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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수박 고르기 / 임영석
 
서대선 기사입력 :  2017/06/0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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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고르기

 

수박 속을 알려고

수박 겉을 두드려 본다

수박 속의 소리가

청명하고 맑은 것이

잘 익은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소리를

번번히 구분하지 못하고 놓치고 만다

몇 해를 수박 밭에 쪼그려

수박 밭의 김을 매는 주인은

아예 두드리지도 않고도

썩은 수박을 밭고랑 밖으로 내 던진다

햇살을 더 받고 덜 받고

비가 와 물먹은 놈까지

속속 수박의 속을 꽤 차고 있다

“저 놈은 몇일은 더 있어야 돼”

“저 놈은 살에 심이 박혔어”

“저 놈은 내일 따야겠구먼!”

밭고랑에 서서 손가락질로

수박 속을 정확하게 골라낸다

마치 밥을 먹다가 씹은 돌을

혀끝으로 골라내듯이 

 

# 저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한 분야에 전문가라면 “아예 두드리지도 않고도/썩은 수박을 밭고랑 밖으로 내 던”지고, “저 놈은 몇일은 더 있어야 돼”/“저 놈은 살에 심이 박혔어”/“저 놈은 내일 따야겠구먼!” “햇살을 더 받고 덜 받고/비가 와 물먹은 놈까지” “밭고랑에 서서 손가락질로/수박 속을 정확하게 골라”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수박 농사꾼처럼 오로지 수박만을 위해 “몇 해를 수박 밭에 쪼그려 있는 일”과 같은 것이리라. 건강한 수박 씨앗을 고르는 일, 수박의 떡잎을 살피는 일, 수박 이파리가 벋어가는 덩굴의 길을 놓아 주는 일, 수박의 꽃과 순의 양을 조절해 주는 일, 수박의 당도를 높이려 끊임없이 시험하고 연구하는 자세, 수박이 잘 자라는 토양과 환경을 조성하는 일, 햇볕의 양과 비와 바람을 조절하는 일, 수박 꽃자리에 열매가 맺히면 둥근 수박이 즐겁게 둥글어 질 수 있도록 수박의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 수박에 꼬이는 벌레를 잡아 주는 일, 홍수나 가뭄처럼 혹여 있을 수도 있는 기상이변에 대처하는 일 등... 

 

푸른 줄무늬 둥근 수박 한 덩이가 우리 손에 오기까지 ‘일만 시간’ 이상을 수박에 투자한 수박 농사꾼의 수고를 생각 하면, 마트에 가득 쌓인 수박 함부로 두드려보기 미안하다. 수박을 위해 ‘일만 시간’은커녕 두어 시간도 투자 한 적 없으면서 두드려보고 이리저리 굴려본다고 수박 속을 알겠는가. 엄격한 품질검사 마치고 소비자 앞에 선 수박이라면, 수박전문가인 생산자 인증을 믿어주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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