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철학적 논쟁, 세계가 원하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

창작 본질과 예술가 자유의지에 대한 뜨거운 질문 ‘파운틴헤드’

이영경 기자 | 기사입력 2017/03/30 [14:00]

강렬한 철학적 논쟁, 세계가 원하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

창작 본질과 예술가 자유의지에 대한 뜨거운 질문 ‘파운틴헤드’

이영경 기자 | 입력 : 2017/03/30 [14:00]

세계 유수의 극장이 애타게 기다리는 남자, 연극이 줄 수 있는 시각적 만족감을 넘어 지적 충격을 선사하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Ivo van Hove1958~)가 ‘파운틴헤드(Fountainhead)’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오는 4월 중순 이탈리아 거장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강박관념(Obsession)’을 배우 주드 로와 함께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그 사이, 국내에서 공연될 ‘파운틴헤드’를 위해 내한했다. 구소련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아인 랜드(Ayn Rand)가 1943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추구해나가는 건축가 하워드 로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750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을 이보 반 호브는 단숨에 읽었다.

 

▲ 연출가 이보 반 호브가 30일 오전 LG아트센터 VIP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운틴헤드(Fountainhead)’에 관해 설명했다.   © 이영경 기자

 

“2007년도, 다른 프로덕션의 어시스턴트에게 책을 선물 받았다. 그는 소설 첫 페이지에 ‘지금 당장 읽어야한다’고 써 놓았다. 단숨에 읽어 내렸고, 놀랐고, 곧바로 연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이 가지고 있는 주제에 반했다. 인물들에 반했다. 현실에 타협할 것인가, 개인의 이상과 신념을 따라갈 것인가. 예술가로서 늘 고민하는 지점이 대립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번영을 구가하며 앞다투어 더 높이 마천루를 세워 올리던 1920~30년대 미국. 주인공은 다수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만의 신념과 예술적 가치관에 따라 건축가로서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 하워드 로크다. 여기에 사회적 평판과 성공에 매달리며 오로지 야망으로 점철된 길을 걷는 건축가 피터 키팅, 과거의 전통적인 건축디자인들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며 명성을 쌓아온 건축기업가, 이타주의의 가면을 쓰고 대중을 조종하는 지식인, 대중과 영합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론재벌 등이 등장한다.

 

“연극으로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저작권을 갖기가 어렵다. 브래드 피트가 이 작가의 여러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었다. 6년 동안 노력해왔고 3년 전에 허락을 받았다.” 이후 이보는 공연될 수 있도록 원작을 150페이지 분량으로 압축했다. 어떤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고, 불필요한 캐릭터는 삭제했다. 두 건축가 사이의 대립지점과 관계에 대해 집중했고, 러브스토리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실 저작권을 얻은 이후에도 ‘파운틴헤드’를 연극으로 공연한다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원작 소설가 아인 랜드에 대한 의견은 지금까지도 사람마다, 분야마다 극단적이다. 미국 객관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작가는 개인의 이성과 이기심이야말로 창조와 발전의 힘이며, 이를 토대로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자유롭고 번영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그녀의 철학은 스티브 잡스 등 기업가나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장 앨런 그린스펀을 비롯한 이들이 그녀의 추종자임을 표방할 정도로 주류세력들에게 사상적 근간을 제공해 주었다. 반면 이타주의나 희생, 평등과 같은 전통적인 미덕에 대한 날 선 비판으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당혹감과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하고, ‘엘리트주의’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한다. 

 

©Jan Versweyveld

 

“처음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극단적 사고를 무대에 올린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 외에 더 복합적인 것들이 많은 작품이다. 직접적으로 말해 나는 하워드 로크가 되고 싶다. 그러나 하워드의 방식으로는 협업이 불가능하다. 나는 극단의 리더로서 그리고 한 명의 예술가로서 다르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모순지점이 생긴다. 나 스스로를 독재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리허설룸 안에서 완벽한 민주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은 하워드의 손을 들고 있으나 나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보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는 이러한 연극의 기능이 시대를 지날수록 시들지 않고 더욱 중요해질 거라 생각한다. “연극은 지금도 여전히 그리스시대만큼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기계를 가지고 모든 게 가능한 세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실재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극장을 가는 이유다. 현장성, 눈앞에 생생하게 일어나는 사건, 인간은 경험을 필요로 하기에 극장은 여전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중요할 거다.”

 

현재 가는 곳마다 이보 반 호브는의 열풍이 뜨겁다. 특히 런던과 뉴욕에서의 이보 열풍은 자국의 예술가들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광풍 수준이라고. “열여덟이었을 때 내가 연극 연출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스물한 살 때는 확실히 알게 됐다. 내개 행복을 주는 것을 선택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작업은 내 꿈이었다. 행복하지만 성공과는 다른 의미의 행복이다. 내 선택과 생각이 이해받고 존중받고 있다는 행복이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이해받았으면 좋겠다.”

 

연극 ‘파운틴헤드’는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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