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 전형철

서대선 | 기사입력 2017/05/29 [08:21]

[이 아침의 시]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 전형철

서대선 | 입력 : 2017/05/29 [08:21]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비가 계속되는 동안 세상은 조금 평등해진다

기억의 나무들이 단단해지고

웅덩이는 하늘을 닮고

패이거나 긁힌 흔적은 메워진다

12시 정각을 넘기고도 12시를 알리는 종이 끝나지 않을 때

이 별의 기울어진 축

보이지 않는 길 위의 마음은

왼쪽 뒷굽만 닳아간다

땅보다 물 위에 많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생각하다

도린곁을 지키던 쥐똥나무처럼 웅크린

혈맥을 짚는다

비를 피한 먼지들이 놓여나듯

시간의 페이지 듬성해지고

잘못 배달된 엽서로 삭아 간 모든 당신들을 떠올릴 

당신이

소나기와 소나기 사이에서

물 한 잔을 마신다

식도를 따라 빈속으로 소나기가 한바탕

아침 산과 저녁 산의 높이가

바다와 더 가까워진다

 

# 봄 가뭄이 심하다. 아카시아, 찔레꽃, 마아가렛, 이팝나무 꽃 같은 흰색 꽃들이 연초록 이파리들 사이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뭉게구름 같은 저 흰 꽃들 하늘로 올라 봄비로 다시 오면, 네가 온 듯 뛰쳐나가 젖어보고 싶건만...

 

비가 오면 말라 있던 웅덩이에 물이 고여 “웅덩이는 하늘을 닮고” “패이거나 긁힌 흔적은” 빗물로 메워 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랑하던 사람 사이에 생겨난 균열과 웅덩이는 무엇으로 메꿀 수 있을까. 우산도 없이 함께 비를 맞던 시간을 생각하는 동안만이라도 웅덩이가 하늘을 닮듯, 마른 웅덩이에 갇혀 있던 그리움이 하늘을 품을 수 있을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너도 나를 생각하고 있다면 “아침 산과 저녁 산의 높이가/바다와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비가 계속 되는 동안” 그리움의 파고는 “평등”해 질 수 있는 걸까. 

 

미세먼지 가득한 가문 날, “잘못 배달된 엽서로 삭아 간” 시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 위의 마음은/왼쪽 뒷굽만 닳아간다”

 

문화저널 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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