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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에 버림받은 전경련의 돌파구…‘중견 목 조르기’
 
박수민 기자 기사입력 :  2017/05/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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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민 기자

창립 이후 재계의 목소리 창구 역할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로 재벌들에게서 돈줄이 끊기자 그 자금 구멍을 메꾸기 위해 중견기업을 옥죄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민간 싱크탱크로서의 변모를 꾀한다는 것은 그저 말뿐인 모양새다. 여전히 옛 위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재벌이라는 자금 채워넣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지난 25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제주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에서 주요 회원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2017 전경련 CEO 하계포럼’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1986년부터 매년 여름 진행돼왔다.

 

그런데 매년 전경련 측이 기업이 홍보할 수 있도록 마련하는 20개가량의 부스를 올해 행사에서 그 대가로 일부 중견기업에게 1억원 상당의 협찬비를 요구해 해당 기업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00~2500만원 선이었던 중견기업 협찬비가 재벌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탈퇴로 인해 4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한 기업이 하계포럼에 참가할 때 부부기준 200만원의 참가비와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객 선물 및 가수 초청비용 등의 부대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행사에 매년 200개사 가량이 참가, 전경련이 거둬들이는 협찬비는 수십억원 규모에 달한다.

 

전경련이 기업들의 협찬비를 통해 대기업 탈퇴로 바닥 난 운영비를 채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울러 3박 4일간의 일정 중 외부 강사의 강연은 총 10시간뿐이며, 골프 및 관광 등의 스케줄은 18시간가량 배정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발표한 쇄신안에서 민간 경제외교 집중 및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의 목적은 배척되는 모양새다. 

 

전경련 측은 이 자리가 각계 인사들과 경영 정보를 교류하고 그 폭을 넓히는 기회라고 주장하지만, 교류의 폭을 넓힌다는 이유로 굳이 협찬비용을 늘려가며 골프와 관광 등을 일정에 포함해야 하는지 의아스럽다.

 

전경련이 옛 위상을 떠올리며 되풀이하고 있는 악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경련의 출판 미디어 관련 자회사인 FKI 미디어를 통해 일부 기업 오너들의 자서전 및 홍보 영상 제작을 명목으로 수억원을 요구해왔던 것을 중견기업으로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그간 본인들의 행태를 반성하고 민간 싱크탱크로서의 변모를 꾀한다지만, 지난날의 과오를 답습하는 모습은 전혀 자성의 태도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즉 말뿐인 반성이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직면한 상황만을 모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벌들에게 버림받은 전경련은 새 정부에게도 외면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일자리 위원회’ 참가 유관기관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끈 떨어진 뒤웅박 처지에 놓였다. 또한 전경련의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건재한 상황에서 ‘반성 없는 반성’의 태도로 그들이 외치는 쇄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 다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저널21 박수민 기자 sumin@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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