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정희에 취한 구미시, 우표사업 철회해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06/19 [16:45]

[기자수첩] 박정희에 취한 구미시, 우표사업 철회해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06/19 [16:45]
 © 박영주 기자

“구미시가 우표발행을 원치 않는다고 공식철회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박정희 100돌 기념우표사업을 중지할 수는 없습니다.” 

 

3개월 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된다. 박정희의 딸이 ‘나대블츠 503’ 배지를 달고 재판정을 오가는 마당에 갑자기 ‘60만장’에 달하는 박정희 우표를 마주한다면 많은 국민들은 당혹감을 넘어 분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당시에도 우정사업본부는 박정희 기념우표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탄핵은 탄핵이고, 우표사업은 우표사업이라는 식의 틀에 박힌 답변이 돌아왔다. 

 

3개월 후인 6월, 다시 우정사업본부에 철회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강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구미시가 철회요청을 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다는 정도였다.

 

이러한 변명도 궁색하긴 매한가지다. 3개월 전 우정사업본부는 일련의 책임을 우표심의위원회로 떠넘겼다. 우표심의위원회가 만장일치로 박정희 기념우표를 통과시켰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우표심의위원회라는 조직은 ‘박정희 100돌 우표’는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백범일지 70주년 우표’는 과반수 미달로 부결시켰다.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우표발행 대상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가 주장하는 우표발행 대상규정에 따르면 ‘박정희 100돌 우표’는 역사적으로 기념할 중요한 가치가 있는 인물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100주년 단위 기념행사일 뿐만 아니라 대국민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며, 범국가적 행사로서 의의를 기념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추진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궤변’을 국민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구미시 내에서도 “구미 시민인 것이 부끄럽다”는 자조적 한탄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역민들에게 부끄러움을 떠넘기면서까지 구미시가 ‘100돌 기념 우표’를 찍어내려는 저의가 궁금하다. 

 

박정희 생가 등을 방문한 국민들이 가지고갈 기념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판단에서 우표사업을 추진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왜, 굳이 우표 기념사업으로 했어야 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칭송하는 이들은 독재라는 ‘과실(過失)’만 보지 말고 새마을 운동 추진이나 경제활성화 등의 ‘공적(功績)’도 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적이 평가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과실 역시도 평가받아야한다. 그렇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에 대한 기념우표는 어쩌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박정희 100돌 기념 우표는 참으로 불편하고, 버거울 뿐이다. 

 

새마을작은도서관, 새마을테마파크 등의 사업을 추진하며 ‘박정희’에 취한 구미시가 먼저 우정사업본부에 철회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단독] 적십자사 '비프탈레이트 혈액백' 검토 안한다
저널21
[단독] 적십자사 '비프탈레이트 혈액백' 검토 안한다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을 두고 프레지니우스 카비와 GC녹십자가 경쟁하는 가운데, 국정감사 당시 녹십자라는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발언을 한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산업/IT
썸네일 이미지
김연아 앞세운 ‘SKT 평창올림픽 광고’ 결국 광고 중단
산업/IT
김연아 앞세운 ‘SKT 평창올림픽 광고’ 결국 광고 중단
SK텔레콤이 ‘피겨 여제’ 김연아를 내세워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캠페인 광고’를 방영했다가 창피를 당하게 됐다. 특허청이 해당 광고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 광고 중단 시정권고를 내린 것이다. 공식후원사가 ...
소비/트렌드
썸네일 이미지
[알고먹자] 미세먼지엔 커피보단 보리차(茶)
소비/트렌드
[알고먹자] 미세먼지엔 커피보단 보리차(茶)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폐쇄성 폐질환과 천식, 심장질환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의 관리가 필수적이...
소비/트렌드
썸네일 이미지
‘술인 듯 음료수인 듯’…1인가구가 만든 ‘과일·탄산주’ 열풍
소비/트렌드
‘술인 듯 음료수인 듯’…1인가구가 만든 ‘과일·탄산주’ 열풍
‘혼술족’ 및 ‘YOLO’ 힘입어 국내시장 정착술 못해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 ‘명중’다양한 주류 카테고리 확대 ‘포문’ 열기도  지난 2015년 ‘자몽에이슬’과 ‘부라더소다’ 등으로 시작된 과일리큐르(...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알바 '을질'에 한숨쉬는 고용주…손놓은 구직업체
사회일반
알바 '을질'에 한숨쉬는 고용주…손놓은 구직업체
최근 '알바추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알바추노는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이 아무 예고없이 연락을 끓거나 잠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신조어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알...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비트코인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얻었나
저널21
비트코인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얻었나
비트코인, 가상화폐가 뭔가요? 인류는 끊임없이 편의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생각까지 귀찮아진 인류는 급기야 생각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 4차 산업이라는 덧을 씌우고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기계...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광고
[MJ포토] '시민들이 속탄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