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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다음에 / 유자효
 
서대선 기사입력 :  2017/04/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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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다음에’는 없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헤어지고 죽고 버리고 잊히고 다시 못보고

 

얼마나 많은 것인지

다음에는 없는 일

 

# “다음에”라는 말을 믿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어른이 시키는 일이나 어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 “다음에”라는 말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지켜지지 않은 약속, 지켜지지 않은 보상이 오랫동안 거듭되면서 어른에 대한 깊은 실망과 분노와 믿음에 대한 신뢰가 깨어졌을 때 나타나는 행동양상이다. 

 

“다음에"라는 말을 믿지 않게 된 행동은 흔적조건화에 따른 학습의 결과이다. 예컨대, 아이에게 자신이 돌보는 강아지의 먹이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켰을 때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보상으로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면, 아이는 강아지에게 규칙적으로 먹이를 주고 산책도 시킬 것이다. 그런데, 강아지를 보살핀 보상을 즉각적으로 받지 못하고 “다음에” 주겠다는 허언만 듣게 된다면,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 될 뿐만 아니라 실제 받고 싶었던 물건을 받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보상을 받게 된다면, 아이는 상대에게 깊이 실망하게 되고 분노하며 다시는 상대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약속 이행만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행동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허언을 다반사로 하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다면  그런 어른을 어찌 믿겠는가. 우리는 “다음”이라는 미래가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헤어지고 죽고 버리고 잊히고 다시 못보”는 일들이 오늘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약속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지금 바로’ 상대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에” 말고.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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