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띠풀 집 / 최명길

서대선 | 기사입력 2017/05/22 [08:24]

[이 아침의 시] 띠풀 집 / 최명길

서대선 | 입력 : 2017/05/22 [08:24]

띠풀 집

 

띠풀 집 한 채 지으리

산 굽잇길 돌아 바람 낮은 곳

그윽이 별이 들게 봉창은 크게 하리.

자그만 토방 두 칸 드려 한 칸은 이 누덕 옷 풀어 놓고

다른 한 칸은 비워 두리.

때로는 산객들 머물고

때로는 길 놓친 산짐승들 들려 다리 펴고 쉬다 가게

문고리는 잠그지 않으리.

버려진 집처럼

아무렇게나 잡초 엉기고 작은 곤충들 깃들어 다투어 알

까고

어쩌다 거미줄에는 꾀 많은 솔새 걸려들어 늘어져 있으리

파르스름한 산 향기,

논개구리들 개골개골

멍석 깔고 누우면 밤하늘은 홑이불

이르노니, 내가 할 일은 다만 저 산을 닮아 보는 것

댓돌 높이 괴어 밤마다 고무신 두 짝

어긋놓으리.

기다림의 징표로

바자울은 치지 않으리, 이 산천이 모두 울타리

그건 쳐서 무엇 하리.

 

# 집은 인간이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안전의 욕구를 채워주는 곳이다. 집이 갖추어야할 조건은 안전성, 능률성, 쾌적성이다. 아파트는 능률성이 극대화 된 주거 형태이다. “띠풀 집”의 소재는 억새풀의 종류인 왕골, 세골, 골풀, 띠풀 등으로 엮은 집이기에 태풍과 같은 바람에 쉽게 부서질 수 있으나 가장 친 환경적이고 소박한 집이다. 

 

“띠풀 집”을 소재로 한 시나 그림은 주로 벼슬에 나아가기보다는 은둔하여 후학을 양성하거나 선비로서 무욕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으로 사용되었다. 고려 말 충신 야은(冶隱)은 새로 건립된 조선에 나가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이 욕되다고 생각하여 ‘시냇가에 띠풀로 이은 집’을 짓고 조용히 노년을 살았다. 오늘날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염치도 쓸개도 버리고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정권에 누가 될까 초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파르스름한 산 향기,/논개구리들 개골개골/멍석 깔고 누우면 밤하늘은 홑이불/이르노니, 내가 할 일은 다만 저 산을 닮아 보”려는 ‘야은(冶隱)’은 같은 분들을 만나고 싶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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