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준표 뒤에 드리운 이승만 그림자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17/05/03 [13:23]

[기자수첩] 홍준표 뒤에 드리운 이승만 그림자

최재원 기자 | 입력 : 2017/05/03 [13:2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2일 마지막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를 향해 “김정은과 북한의 독재정권은 적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문 후보는 “적폐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주적’여부를 묻더니 “그럼 김정은 정권과 대화 안 하겠네요”라며 비아냥대다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난 미국으로 도망을 가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박근혜 탄핵정국부터 최근까지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신문을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설전에서도 ‘적폐’라는 단어가 여야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다. 진보진영은 근정사의 잘못된 관행이나 정치인들의 잘못된 권력남용을 ‘적폐’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북한정권과 김정은을 ‘적폐’로 표현하고 있다.

 

겉으로는 쓰임새와 목적에 있어서 분명한 시각차가 존재하는 단어로 비춰진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적폐’가 다양하게 해석되는 단어로 사용되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적폐’가 신문 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 김영삼 문민정부 시절이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 초기 정재계의 부정부패와 30년 軍政으로 쌓인 권위주의 등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후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군정의 낡은 관행이나 국란을 초래한 사건을 ‘적폐’라고 쓰고 ‘개혁’이라고 읽어왔다. 다시 말해 ‘적폐’는 우리사회 내부에 만연한 ‘정경유착’, ‘관 개입’, ‘뇌물’, ‘방조’ 등 청산되어야 할 범죄적 행동이나 관행을 일컫는 것이다.

 

최근 ‘적폐’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 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무리가 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회를 어지럽힌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치욕의 35년 일제강점기를 보내고 자주 국가를 세우기 위해서는 일제 잔재와 친일파 청산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했다. 이같은 이유로 5·10총선거를 통해 출범한 제헌 국회는 1948년 9월 친일파(적폐) 청산을 위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공포했다. 

 

하지만, 당시 이승만 정부는 1949년 발생한 국회프락치사건을 계기로 반공 정책을 내세워 사실상 ‘반민족행위처벌법’을 강제 종료시켰다. ‘적폐(친일파)’를 ‘반공(북한)’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친일파 청산 실패는 위안부 할머니의 멈출 수 없는 눈물과 제대로 설 곳 없는 독립운동가 자손, TV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를 김또깡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TV토론에서 “김정은과 북한의 독재정권은 적폐인가”,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난 미국으로 도망을 가야겠다”며 ‘반공’으로 ‘적폐’를 설명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공’을 앞세워 ‘적폐’를 덮으려는 불필요한 담론은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 끄집어 낼 뿐이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cj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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