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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몽당숟가락 / 이준관
 
서대선 기사입력 :  2017/06/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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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숟가락

 

나는 살아오면서

많은 숟가락을 보았지만

몽당숟가락보다 더 예쁜 숟가락을

본 일이 없네

 

어머니가

막힌 귓밥을 파주듯

몽당숟가락으로 달강달강

긁어주던 누룽지

 

몽당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겨

밥 위에 얹어 쪄서

젓가락에 콕 찍어 주던

밥풀 묻은 감자

 

팔푼이 부엌데기로

닳고 다 닳아 문드러지면

아이 손에 들려

엿장수 엿과 바뀌어 먹히던

몽당숟가락

 

아직도

나의 하늘에 달강달강

반달로 떠 있는 몽당숟가락

 

# 그때는 몰랐었다. 놋쇠로 만들어진 숟가락이 어머니 손끝에서 얼마나 부엌살림을 도왔으면 “반달” 모양으로 닳고 닳았는지. 어머니의 "몽당숟가락”은 그저 감자를 까고, “달강달강/누릉지를” 긁고, 어머니 손끝에서 “팔푼이 부엌데기로/닳고 다 닳아 문드러지면” 엿장수 오기만 기다리던 어린 시절엔 “몽당숟가락” 속에 굴러다녔던 어머니의 한숨과 눈물과 어머니의 지난한 삶을 알지 못했다. 

     

햇감자가 나오는 때이다. “밥 위에 얹어 쪄서/젓가락에 콕 찍어 주던/밥풀 묻은 감자”의 맛은 오늘날 패스푸드 식당에서 햄버거에 곁들이는 서양식 튀김 감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과 사랑의 맛이 들어있다. 오늘은 재래시장에 들려 햇감자를 사야겠다. “몽당숟가락”은 없지만, 내 마음의 “하늘에 달강달강 반달로 떠있는 몽당숟가락”을 생각하며 동글동글한 햇감자를 쪄야겠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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