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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프레임IN] 보수단일화라는 이름의 ‘바닷물’
보수분열 3개월…얼라의 가출 혹은 성인의 독립, 바른정당의 고심
 
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  2017/04/2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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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바른정당 내에서 ‘후보단일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 후보는 “귀 막고 제가 갈 길을 가겠다”며 완주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지만, 당내에서 사퇴압박이 계속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모양새다.

 

당내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외연확장을 꾀하는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당내에서도 지지를 못 받는 모습이다. 

 

창당 후 지지율이 생각보다 오르지 않아 지도부가 위기를 느끼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바닷물을 마시면 갈증이 더 심해지는 것처럼, 눈앞에 놓인 대선을 위해 어쭙잖게 단일화를 했다간 오히려 차기나 차차기를 노릴 가능성조차 없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눈을 감고 고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박영주 기자 / 자료사진) 

 

‘차기’ 가능성 버리는 단일화 카드

유승민, 당내 단일화 추진파와 갈등에 몸살

안으로는 단일화 압박, 밖으로는 지지율 경쟁…‘내우외환’

    

바른정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오후7시에 의원총회를 열고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여러 가지 선거운동과 진로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김무성계 인사들을 포함한 다수의 의원들이 의총 소집을 요구한데 따른 것으로,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불거지는 단일화 요구와 관련해 유승민 의원은 단호히 반대의사를 밝히며 “귀를 막고 제 갈길을 열심히 가겠다. 그분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흔들림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24일에도 기자들을 만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앞서 바른정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김재경 의원이 22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수는 대선후보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 보수분열로 문 후보의 당선이 가시화된 지금, 공동체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보수후보의 단일화는 시급하고 절대적인 과제”라며 단일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분(김재경 의원)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출돼놓고 이런 식으로 당을 흔드느냐”고 날을 세웠다.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 유승민 의원의 주장이다. 

 

바른정당 내에서도 단일화를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다. 단일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단일화 언급은 사실상 해(害)당행위”라며 “새누리당에서 갈라진지 얼마나 됐다고 단일화냐. 단일화는 국민을 배신하는 행태”라 맹비난을 퍼붓는다.

 

이에 반해 단일화를 내세우는 이들은 “보수후보 단일화를 통해 문재인 독주 체재를 막아야 한다. 보수민심을 받들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필수”라는 주장을 편다.  

 

보수후보 단일화는 얼핏 보면 달콤한 유혹이다. 오갈 데 없는 보수표심이 안철수 후보에 몰리는 등의 현상은 보수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공학적인 접근일 뿐, 민주주의 가치 실현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엇보다 유승민 후보가 주장하는 ‘따뜻한 보수, 소신의 정치’와는 완전히 맥이 다르다. 유승민 후보는 지지도가 낮더라도 소신의 정치를 이해해주는 국민들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이번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단일화를 꾀한다면 ‘도로새누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옳지 않다고 비난했던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구태정치의 면모를 그대로 답습하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다. 

 

지난 23일 토론회에서만 해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돼지흥분제로 강간미수를 하려한 공범”이라며 즉각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질세라 홍준표 후보 역시 유승민 후보를 향해 “어제 하는게 진드기 같더라. 이정희라고 하는게 싫다고 해서 진드기로 바꾸려 한다”고 날을 세웠다. 오늘까지 싸우던 피터지게 싸우던 두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한배를 탄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당장 보수진영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크다.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 스스로가 기존 새누리당과는 다르다는 공세를 많이 폈지만 여전히 “그래도 새누리 출신 아니냐”는 꼬리표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보수진영이 덧씌운 배신자 프레임 역시 기본 바탕은 ‘새누리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합칠 경우 보수진영에서는 “그럴 거면 왜 분당하고 난리를 피웠느냐”라는 비난이, 진보진영에서는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이, 중도층에서는 “역시 보수진영에서의 새정치는 불가능하다”라는 낙담이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차기 대선 혹은 차기 총선에 기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확장성 역시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통합을 통해 중도표심의 확실한 이탈과 함께 기존 보수표도 일부 이탈할 수 있고, 진보진영으로의 확장은 더더욱 불확실해진다. 

 

▲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선거벽보. 현재 이 세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 박영주 기자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바른정당이 합당해서 얻을 이익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5060세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치구조는 몰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지금은 3040세대가, 나아가서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는 사람이 정치판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이 통합으로 안아야할 리스크는 여기서도 발생한다. 2030세대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주장하는 ‘소신의 정치’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실제 보수진영 표심을 분석해보면 5~60대가 홍준표‧안철수 후보를 선호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3~40대가 유승민 후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온다. 

 

장기적 확장성 측면에서 보면 홍준표 후보보다는 유승민 후보가, 당을 기준으로 한다면 자유한국당보다는 바른정당이 보수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바른정당이 통합을 취할 경우, 20대에서 40대까지 분포하는 ‘합리적 보수론자’들의 지지를 버린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고스란히 보수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리스크를 안으면서까지 보수후보 단일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창당 3개월 만에 성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과욕’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월24일 창당했으니 일수로만 따지면 3개월에 불과하다. 아무리 과거 거대정당인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왔다하더라도 아직 신생아 정당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지율 답보만을 이유로 합당을 꾀하는 것은 나약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바른정당, 정치계의 ‘캥거루족’ 될까

‘보수가치 정립’ 앞세우더니 3개월 만에 독립생활 청산하나

지지율 답보에 ‘큰 그림’ 못 그리는 바른정당

 

“우리는 새누리당과 다르다. 지금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점차 진심을 알아주실 것”이라는 말과 함께 ‘보수 가치의 정립’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앞세운 바른정당은 사실상 새누리당에서의 독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3개월만에 다시 돌아가겠다는 모양새는 경제적 독립을 못해 부모에 얹혀 있는 캥거루족과 같은 모양새로 비쳐진다. 자칫하면 정치계의 캥거루족이었다는 비아냥만 남긴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소지가 있다. 

 

3%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율 답보상태에 지레 겁먹고 도로 엄마정당인 구 새누리당의 주머니로 돌아가겠다는 태도는 바른정당이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다. 보수의 가치를 새로이 세우겠다는 목표의 크기 치고는 끈기가 부족한 모양새다.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졌던 3개월의 분당사태, 아직 크지 못한 ‘얼라’(어린이의 사투리)의 가출 사태로 끝날지 아니면 완전히 성인으로 커버린 자식의 독립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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