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간의 나이’_존중과 배려, 해학과 미학이 뒤섞인 프랑스 안무가의 역발상

박하나 무용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7/04/28 [17:39]

[리뷰] ‘시간의 나이’_존중과 배려, 해학과 미학이 뒤섞인 프랑스 안무가의 역발상

박하나 무용전문기자 | 입력 : 2017/04/28 [17:39]

국립무용단과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협업한 ‘시간의 나이’가 지난 지난 27일 개막,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무용전문극장인 프랑스 샤요국립극장과의 공동제작으로, 2016년 3월 국립극장에서 한국 초연 후 같은 해 6월 샤요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층 보완된 안무로 국내에서 두 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무대는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추구하는 움직임의 세계관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조세 몽탈보는 한국무용의 기본 정신이자 뿌리인 전통의 힘을 최대한 배려한 채 스타일 면에서 서양의 감성을 세련되게 입혀냈다. 이는 말 그대로 존중과 배려였다. 또한 자신이 갖고 있던 현대적인 몸의 언어를 재미있게 풀어내어 무대에 함께 녹아들게 만든 것이다. 이토록 놀라운 춤의 해석은 프랑스와 한국의 관객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 국립무용단과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가 협업한 ‘시간의 나이’가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 이영경 기자

 

‘전통과 현대의 만남’은 이번 작품의 주된 목표이자 궁극적인 과제였다. 이제까지 다른 나라의 안무가들은 한국 전통의 춤을 자기만의 언어로 해석하는 공연을 줄곧 해 왔다. 그중 한국의 ‘내림굿’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나티보스(Nativos)’의 경우도 움직임에 주된 포인트를 두고 무용수들을 극한 상황에까지 몰아넣어 그 감정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그러한 감정들이 하나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현대인의 감성과 맞닿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현대무용을 추던 무용수들이 느끼고 바라본 한국 전통의 춤은 보다 역동적이고 강렬했다.

 

반면, 이번 작품 ‘시간의 나이’는 안무에 위트와 해학이 넘쳤으며, 무대는 보다 화려했다. 특히 줄곧 한국 전통무용을 추던 무용수들에게 프랑스 안무가가 바라본 전통의 재해석은 그 자체로 낯섦의 시작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번 작품은 신선함의 극치였고, 새로움의 역발상이었다. 총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각각 전통과 현대의 시간을 넘나들며 유쾌한 스토리텔링을 펼쳐 나갔다.

 

무대 위에 무용수들이 입고 나온 의상들은 한복이 아닌 다양한 컬러의 원피스와 티셔츠였다. 무용수들은 처음부터 오고무로 분위기를 띄웠는데, 한복이 아닌 원피스를 입고 북을 치는 모습에서 과감성이 돋보였다. 이윽고 무용수들은 한국전통무용의 기본 움직임인 디딤새와 깊은 호흡으로 혼연일체가 되는 팔 동작 등을 정교하게 선보이며 무대를 휘감았다. 그 반대편에서는 뛰고 나는 남자무용수들, 살풀이 춤을 추는 무용수, 한량무 등 무대 위에 다채로운 춤의 향연들은 과거와 현재의 춤 즉, 서로가 공존하는 시간성의 의미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만큼 과거와 현재가 춤을 통해 조우하고 해체되는 모습이 1장의 키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또한 영상에서 여러 마리의 학을 보여주더니 무대 위에서 부채춤을 추는 남녀가 등장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춤의 형식은 새나 동물이 되기도 했다. 춤을 추며 새 소리를 내는 모습에서 춤의 뿌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제1장에서 보여지는 움직임들은 동작의 전개가 명확하고 빠르다는 점이다. 무용수들은 한국 전통의 추임새와 몸짓을 보이다가 새나 동물의 소리, 동작을 펼쳐냈다. 이렇게 맺다 끊고 다시 이어지는 반복 속에 작품의 시퀀스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여기에서 선보인 동작들은 한국 전통의 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새나 동물의 움직임이 원초적인 모습이듯 그 전통의 뿌리와 정신은 무대 위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만큼 조세 몽탈보는 한국 전통춤의 세계를 무대 위에 다채롭게 보여주며 그 근본정신을 잃지 않게 한 점이 돋보인다.

 

 © 이영경 기자
 © 이영경 기자

 

무대의 활용 면에서는 빈 공간을 남지 않게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여자 무용수들이 전체 양쪽으로 둥글게 서 있고 남자 무용수가 그 두 공간을 수시로 넘나들며 공간의 여백을 두지 않았다. 1장에서는 4면으로 분할된 무대 위에서 각기 다른 동작으로 전체 무대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일사불란한 움직임들이 정교한 무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낸 셈이다. 2장에서는 하나의 대각선 방향으로 무용수들이 길게 늘어서서 영상과 오버랩되는 연기를 펼쳤다. 영상에서는 쓰레기더미 위에 버려진 아이를 보여주었고, 무대 위에서는 길게 늘어선 무용수들이 춤을 추었다. 이들 무용수는 큰 가방을 옆에 두고 여행자의 여정처럼 서서히 거닐었다. 2장은 인류에 대한 사색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안무가의 의도대로 펭귄이나 거대한 기구, 길게 늘어서서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모습 등 인류의 다양한 모습들이 영상을 통해 보였다. 이러한 무대가 영상과 무용수들의 동작으로 꽉 차 있어 관람객들의 몰입도를 높인 점이 인상 깊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현대적인 감성과 움직임이 도드라진 부분은 바로 3장이었다. 조세 몽탈보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재해석하며 강렬한 포옹을 이끌어냈다. 여성 무용수의 거침없는 소리와 그 소리에 맞춰 움직이는 무용수들은 서로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포옹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즉흥적이며 강렬했다. 끊임없이 흐르는 ‘볼레로’ 음악에 맞춰 몸을 터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도 서로의 호흡에 집중하고 엎드러지며, 사랑의 감정을 강하게 이끌어냈다. 이 장면은 조세 몽탈보의 안무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전통의 움직임에 집중하기보다 속일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솔직하게 또는 과감하게 드러내며 1, 2장과는 전혀 다른 무대를 그려냈다.

 

이번 공연에서 무용수들은 정형화된 움직임을 벗어던진 채 자신만의 표현 방법을 만들어낸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움직임의 패턴들과는 전혀 다른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동작들이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관람객들은 이런 신선한 무대 동작들로 위트 넘친 재미와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음악과 리듬에 속도를 올리고 동작들은 한국 전통의 움직임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원초적인 모습에 집중하며 해학과 미학을 담아냈다. 또한 무대는 현대적인 의상과 색채감으로 포인트를 주어 훨씬 감각적인 스타일리쉬함을 드러냈다. 이렇듯 전통과 현대가 아름답게 조우한 작품 ‘시간의 나이’는 안무가의 참신한 역발상이 시너지를 낸 위트 넘친 작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화저널21 박하나 무용전문기자 phn81@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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