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여름 플라타너스 / 고운기

서대선 | 기사입력 2017/07/17 [08:15]

[이 아침의 시] 여름 플라타너스 / 고운기

서대선 | 입력 : 2017/07/17 [08:15]

여름 플라타너스

 

여름이 와서야

큰바람이 불고

잎 속에 숨었던 옛 잎이 떨어졌다

 

이제 되었다

성장(盛裝)한 플라타너스여

 

짙은 그늘마저 산뜻한 속옷처럼 유쾌하다

 

# “산뜻한 속옷처럼 유쾌하”게 유년의 추억 속에서 넓은 이파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나무가 있다. 가난하던 시절 영양이 부족했던 아이들 얼굴에 핀 마른 버즘 같다고 ‘버즘나무’라고 불리기도 했던 “플라타너스(Platanus)”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방학을 맞아 친척집으로 가는 시골길 양 옆에서 매미 소리로 “짙은 그늘”을 지으며 “성장(盛裝)한 플라타너스”의 모습으로 맞아 주기도 했었다.

 

폭염에 지친 몸과 마음이 마른 잎 새처럼 시들시들해졌다고 느끼면, 유년의 기억이 돋을새김 되어 있는 학교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무그늘 아래서 추억과 만나 보아도 좋으리라. 아니면 비포장 시골길을 걸으며 매미 소리에 청력을 회복해 보기도 하고, 가로수 그늘 아래서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뭉게구름으로 곱게 포장하여 바람에 실어 보내도 좋으리.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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