시간 동안 편의점을 가동하고는 있지만, 편의점 알바생들에게 야간수당을 추가로 챙겨주는 것 역시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알바생들도 전부 자식 같고 힘든 거 알고 있지요. 하지만 챙겨주고 싶어도 챙겨줄 수가 없어서 답답해요. 제가 답답한 만큼 알바생들도 답답하겠죠. 우리 점장님은 돈 좀 주시지 쫌생이 같이 군다고.” 

 

을이 을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때로는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지만 본질적으로 을들을 싸움붙인 갑들은 최저임금 논란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5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매출은 10조2900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6.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10.5%가 늘어나 9년 사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이처럼 본사는 늘어난 매출액으로 미소 지으며, 사업확장 및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맹점주들의 상황은 바뀐 것이 없는 상황이다.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려 해도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갈까 두려워 벙어리 냉가슴 앓이를 해야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가격 역시도 점주들의 목을 옥죄는 요인 중 하나다. 임대료를 9%내에서만 올릴 수 있도록 제한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상인들은 건물주가 제시하는 임대료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떠안는 경우가 많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지 않았음에도 주변 상권이 활성화돼 건물 가치가 높아졌다는 이유로 재계약 과정에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건물주들이 많은 상황이다. 홍대, 망원동, 합정, 성수동 등 소위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지역은 급작스러운 임대료 폭등으로 재계약 과정에서 자리를 뜨는 업주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최근 노량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매달 내야 하는 본사 로열티와 높아지는 임대료, 거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점주들은 그냥 장사를 접고 상권에서 빠져나갈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줄이기 쉬운 인건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제는 알바를 쓰지 않겠다는 점주들의 하소연과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돈을 더 달라는 알바생들의 밥그릇싸움 속에서 원청인 대기업들과 건물주들만이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최저임금 인상은 ‘고통분담’의 의미

대기업 원청도 고통 분담해야…팔 걷어 부친 김상조

불로소득자 건물주, 정부가 강제 고통분담 시켜야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6일 “오늘 의결한 최저임금 수준은 노사의 고통분담을 통한 상생의 결정”이라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환영할 일도, 슬퍼할 일도 아니다. 고통분담이라는 이름의 ‘실험’이다. 이 실험을 위해 사측도, 노동자들도 파생되는 문제를 고스란히 분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고통분담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지다. 결국에는 가장 큰 파이를 먹고 있는 본사와 건물주들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먼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가맹본사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김 위원장은 17일 대한상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에겐 도움이 되지만 가맹점주들에겐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정부가 이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있다”며 ‘프랜차이즈 관련 개선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부는 개선대책을 통해 프랜차이즈, 하도급, 대규모 유통업, 대리점업 등 4대 갑을문제를 전면개선할 것이라며 먼저 프랜차이즈부터 손을 대겠다고 경고했다.  

 

편의점, 빵집, 카페, 치킨집 등 우리 주변의 대부분 상권이 프랜차이즈로 구성된 만큼 원청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를 향한 강력한 제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을들에게 고통분담을 떠넘기려는 갑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다. 

 

대기업 본사를 향한 규제가 있은 다음에는 ‘건물주’에 대한 제지, 부동산 산업에 대한 대대적 손보기가 필요하다. 

 

24시간 일하고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 속에서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건물주의 하루’는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분노케 했다.  

 

7시 기상 및 아침식사, 9시부터 12시까지 골프연습, 12시부터는 사우나, 3시에 건물관리업체 관리자 자택을 찾아 빌딩 관련 변동사항을 보고 받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계속 자택에 기거. 주1회 부부동반 백화점 쇼핑을 하고 주말에는 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분기별로 해외여행을 간다. 

 

▲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었던 '건물주의 하루'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24시간을 편의점을 관리하며 생긴 각종 근육통으로 잠깐 짬이 나면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편의점 점주들이나, 낮에는 학업을 밤에는 야간 편의점 알바를 하며 짬짬이 책을 읽어야하는 알바생들이 보면 코가 막히고 귀가 막힐 일정이다. 

 

일하지 않고 벌어들이는 수익, 소위 불로소득은 건물주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몰려있다. 이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13일 임대소득 수입금액이 총 ‘25조원’에 달한다며 “현행 제대로 얻을 수 있는 세액은 전체규모의 2.1%에 불과하다.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초 계획보다 4년이나 미뤄진 임대소득 과세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OECD기준으로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갈수록 월세 세입자가 늘어가고, 상가 임대료가 치솟는 상황에서 건물주들이 소위 자신들만 배부른 상황을 즐기고 있는 모양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물가상승폭을 고려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늘리면 필연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건물주들에 대한 고통분담은 결국 정부가 나서서 강제해야 한다. 내 건물 가지고 내가 돈 벌겠다는데 무슨 짓이냐는 항변이 나오더라도 고통분담의 차원에서 정부가 앞장서 칼질을 해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와 삶의 질 저하, 양극화 심화라는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다스릴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그전에 최저임금 인상의 참된 의미, 진정한 목적을 훼손하는 ‘슈퍼갑’들을 먼저 잡아내야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아무 탈 없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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